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짓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짓

오늘의  관심사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남자 16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딴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팀의 쾌거다.   특히 예선전에서 팀의 일원으로 최선을 다해 기적을 일궈낸  '의족 스프린터' 피스토리우스의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짓으로  나의  뇌리에 남아있다. 
뿐만 아니라  '장애,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의지의 문제일 뿐 누구나 나처럼 달릴 수 있다'며 그가 전한 감동 역시 예사롭지 않게 나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그래서 일까?
스타트도 느리고 동작도 자유롭지 못한 그래서 힘은 배로 들고 스피드는 격감될 수 밖에 없는 의족의 한계를 극복하고 육상계에 한 획을 긋고 나선 인간 승리를 향한 경이에 찬 찬사를  아무리  쏟아내도 물리지 않는다.  
 피스토리우스에게  관심이 쇄도하고 있다.  비록 결승에서 직접 뛰지는 못했지만 사상 최초로 세계 선수권 무대에서 메달을 거머쥔 장애인을 향해 세계의 열광과 이목이 쏠리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스티븐 호킹이나 헬렌켈러가 엄청난 장애를 극복하고 위대한 인간 승리를 보여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존감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생각을 새삼하게 된다.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인생이기에 어떤 역경에도 굴복할 수 없다는 의지야말로 주어진 저마다의 길을 꿋꿋하게 갈 수 있도록 가장 힘 있게 채근하는 동력이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자신에게 주어진 장애의 극복이 인류 역사에 위대한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 통과의례를 의미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문득 하게 된다.
확실한 것은 장애가 인간에게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한 구체적인 ‘자극’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자기의 부족함을 인식하고 그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다보면 장애물도 뛰어넘게 되고 인간의 한계도 지워버리게 되는 일거양득 같은 거 말이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장애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일 뿐 누구도 예비 장애인의 운명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장애가 인간의 일상에, 불편 같은 평이한 모습으로 자리잡게 됐다. 장애가 우리의 의식에서 더 이상 특별한 징후로 작동하지 않는 것도 낯설지 않다.  장애는 특정인에 가해진 불운이라기보다 일상적으로 겪게 되는 불편함 같은 것이라는 것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게 됐다고나 할까.
 피스토리우스 경우만 해도 그렇다.
불편한 의족은 그로 하여금 세상을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자극하는 동기가 됐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뛰어 넘었다. 해 낸 것이다.
세상은 그의 부자유한 지체를 우려했지만 이제 상황은 모든 게 달라졌다.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마음이 병든 사람이라면 지극히 건강한 사고로 일반 대중을 리드하고 있는 피스토리우스와 더 이상 나란히 견줄 수 없게 된 것이다. 

앞으로 그가 어디까지 더 기록을 단축하고 얼마나 더 사람들에게 갈채를 받게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솔직히 더 이상 그의 상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 같지 않다.  그가 이미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인내와 노력으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그렇더라도  그의   존재가 뜀박질을 통해 인간의 위대함을 발견함과 동시에 우리의 태생적 한계들을 극복할 수 있게 인도해주는,   조금은 긴  호흡의 자극으로  남았으면   싶다.
훗날  인생을 마감할 때 내게 주어진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열심히 극복하고 살았노라고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삶이고 싶은 개인적인 간구도 있다.
                         (2011.  9.  2)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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