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5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열망의 힘

열망의 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생전에 품었던 핵보유에 대한 열망은 참으로 컸던 것 같다.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코드명 ‘890’)를 가동시키다 돌아가셨다.   
이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움직임을 담은 미 중앙정보국(CIA)의  당시 보고서를 통해 공개된 사실들이다.  그 중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위협과 힘의 논리에 지배받던 국제사회 분위기가 박 전대통령의 핵무기 개발의지를 자극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분석한  상황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약소국 리더의 고독한 노심초사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핵을 갖고자 했던 박 전 대통령의 ‘시도’들은   허무하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뒤를 이은 5공의  핵 포기선언과 6공의 비핵선언 등도 한 몫 했다.   원자력 발전 시설에 대한 달콤한 기대감이 함께 있었다.  그렇게  우리를 핵무기 불임국 붙박이로  못박는  백기투항이   서서히 진행됐다.
 
그 때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꿈을 이뤘다면   우리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불발로 그친 박 전 대통령의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에 자꾸만 미련이 남는다.
핵무기로 자주국방을 실현해서 미국의 그늘을 벗어나고자 했던    그의 선택은  성공했다면  분명 우리에게  획기적인  기회가 됐을 것이다.    특히 핵의 실제적인 활용보다는 전시효과만으로도 상당한 전쟁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단언컨대 우리의 남북 대치 상황에도 상당히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커지는 것 같다.

실제로 지금까지 우리가 전쟁 등 위기 국면에 처하게 된  과정만 해도  대부분  미국과의 관계가 원인이었던  적이 많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우방국에 등 돌리는 일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이른바 국제사회의 냉혹함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 같지도 않다. 
가쓰라-태프라 밀약으로 일제 강점기를 초래하거나 얄타회담에서 무성의한 태도로 일본 대신 한반도 분단을 주도한 것도 미국이었다. 6.25 전쟁을 부른 에치슨라인이나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에 단초를 제공한 주한미군 철수 움직임만 해도 국제사회에서 불안한  우리의   처지나  초긴장 국면일 수 밖에 없는 남북관계의 특수상황을 배려하지 않았던 미국의 홀대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 제일  많이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응분의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박 전대통령의 시해배경에 미국을 연관시킨 각종 루머들이 나름의 생명력을 유지하며 오랜 시간 이어지고 있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심지어 박 전 대통령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해를 당하고 결국 미국의 의도대로 대한민국 비핵화가 실현됐다는  소문이   잦아들 기미가 없는 것도 같은 이유일 거라는 생각이다. 

그동안 누누이 얘기했지만 어떤 상황에서건 철저하게 이타적 입장을 고수하는 건 누구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국가 간 정치 행위에 있어서는 이타적 경지는커녕 조금 치의 손해를 감수할 의사가 없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오로지 정글의 법칙만이 제대로 적용할 수 있는 유일한 법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특정한 과거의 인연조차도 현실적인 관계에서 참고사항 정도면 몰라도  사실을 가르는  결정적 기능을 기대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아주  중요한 기준이고 잊지 말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과거 우방국으로서 장제석 총통과 함께 나눈 우호적 교류에도 불구하고 공산국가인 중국을 선택하기 위해 대만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우리의 경험을 상기하면 그 답이 명료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핵무기로 상징되는 자주국방 의지는 높이 살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무엇보다 소멸직전의 위기 국면에서 핵무기 하나로 현란하게 국제무대를 주무르는  솜씨는  자주국방의 프리미엄을 활용한 좋은 본보기인 셈이다. 
그렇다면 소고기 파동이나 FTA 등 사회적 갈등국면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해야겠다.  
좀 더 절박한 마음으로 현실을 직시하며   주어진  생존과 미래를 준비하다보면 의외로  문제해결이 빨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측면에서 박 전대통령이 품었던 미완의 꿈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거라는 전망이다.
그가 품었던 꿈과 희망이 30년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지금도 여전히  뜨거운  영향력으로  우리의 가슴을 점령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2011. 9. 2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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