2011년 9월 19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유종의 미

유종의 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친구가 있다.
지독한 애연가였던 그를 쓰러뜨린 건 폐암이었다.
좀 더 일찍 암을 발견할 수 있었다면, 그의 줄담배를 좀 더 적극적으로 만류했더라면 막을 수도 있을 불운이었다는 회한 때문에 천근 무게로 짓누르던 마음고생에 시달리던 기억이 아련하다.
그런데 벌써부터 정권의 안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는 현실이  떠나간 친구를 떠올리게 했다. 친구를 보내던 그 때처럼 착잡하기만 할 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던 부패 권력의 실체가 하나 둘 세상에 맨 얼굴을 드러내는 조짐도 예사롭지 않다. 너무나 만연돼 있어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아우성이 말기 암 선고 보다 더 무섭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확실히 신뢰는  중요하고 특별히 정치권력이 수호해야 할 주요가치라고 생각한다. 위정자들은 국민 신뢰를 잃은 정권은 통치 권력을 통째로 내놓은, 죽은 정권이나 다를 바 없다는 두려움을 가져야겠다.

과거 노무현 정권 말기에도 비슷한 모습이 있었다.
국민신뢰를 잃은 실패한 정권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 당시 미친 듯 끓어오르던 부동산 폭등을 막기 위해 내 놓은 참여정부 정책은 나름대로 내실있는 대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을 보지 못했다. 아무리 옳은 정책도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한 정부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정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 국민들로 하여금 정책의 진정성을 받아들이기는커녕 오히려 어긋나는 선택으로 혼란을 자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로 인한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되돌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지만 아무도 이를 막을 수 없었다.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었다.
미리 막을 수 있었다면.
그러나 인생엔 만약이 없다. 그래서 더 비극적 요소가 많은 건지 모르겠다.

이 정부에서도 지난 정권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게 되는 건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줄담배 습성이 친구의 명을 재촉했던 것처럼 도덕불감증이  이 정권을 궁지로 몰아넣는데 치명적 역할을 하고 있다. 권력을 우산삼은 검은 의혹들의 종횡무진  활약(?)은 이미 공개된 비밀이기도 하다. 정치자금에 연루된 모 의원이 줄만 잘서고 목적만 달성하면 나머지 문제는 다 커버해준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실세에게 들이대더라는 류의 얘기가 공공연히 회자되는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유한한 명예보다 무한한 자본의 선택이 더 현명하다’는 자조어린 말까지 돌게 됐을까 싶다.
물론 이런 식의 구태가 이번 정권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어느 정권이고 친인척을 포함한 측근 비리에서 자유로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음을 돌이켜보면 박수 받는 권력의 퇴장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국민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 부당한 현상을 무심히 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이 고질적 상황을 해결해야겠다는 보다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개혁의지가 필요하다.
과거 지방선거 공천심사를 주관하면서 돈 공천 잡음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나름의 비책을 쓴 경험이 있는데  정치개혁을 위한 개인적 노력의 일환이라는 생각이다.  공심위원 상호간의 감시체제를 최대한 가동시켜 서로에게 감시당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부정한 공천이 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였는데  효과가 있었다. (당시 공천심사위원장으로서 자정을 위한 노력들로 정당공천의 투명도를 조금은 더 높였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국민신뢰를 되찾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부단히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차기 정권 역시 지난 정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구태를 척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출발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도  정치 개혁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심정으로 마음을 다 잡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정치 환경 더 어려워졌고 진정성을 알아주기까지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뚜벅뚜벅 그 길을 걸어가겠다. 

 최종회로 치닫고 있는 현 정부의 드라마가 더 이상 놀랄 일 없이 잘 마무리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오늘을 마감한다.
                                (2011. 9.19)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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