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4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안철수 신드롬

 안철수 신드롬 
 
서울시장 보궐선거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부터다.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며 돌풍의 주역으로 부상하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단숨에 10.26 보궐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형국이다.
정작 당사자는 출마여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목하 고민 중이라는데  대단한 위력이다.
가히 안철수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후보 경쟁력을 묻는 각종 여론조사마다 압도적인 표차이로 선두를 달리며 기존 정당의 유력후보들을 맥 빠지게 만들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안철수씨와 개인적 친분은 없다.
그렇지만 그가 한국사회에서 썩 괜찮은 행적으로 신뢰받는 저명인사 중 한사람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  그동안의 행적 만으로도 여러 면에서 존경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사람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의 존재가치에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선거판에서 그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현실은 불편하다.  그가 인정받은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분야의 다양한 능력들이 정치를 잘 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나 자격 충족의 여건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안철수씨는 정치적 DNA가 풍족하지 않다는 노파심이. 그의 훌륭한 인품이  정치에 잘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걱정에 걱정을 부르는 게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정치가 학문적 성과와 특별한 연계성에 주목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고 학자로서의 성공이 정치적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사물을 깊게 살피고 시시비비를 가리는데 지나치게 익숙한 학자의 특성 상 타협과 상생, 조화를 주요 가치로  내세워야 하는 정치를 소화해내기가 그다지 쉽지 않을 거라는 짐작이다. 
흔히 정치를  생물로 단정하게 되는 배경도  즉각적이고 투명하게 설명할 수 없는 곤혹스런 상황 논리 때문에 생겨난 게 아닐까 싶다.  공식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이 용인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정치도 고도의 독자적인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필요한 절차와 과정을 생략하고 우연한 기회나 덤에 대한 기대로  나설 수 있는  작업이  절대 아니다. 물론 걔 중에는 혜성처럼 제도권에 화려하게 진입해서 인생을 꽃피운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아주 드문 일이다.
최종적인 성적표들을 보면 생각처럼 잘 적응해서 정치적 성공을 거둔 적이 별로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여러 여건이 나로 하여금  스물 이후부터 정치를 들여다보는 삶을  살게 했기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실제로 그랬다.
숱한 인재들이 정치판 부나방으로 소멸되는 모습을 지켜볼 기회가 남들보다 많았다. 
그 중 이태섭 전 장관의 경우는 개인적으로 제일 안타깝게 생각하는  선배 정치인이시다. 경기고 서울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치고 미MIT에서 최단기로 박사학위를 딸 만큼 공학도로서의 장래가 촉망되던 그가 정치권에 영입된 이후 어떤 모습으로 정치인생을 마감했는지 똑똑히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는 본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명성에 훨씬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표로 정계를 은퇴했다.
국회의원 4선의 경력과 장관 경력이 도무지 위로가 되지 않는 상처를 스스로의 삶에 화인으로 남기면서 말이다.
그를 떠올릴 때마다 반문하게 된다.
만약 정치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더 행복했을까?
 
안철수의 인생진로가  지금의 궤적에서 바뀌지 않기를 바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정치가 제자리를 찾아야  나라가 잘 되는 게 맞지만 그가 하고 있는 지금 그대로의 역할도 이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칫  그의 불안한 전향이  전도양양한  인재의 굴절로 이어져  세계로 뻗어나가고자하는 우리의 발목을 잡게  되는 결론이 된다면 이 보다 더 큰 손실은 없을 것이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들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 때 안철수 아이콘이 우리에게 보여 줄 수 있는 미래 비전은  정치역역이  아닌  곳에 그 기회가  훨씬 많다는 생각이다.   그는 세계 유수의 실력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경쟁하는 모습만으로도  백 마디의 희망을 대변할 수 있는 귀한 자산이다. 
그런 경쟁력 있는 인물이 왜 꼭 정치를 해야 하는지 명확한 설득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그를  정치판에 가두는  무모한 모험에  방관해서는   안될 것이다.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결심이 서면   뜻을  밝히겠다고 본인의 의사를 밝힌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서울시장 출마를 만류하고 싶은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오로지   안위를 바라는 마음 하나만으로 그의 다음 행보를 지켜보는 눈들이 참으로 많다는 사실을 그가 알고 있었으면 한다.  노파심이면 좋겠지만 정치꾼들 등살에 손실되는 최악의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은 나 한사람의 생각이 아니다. 
그의 결정이 본인은 물론 국가와 민족에 보탬이 되는 삶을 선택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2011. 9. 4)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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