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1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할만해?"

“할만해?”
 
이춘구 전 의원님의 별세 소식을 들었다.  
와병중인 근황을 듣고 있기는 했지만 막상 부음을 접하게 되니 서운함이 크다.
 고인하고 정치를 함께 할 기회는 없었지만 그 못지않은 인연으로  내게는 각별하게 기억되는 분이다.
1980년대 언제였던가 (자식자랑에 ‘고슴도치’가 되신) 아버지 손에 이끌려 우리 집을 방문한 고인을 처음 만났다. (지금 생각하면 정치를 시작하려는 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배려가 담긴 자리였던 것 같다)
그 때 그는 내게 정치를 해보고 싶냐는 질문을 던지졌고 나는 정치가 민생을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심은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드렸다.
십수년이 지난 1995년에 의정부 지구당 위원장직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하게 됐는데 당대표를 맡고 있던 고인이 내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후에 알았다. 한 번도 지구당 위원장 선정에 개입한 적이 없었는데 유일하게 내 거취를 거론하시더라는 얘기를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DR이 내게 전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내가 15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들어왔을 때는 그는 이미 은퇴를 선언하고 정계를 떠난 뒤였다.    은퇴한 뒤로는 여의도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한 자리에서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그를  만났다.   
그는 그 때 내게  또 물었다.
“할만 해? 내가 멀쩡한 사람 정치판에 끌어들여 고생시키는 건 아닌가?”  라고.
하지만 나는  "네. 정치를 할 만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대답을  가슴 속에만 담았다.    
 비록  짧은 대화였지만  강직과 절제로 무장돼 있는 딱딱한 외연과는 다르게  깊은 속정도 나눌 줄 아는 분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것이  개인적으로 그와 나눈  마지막   인연이 되었다. 

 역시 사람의 판단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온 세상이 평생을 소신과 신의를 지키며 청렴하게 삶을 가꾸다 간 그의 삶을 아쉬워하며 그를 거목으로 대접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평생을 원칙주의자로 살았고 정실에 치우치는 법이 없었던  고인은   정부나 당의 요직에 있으면서도  사적인 청탁이나 민원을 들어주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가족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한다.
 인간의  이름 석 자를 대우하는 가장 기초적  근간은  그가  지나온 삶의 궤적에 대한 정확한 값 매김이 아닐까 싶다. 사람에 대한 평판에 뿌린 만큼 돌려주는 가장 정직한 셈법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인은 대접을 받을 만큼 충분히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길을 걷다가 취사선택에 실패한 많은 이들이 남긴 행적만 봐도 의연하고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갔던 그의 삶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알 것 같다.
앞으로 더 혹독하고 각박한 생존경쟁을 앞두고 있는 나로서는 남다른 감회로 고인의 삶을 되새기게 된다. 무엇보다 (정치가) 할만하냐고 묻던   그의 마지막 질문은   나태해지려는 나를 다잡는 좋은 자극이 되고 있다. 
은 마무리가  어려운 정치판에서 본보기가 되는 삶으로 그가 우리에게 남겨준  정신적 유산을 잘 챙겨야겠다. 특히 자기 손 안에 든 것을 과감히 놓을 줄 아는 결단력은 정치를 하는 우리들에게 귀감이 되는 만큼 소중한 자원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쉽지 않겠지만  그의 삶을 본받아야겠다.

편히 쉬소서. 명복을 빕니다.
                           (2011. 9. 21)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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