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5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반중 고운 감

반중 고운 감 
 
지인이 情을 담아 보내온 해산물(전복, 해삼내장, 성게알 등)을 전하러 갔는데 어머니가 한창 즐거워하고 계셨다. 소녀처럼 들뜬 표정이었다.
뭔 일인가 싶었는데 이내 궁금증이 풀렸다.
“문종아, 신문에 네 기사가 나왔더라. 총선 출마가 예상되는데 야당도 여당도 벌벌 떠는 후보가 될 거라더라”
어머니를 그토록 행복하게 만든 일등공신은 신문에 실린 아들에 관한 기사였던 것이다.
어머니께 나는 세상에서 제일 잘난 아들이다.
어머니는 나의 고갈을 막아주시고 뒷배가 되어주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깊은 믿음으로 이 아들의 미래를 확신하고 또 간구하고 계신다.
언제나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편이 되어 주시고 응원하는 분이시다.
이번 추석에도 어머니는 손주들을 불러다 앉혀놓고 훈육하는 시간을 잊지 않으셨다.
“훌륭한 아버지다. 아버지가 너희들한테 시간을 많이 못 낸다고 서운해 하지 말아라. 어리광을 부리거나 툴툴거리지도 말아라”
말이 훈육이지 실상은 (그들에게는 아버지이고 어머니께는 자식인인) 나를 위하라는 정신교육 내지는 세뇌가 이뤄지는 시간이었다.
 
늘 하게 되는 생각이지만 어머니는 멋쟁이 중 멋쟁이시다.
8순이 훨씬 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현역을 능가하는 감각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 때가 많다. 특히 정치 분야에 대한 식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기량이시다.
아마도 남편과 장남을 정치인으로 뒷바라지 해 오신 오랜 경륜의 결과라는 생각이다.
어머니가 식구들 사이에서 장남인 나의 전속 정치평론가’로 위상을 굳힌 지는 실로 오래됐다. 자타가 공인하는 일급 참모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하루 일과는 날마다 배달되는 20여종의 신문구독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홍문종’으로 검색되는 기사를 하나도 빠짐없이 스크랩하거나 기사의 주요 대목을 별도로 챙겨 내게 전하시는 일도 어머니의 고정 일과 중 하나다. 뿐만 아니다. 경민대학이나 내 블로그 주소를 당신의 컴퓨터에 즐겨찾기로 등록해놓고 일일이 모니터하시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활발히 하고 계신다.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마음의 고향이고 시원으로 존재한다.
여전히 탯줄로 연결돼 뭔가를 공급 받고 있는 듯한 긴밀하고 특별한 느낌을 주는 대상이다.
내 생의 전반에 걸쳐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나보다 더 나를 잘 꿰고 있으면서 한번도 나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은 적이 없는 분이기도 하다.
아직도 어머니와 몇 번은 전화통화를 나눠야 비로소 하루 일과를 마치는 기분인데 학교 업무는 물론 정치 일정에 이르기까지 구석구석 세심하게 짚어주시는 어머니의 코치가 얼마나 요긴한지 모를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어머니를 통해 상대방을 진정 사랑한다는 것의 실체를 느끼게 될 때가 많다. 사랑을 배우고 신의 존재를 깨닫게 되면서 삶의 의미에 좀 더 진지하게 다가가게 되는 것 같다.
특히 명절을 계기로 가족을 만나 정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가족의 의미와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자기 역할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어머니의 헌신이 가장 큰 자극이 되는 것 같다.  어머니처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족을 위하고 특히 자식들에게는 뼈 속까지 그 사랑이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들을 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도 어리광을 부리고 기댈 수 있는 부모님이 계시다는 건 나에게 더 없는 축복이라는 생각이다.
이번 추석에도 어김없이 우리 집안의 공식게임으로 자리잡은 이북식 윷놀이 대회가 열렸는데 부모님 덕분에 더 행복했다. (의도가 담기긴 했지만) 아버지께 돈 다 잃었다고 투정 부리고 어머니께 1000원만 달라고 떼를 쓰면서 맛 볼 수 있었던 즐거움은 나만의 은밀한 달콤함이기도 했다. 예전과는 다르게 한 시간도 채 안 돼 부모님과 이모님이 체력의 한계를 보이시며 손을 드는 현실이 안타깝기는 했지만 말이다.
.........
밤하늘의 둥근 달이 '반중 고운 감'을 연상시키는 이 밤, 부모님과 함꼐 하는 즐거움을 오래도록 누리고 싶다는 소망이 절실한 간구가 되어 가슴을  저리게 한다.                                            (2011.9,15)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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