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7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안철수 현상의 본질

  안철수 현상의 본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장의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을 바라보는 시선이 복잡하다.
대승적 차원의 통 큰 결단인지 좀 더 큰 판을 노린 고도의 꼼수인지를 헛갈려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안 원장에 대한 이런 저런 반론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돌풍을 예고하는 조짐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불출마 선언 직후 진행된 대선 후보 가상대결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제친 결과로 대번에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른 현상 등이 그것이다.
기성정당의 위기가 장외 선수의 몸값 띄우기를 주도하는 아이러닉한 현실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만큼 국민 상처가 깊고 큰 반증일 것이다.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과 좌절이 얼마나 컸으면 정치문외한에 불과한 그에게 이렇게까지 매달릴 수(?) 있을까 싶다.
  
안철수 현상의 본질은 위기에 처한 정당정치에 있다. 
무소속이나 시민후보를 자처하는 안 원장도 그렇고 박 변호사도 탈 정치권 인사라는 사실 만으로 막대한 프리미엄이 붙는 분위기다. 실질적인 가치보다 무게가 더해 판단되는 현상이 진실여부와 상관없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정당 내부보다는 바깥에서 몸을 풀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그럴 듯 해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현상이다. 이 모두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기존 정당의 자업자득 측면이 강하다.
실제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인물군들이 정당의 러브콜에 일정 정도 선을 긋고 관망하는 상황도 예년과 많이 다른 모습이다. 선거 때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정당 공천을 얻어내려던 정경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정치의 근간이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대의정치 명분 말고도 정당정치가 내포하고 있는 덕목이 많다. 특히 정치인에 대해 국민이 직접적 통제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단순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정치적 소양을 길러내는 목적보다 더 유의미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정당의 이념과 정강 정책에 따른 개별 행위에 대해 국민의 견제와 비판, 또는 지지가 가능하도록 하는 정치참여 허용을 통해 책임정치 실현의 주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정당정치의 중요한 기능이기도 하다. 
중국 공산당 리더십의 산실로 대변되는 '상하이방(上海幇)'의 역할에서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밑바닥부터 행정 경험을 쌓고 많은 훈련과 상호 경쟁을 자원으로 삼아 능력있는 인재를 배양해내는 상하이방은 정당정치의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케이스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정치 현실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안철수 원장의 결단이 요구된다. 
정치권에 대한 좀 더 진지한 접근과 행보를 고민하라는 주문을 그에게 하고 싶다.  
더 이상 장외에서   '순도'를  앞세워 천상천하 유아독존 경지를  즐기는  걸 당연시해서는 안 되겠다. 본격적으로 주변 정리를 마치고 정치판에 과감히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폭발적인 기대감으로 성원을 보내고 있는 국민에 대한  도리라는 생각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실천하려면 정당 결성이 즉답이다.  
최우선 적으로 정강정책을 내걸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으는 일부터  권면하는 바이다.  정치 신인도 좋고 기존 정당에서 뜻이 맞는 사람들도 무방하다.  그들의 처음 열정을 결집시킬 수 있는 안건이면  된다.  그렇게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묶어 적극적인 결사체로 만들고  정치적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 책임감과 인내심으로 어려움을 함께 나누겠다는 개인적 각오를 공동체적 동기로 승화시켜 거듭나야 한다.  
안 원장이 지금 받고 있는 국민적 지지는 기존정당들이 미처 수렴하지 못한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몰을 원하는 국민적 열망이다.  이 점을 간과한다면 영원히 그 답은 없다.  

정치의 핵심은 세력화다.
오세훈 전 시장의 ‘도중하차’만 해도 그를 위한 적극적인  지지세력이 존재했다면 조금 다른 상황으로 전개되지 않았을까 싶다.  정치 세력화 과정은 백신 만드는 일과는 다른 점이 많을 것이다. 개인기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돌발 변수 등 정치공학적   측면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어려울 때  이해로  보호해주는  동료나 집단의 힘이 필요하다는 현실 인식이 가능해졌을 때 비로소 땅에 발을 붙인 정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보완하는 것도  진정한  의미의 혁신이라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다음 자신의 세세한 부분까지 전부 도마 위에 올려놓고 검증받겠다는 각오를 보여라.
그것이 안 원장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고 국민들에게도 바람직한  절차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모든 게 불투명하다.
그런  가운데 국민을 대상으로  백신실험 하듯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안철수식 자유는 아직은 우리 사회에 낯설다.   정치인으로서 정제되지 않은 창의성은 신선하고 청량감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신뢰성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칫   이방인의  방종으로  비춰지기  쉽다.  녹록지 않은  저항감이다. 
국민 스스로도 부화뇌동 하기보다  그가 과연 정치적 대안이 될 수 있는 인물인지 여부를  꼼꼼하게 짚어보도록 하자.  무조건적인 열광이  오히려 모두의 안녕을 헤치는 흉기가 될 수도 있음을 알자.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도도한 흐름을 멈추지 않는 역사의 주인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2011.  9.  7)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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