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1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위기라고?

위기라고?
안철수 현상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존재감만으로 정치권을 패닉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선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궐선거 판을 통째로 흔드는 괴력이 심상치 않다.
이는 그의 지지를 지렛대 삼아 5%대 군소 후보에 불과했던 박원순 변호사가 여론조사에서 유력 정당 후보군을 제치고 압도적인 1위로 급부상한 현실이 입증하는 바다.
현상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분분하지만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오랜 불만이 분출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대정신이 바뀌고 있는 기류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이번 현상으로 당사자인 안철수 보다 더 많이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바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다.
안철수 돌풍 이후 그녀의 사소한 동정에까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그녀가 던진  썰렁한 농담까지도 담론의 중심에 놓일 정도다.
악의적인 별명이  작명될  정도로 줄기찬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안風에 부동의 1위였던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지고 있다고, 박근혜의 견고한 성이   안철수의  맹공에 맥을 못추고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박근혜 전 대표의 대권 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과연 그럴까?
 
개인적인 생각은 다르다.
안철수 현상이 박근혜 전 대표 개인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라이벌의 출몰이 치열한 생존 본능과 승부 근성을 자극하며 자칫 대세론에 안주할 수도 있을 그녀를 채근하고 있는 현상이 그것이다.
그녀의 움직임이 달라진 게 사실이다.
훨씬 분주해졌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현장 행보를 통해 소통을 모색하고 나선 그녀의 변화다.
실제로 그녀는 국민이 힘들어 하는 부분에 대해 좋은 답안이나 정책을 찾기 위해 앞으로 현장을 자주 찾겠다는 결심을 밝혔다.
라이벌로 인한 자극이 초래한 긍정적인 변화가 아닐까 싶다.

라이벌의 존재가 삶의 차원을 높이는 원동력으로 작용한 사례는 숱하게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평생을 정치적 라이벌로 애증이 교차했던 DJ와 YS다. 두 분의 경쟁심은 이 땅에 민주화를 정착시킨 거대한 결실을 맺었다. 영원한 숙적의 대명사 고려대와 연세대의 팽팽한 기싸움이 관중석의 흥미를 배가시켰고 현대와 삼성   두 재벌 기업의 라이벌 의식은 대한민국 발전의 초석이 되었다. 체육계나 연예계에서도 라이벌의 순기능을 발견하기가 어렵지 않다. 태진아와 송대관,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강호동과 유재석 등도 동일 영역에서 서로의 기량을 성장시킨 좋은 라이벌 관계의 대명사다.
결과적으로 안철수 돌풍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정치권에 분노하는 민심의 냉엄한 현실을 미리 알게 해 준 셈이니까.
답을 알았으니  반성하고 보완해서 더 좋은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면 되니까 얼마나 다행인가.
 
그러나 환부를 알았으니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반성없는 정치권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자성은커녕 모든 우환을 다 ‘네 탓’으로 돌리며 상대를 향한 삿대질을 멈추질 않고 있으니 하는 소리다. 한시라도 빨리 환골탈태로 참회하고 최선을 다하는 진정성을 보여도 시원찮을 판에 여전히 미몽을 헤매는 정치권을 보면 입맛이 쓰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스스로의 환부를 외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성을 담 밖으로 넘길 정도로 여전히 뻔뻔하고 당당한 모습을 고수하고 있다. 
한술 더 뜨는 청와대의 아전인수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올 것이 왔다’고 마치 남의 일처럼 말하는 그 표정이 너무도 천진난만(?)해서 당혹스러웠다. 스스로가  부끄러운 처지에 놓여 있는지를 모른다는 사실이 그렇게 서글플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답이 안나온다.
솔직히 어찌해야 할까 싶은 심정이다.
 
PS: 연일 박근혜 위기론을 설파하는 언론의 조준은 재설정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덧붙이고자 한다. 안철수 현상을 박근혜 개인보다는 대한민국 정치권 전체의 위기 차원으로 염려하는 게 옳은 수순이다. 정제되지 않은 여론을 정략적으로 편집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 역시 정치권 못지않은 혐오대상으로 분류되고 있는 민심의 현주소를 아프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또 하나,  박근혜 전 대표의 라이벌은 안철수 교수라기 보다  안철수로 대변되는 정치현상이라고 해야 더 정확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2011. 9. 10)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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