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3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다시 출발점이다

다시 출발점이다 

민족 고유의 대 명절 추석이다.
어린 시절 손꼽아 헤아리며 기다리던 설렘이 아니더라도 흩어져 살고 있던 형제자매들이 부모님을 찾아뵙고 햇곡식 햇과일로 정을 나누는 추석 명절은 모두에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매김 돼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갈수록 추석 명절이 예년만 못하다는 생각이다.
마음의 부담이 크다.
허심탄회하게 명절을 즐길 여유를 허락받지 못하는 느낌이다.
특히 추석 명절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없는 이들의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물질은 더할 나위 없이 풍요로워졌는데도 근심에 찌든 표정들이 자꾸 늘고 있는 예사롭지 않은 현상이다.
실제로 주위에서 행복 코드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괄목할만한 성과지표로 상승곡선을 그리며 국제무대에서 경제대국의 위상을 인정받는 우리의 현주소가 무색할 지경이다.
점점 더 간극을 넓혀가는 빈익빈 부익부 여파가 큰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추석 연휴를 맞아 출국하는 해외여행객 숫자가 기록을 갱신했다는 소식이나 고가의 선물이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 명절 특수를 톡톡히 보고 있는 유명 백화점의 즐거운 비명은 침체된 재래시장의 풀죽은 분위기나 추석 차례상 준비만으로도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하는 소시민의 서글픈 현실과는 극단적으로 대비되고 있는 현실만 봐도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다.
 
예전엔 그랬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고 할 정도로 일년 중 풍요의 정점을 누리는 시기답게 너나없이 행복에 들뜬 마음으로 명절을 기다렸다. 배고픔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던 사람들에게조차 소망이 허락되는 분위기였다. 기력을 북돋는 에너지원으로서의 역할을 다 했다. 있는 사람들은 있는 사람들대로, 없는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대로 저마다가 갈구하는 최소한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정말로 너나없이 가난했던 시절엔 명절 풍경이 이렇게까지 각박하진 않았던 것 같다.
우리   지역만 해도  명절이면 동네 어머니들이 함께 음식을 만들어 지금의 마을회관 기능인 공청에 상을 차려놓고 동네의 어려운 이들을 대접하던 풍습이 있었다. 부족한 가운데 십시일반 이웃과 나눌 줄 아는 정과 여유가 있었기에 풍요가 넘치는 지금보다 더 살만한 세상이었다.
젊은이들은 젊은이들대로 어른들을 섬겨야한다는 마음가짐을 당연시했다.
당시 의정부지역 대학생 모임에서 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추석 명절을 맞아 친구들과 동네 경로당을 돌며 온갖 재롱(?)을 동원한 맹활약으로 어르신들을 기쁘게 해드렸던 기억이 아련하다. 돈은 없었지만 온몸을 날려 최선을 다하겠다는 순수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추억이지 싶다.
 
각별한 관심으로 이웃의 형편을 살피는 배려심이 필요한 때다.
나만 배부르고 나만 만족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천민주의의 소산이다.   
이번 추석만큼은 골치 아픈 정치문젤랑 잊어버리자. 경제 고민도  접어버리자. 교육 현장의 산적한 문제도 일단은 깡그리 로그아웃 시켜버리자.
그러고 나서  상대적 박탈감으로 그들의 삶이 더 힘들어지지 않도록 추슬러 보자. 
진정한 의미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것으로 한가위 명절의 참의미를 새겨보자.   
그런 의미에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시선을 돌리는  마음의 여유부터 챙기면 어떨까 싶다.
어려운 이웃의 삶을 돌아보겠다는 다짐부터 하자.   
그렇게 아파트 장벽을 부수는 소통의 힘으로 사람사는 세상을 복구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도록 하자. 

다시 출발점이다.
이 모든 출발점들이  이번 한가위를 맞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지상 최대의 과제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2011. 9. 11)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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