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6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보이는 것의 실상

보이는 것의 실상

가히 초절정의 건망증이었다.
밤하늘에 걸린 달을 바라보는데   더 이상   환하고 둥근 한가위 보름달 자태가 나오지 않는 실상이 궁금했다.   추석 지난 지 며칠이나 됐으니 보름달이 일그러지기 시작하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을 순간적으로 잊고 있었던 탓이다. 
그래도 잊을 걸 잊어야지.
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태양의 광선을 받아 빛나는 특성 상 태양·지구· 등의 위치에 따라 그 모습이 바뀔 수 밖에 없는 ‘달의 운명’을 수없이 입에 달고 살던 나로서는 참으로 어이없는 해프닝이라는 자책마저 일었다.
 
깨달음이라고나 할까?
달이 차면 기울고 또 다시 차오르기를 반복하는 과정을 떠올리다가 생각이 달라졌다. 이 세상 모든 진리의 실체와 우리가 받아들이는 실체는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의 변화가 그것이다.
실제로 달은 한결같은 실체로서의 스스로를 견지하고 있는데 공기 때문이건, 구름 때문이건, 공전 때문이건 단지 우리 눈에만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자 우리가 지금까지 상식으로 규정하고 받아들인 모든 것들이 갑자기 모호해졌다. 판단의 근거가  실체의 기준인지 , 그것을 대상으로 한 시각인지, 그 마저도 실체와의 사이에 놓인 장애요인을 감안한 부분인지, 더 나아가 보고 싶은 부분으로만 판단되고 있는 건지  도무지 선명하게 잡히는 대목이 없다.
또 간간히 주변 환경 때문이든 개인적인 특성 때문이든 실체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은 현실을  우리가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럼에도 놓쳐버린 실체가 전부인 것처럼,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이 진리인 것처럼 행동하는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이 도처에 깔린 현실이다. 

달일까, 전기일까?
어느 쪽이 인간에게 더 유용하게 쓰일까?
갑작스런 정전사태가 정치권까지 술렁이게 했다는 소식에 떠올려 본 생각이다.
자연 앞에 문명의 소산을 비교하는 자체가 미련한 발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하나마나한 우문을 던지는 건 보조제 정도는 몰라도 절대로 자연의 대체제가 될 수 없는 문명의 이기가 가진 한계를 분명히 하고자 하는 의도에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인간은 자연을 능가할 수 없다는 건 여러 번의 재해 경험만으로도 충분하다. 지진이나 해일 등 최근 들어 잦은 출몰로 지구촌 전체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자연 재해도 따지고 보면 다 우리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다. 환경오염이나 우리 삶의 패턴을 풀어나가는 접근 방식에 인간의 겸허함이 필요한 이유이고 또 그것이 옳다.

한꺼번에 많은 고기를 잡으려면 촘촘한 그물만큼 좋은 수단이 없다.
그럼에도 일정정도 이하의 그물코 넓이를 단속하고 있는 건, 그것이 결과적으로 자연의 씨를 말리고 인간의 피해로 이어지는 폐단을 알고 있기에 나온 처방책일 것이다. 자연을 죽이고 양식장 등으로 그 간극을 메우려고 한들 과연 얼마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너무도 뻔한 답이 말해주는 현실이기도 하다.
갑작스런 정전사태로 속출하는 개인이나 기업의 피해 상황이 짧은 순간의 단절만으로도 인간의 삶을 순식간에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수 있는, 문명의 이기가 가지고 있는 유한성을 절감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절전사태가 인간으로 하여금 삶의 우선권을 자연에 둔 재설계에 관심을 둬야 하는 현실 인식을 촉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우리가 아는 실체라는 것들은 다 허상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인간이 가진 한계로는 해결할 수 없는 궁극적인 실체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일까?
생각이 내달리다 보니까 태양이 없는 달은 우리가 아는 달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데까지 미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공식적으로 드러낸 이름 외에도 시인을 비롯한 각종 예술분야의 작가군들이 불러주는 수없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달의 실체가  오로지 하나라는 사실 뿐.
 우리에게 통용되는 달의 실체는 태양과 함께 존재하는 것이고 태양의 존재가 빠진 달의 실체는 우리에게 영원히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심지어 태양조차도 광활한 우주 나 은하계 영역으로 보자면 지극히 미미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머리를 더 복잡하게 흔들고 있다.

달이 주는 원천적 아름다움에만 매몰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때 그때 가슴으로 전달되는 의미를 받아들이고 음미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잡념의 구덩이를 헤매는 형벌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텐데....
나머지는 숙제로 넘겨야겠다. 
여기까지만도 너무 벅찬 하루.....
                       (2011. 9 .1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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