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8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이번 만큼은

이번 만큼은

후보 간 난타전이 줄을 잇는 걸 보니 서울시장 선거가 본격적인 선거전 모드로 진입한 분위기다. 단 한사람만의 승자를 전제로 한 생존경쟁의 치열한 사투가 가장 원시적 형태에 근접한 상황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나도 선거를 치러봤지만 선거의 묘미는 촌각을 다투며 승부를 내야 하는 특성 상 밀도 있는 긴장의 순간이 아닐까 싶다. 시시각각 전개되는 드라마틱한 순간순간의 긴박감을 어떤 식으로 대응해가며 풀어내느냐에 따라 선거의 승패가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선거전에 나선 후보의 잠깐의 실수가 치명타로 이어지는 상황이 드물지 않은 것도 선거판의 이런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실제로도 대수롭지 않은 방심으로 공들여 준비한 스스로의 정치인생을 접어야 했던 비운의 정치지망생들의 아픈 사연이 적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판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정서가  ‘비정한 살벌함’이다. 
상대를 이겨야 비로소 자기 몫을 챙길 수 있는 생존법칙이 가장 정밀하게 적용되는 판이니만큼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거기다 상대의 방심을 ‘확대재생산하고 가공까지 하는 솜씨’를 갖춘 상대를 만난다면 으스스한 일이다. 비정한 정치판의 진수를 다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만 해도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다투는 후보끼리의 난타전이 간단치 않은 기류를 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박원순 후보가 재벌후원금이나 개인 재산 등의 문제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는 가 싶더니 이번에는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대형사고(?)로 이목을 모으고 있다.
홍보를 위해 장애 시설의 12세 장애우를 발가벗겨 목욕시키는 장면을 여과없이 언론에 노출시켰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가 본데 그런 의도가 없었다는 나 후보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일파만파로 확대되는 조짐이다. 급기야 장애인 관련 단체들이 그녀를 인권위에 고발했다는 소식이고 보면 나 후보의 불운이 해프닝으로 끝나게 될 것 같지 않다. 장애인 인권 침해사례 고발로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도가니’의 흥행도 나 후보에게는 복병인 셈이다.
무엇보다도 한나라당 처지가 곤혹스럽게 됐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비슷한 처지였던 정동영 당시 민주당 후보를 격렬하게 성토했던 지라 이번에는 어떤 입장을 들고 나올지를 궁금해 하는 언론의 호기심 앞에서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물론 아직은 선거 초반인 만큼 앞으로 또 어떤 후보가 어떤 일로 후보검증의 촘촘한 그물코에 걸려 곤욕을 치르게 될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인성의 치명적 결함이 아닌)후보의 실수가 서울시 수장을 선택하는 기준의 전부가 되는 건 또 다른 문제의 출발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유권자들 태반이 후보를 잘 알지 못하는 가운데 투표에 임하고 있다. 자신의 뜻을 대신해 일을 맡길 사람을 선택하는데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조차 알려 하지 않는다.
선거가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임을 감안할 때 그것은 유권자의 결격사유다. 공적 참여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을 유기하는 것으로 후진 정치 현실을 정치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는 명백한 사유가 된다. 최소한 스스로가 정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주체인 현실을 의식한다면 많은 부분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국민들이 정치를 비난하기는 해도 실질적으로 정치를 업그레이드 시키거나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만은 대한민국 대표인 서울의 수장에 누가 적합한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겠다. 좀 지독하다고 할 정도로 조사하고 의견을 만드는 노력 등으로 유권자의 의무를 다하는 선거로 만들어야 한다. 명확한 의사를 반영한 투표로, 내년 총선국면에서 정치권이 유권자의 바라는 바를 오판하지 않도록 시그널을 보내는 것도 정치발전의 시금석을 놓는 길이다.
특히 할 일이 많은 서울시장에는 대권을 꿈꾸는 사람보다 착실하게 서울시정에 집중할 수 있는 일꾼이 필요한 측면을 감안했으면 한다. 서울시장 직을 통해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단체의 이익보다 서울시민의 이해관계에 더 민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노력도 중요한 계기가 될 거라는 생각이다.
정치권 역시 대오각성을 통해 거듭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위기의식을 느껴야할 때다 .
여당이 됐건 야당이 됐건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는 정당의 말로는 뻔하다.
당리당략보다는 국민의 뜻을 살펴야 하는 의미를 깊이 새겨보도록.
 
“두려움은 직면하면 그 뿐, 바람은 계산하는 게 아니라 극복하는 것”
최근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자극하며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최종병기 활’의 마지막 대사다. 야구 감독도 인용하고 우리 교회 목사님도 인용하고 민주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도 인용할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거기에 나도 한마디 보태고 싶다.
“국민은 정치를 극복의 대상으로만이 아니라 계산도 해야한다고 말이다.  그래야만 정치가 한단계 엎그레이드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 할 수 있습니다. 정치의 주체가 되고 책임도 지겠다는 각오로 유권자 권리 행사에 신중을 기하는 국민이 됩시다” 
                            (2011. 9. 28)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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