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3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선언의 미학

선언의 미학
사람들에게 충격이긴 충격이었나 보다.
만나는 사람마다 ‘강호동’ 이야기를 꺼내는 기현상이 추석 연휴내내 이어졌다. 
대부분  갑작스런 잠정은퇴 선언에 대한 갑론을박이었지만 간단치 않은 그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특히 그의 신속한 자성이,  위장전입이나 세금탈루 등에 대한 들끓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자리보전하고 있는  고위 공직자들의 면면과 비교되는 현상은 흥미를 더했다.   
생즉사 사즉생의  아주  간단한  삶의  진리가 교차 실현되는 현장을  목도한  가벼운 흥분도  있었다.
 
사람들은 제각각의 위치에서 강호동 사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중 잠정 은퇴 기자회견 이후 급격히 확산되는 기류를 보이고 있는 동정여론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연 수익이 300억 규모라는데 세무처리를 본인이 직접 처리하기보다 분명 회계사나 세무사의 도움을 받았을 거라는 전제로 강호동을 두둔하는 움직임이 적극적이었다. 실무자 차원의 잘못을 은퇴라는 결론으로까지 몰고 가는 건 지나치다는 논리도 나름 설득력을 얻고 있는 듯 싶었다.
반면에 국민MC로 불릴만한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게 당연하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양보해도 수억원을 추징당한 현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고 어떤 형태든 강호동에 대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특히 그동안 그의 인기를 뒷받침 했던 연예인답지 않게 투박하고 순수한 시골청년 같은 이미지를 잃게 한 이번 사건은 강호동의 앞으로의 입지를 어렵게 할 거라는 걱정은 당사자로선 상당히 무게를 갖고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이긴 하지만 이번 사건이 울고 싶은데 뺨 때리는 격으로 강호동의 (예정돼 있는 종편행을 포함한) 다음 행보를 위한 호재라는 주장까지 대두됐다. 말하자면 그의 은퇴선언은 ‘꿩먹고 알먹겠다’는 꼼수가 아니냐는 식이다.
그러나 좋건 싫건 하나의 스타상품으로 존재하는 그로서는 개인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극히 제한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강호동의 잠정 은퇴 기자회견은 그를 돕고 있는 전문가 그룹이 고도의 전략으로 만들어 낸 또 한편의 드라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하는 이유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잠정은퇴 결정이야말로 잘 계산되고 준비된 고도의 전략일 가능성은 있다. 지금 시점에서 결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으로 말이다.
 
살다가 덜컥수에 덜미를 잡히는 경우가 강호동 같은 인기연예인에게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스타나 정치인은 물론 잘 나가는 삶이거나 평범한 삶이거나 감기처럼 슬그머니 인생에 덫으로 다가오는 복병과의 조우에서 예외가 되는 대상은 없는 것 같다.
다만 똑 같은 횡액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그 인생이 갈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음이 다행이라면 다행이겠다. 실제로 어려운 처지라도 상황판단을 잘해 이를 극복하면 더 큰 가능성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그 결과는 대부분 뻔했다. 이는 유승준, 엠씨몽, 신정환 등 인기 절정에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스타들의 사례에서도 입증된 바다.
이들에게는 나름의 문제로 팬들의 차가운 외면을 받자마자 활동 공간을 잃어버린 스타라는 공통점이 있다. 상황을 잘 극복하지 못한 케이스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건 싫건 크건 작건 실수건 고의건 난관은 극복의 대상이라는 생각이다. 결국은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불운이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오랜 시간 자기관리에 철저했고 늘 준비하고 노력하던 사람이었기에  그의 진정성에 더 무게를 두고 싶다. 
이 혼돈의 시기를 지혜롭게 대처해서 변함없는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그래서 몇 가지 조언을 주고 싶다.
일단은 ‘잠정’ 기간을 조금 길게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빠른 시간 안에 누구나 깜짝 놀랄 만큼의 ‘통큰 기부’를 실천하면 어떨까 싶다. 개산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50억 100억 정도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쾌척할 것을 고려해보기 바란다.
그리고 컴백할 때는 노약자, 장애인 등 소외 그룹을 위해 텔레비전에 중계되지 않는 무료공연을 기획해보기를 권한다. 여력이 된다면 해외 교포를 위해 뭔가를 계획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등 화려하고 잘나가는 지역이 아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오지의 교민들을 찾거나 아프리카 난민 구호를 위한 활동을 펼치는 건 어떨까 싶다.

무엇보다 절대적으로 명심해야 할 일이 있다.
꼼수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세간의 의혹처럼 이번 잠정은퇴 결정이 종편행을 위한 전략적 차원의 접근이었다면  애시당초 포기하는 게 낫다. 잠깐의 영달을 위한 꼼수가 영구 퇴출과 사회적 매장을 자초하는 지름길이 될테니까. 
 이는 강호동 자신이  스스로에게 채운  족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의미에서 실수는 인간의 몫이고 용서는 하나님 몫이라는 생각한다.   실수 없는 인간은 없고 용서받지 못하거나 극복하지 못할 난관은 없다는 뜻이다. 

강호동 당신의 건강과 행운을 빈다.  
낙담해서 자포자기로 자신의 귀한 인생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모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더불어   그대를 향한 팬들의  순수한 기대치를  저버리는 일이 없기를 당부드린다.
                         (2011.9.13)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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