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8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집중호우

집중호우
  음....폭우의 위력은 대단했다.
고작 이틀간인데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초토화 시키고 경기도 곳곳을 아비규환의 도가니로 만들어버렸다. (개인적으로도 학교나 아프리카 박물관에 크고 작은 폭우 피해를 수습해야 했다)
거침없이 치고 나오는 자연의 기세에 눌려 처참하게 널브러진 피해 현장이 민망할 지경이다. 위용을 뽐내던 도시의 화려함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물 폭탄 세례 앞에서 건물이 붕괴되고 사람도 자동차도 도로도 스스로의 의지로 버티지 못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다치고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들이 줄을 이으며 인간은 그저 무기력한 피조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그렇게 납덩이같은 근심을 가슴 한 가득 쌓아 올리는 후유증을 남겼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가 이번 폭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기상도가 변하고 있다는 건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동안 뚜렷한 사계의 경계를 구분했었는데 아열대로 바뀌면서 점점 사막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복되는 폭염과 폭우 등 기상 이변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한 여름 국지성 폭우는 정례화 된 자연 현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예측 가능한 재해인 만큼 이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책이 있어야겠다.
더 뜨겁고 더 춥고 그리고 폭설과 폭우로 우리의 일상을 뒤 흔드는 이상기후는 더 이상 이변이 아니다. 강 건너 불도 아니다. 우리나라만의 현상도 아니다. 솔직히 지진이나 쓰나미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상 이변을 목격하면서 그 동안 자연에게 몹쓸 짓을 너무 많이 했다는 자책감을 갖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여행 중 뉴욕을 방문했던 때도 마침 108도(화씨이긴 하지만)를 기록, 뉴욕 역사상 가장 더운 날이었다는데 머리가 아플 정도로 뜨거운 태양열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세계적 관광 요충지답게 어마어마한 분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더미가 놀라웠다. 그것을 보니 과연 뉴욕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걱정됐다. 

작년 추석 무렵에도 국지성 호우로 도심이 물에 잠겨 우왕좌왕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여전히 광화문 인근이 물바다가 돼 있고 우면산 토사물이 주택가를 덮쳤다.  이번에는 다수의  인명이 희생되는 등 인명과 재산 피해가 훨씬 더 확대됐다.  
무지한 건지 오만한 건지 모르겠지만 산 중턱을 깎아 도로를 내거나 산 밑에 주거지를 마련하면서 산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이 사태를 키운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참변을 당한 우면산  인근에는 산사태에 대비한 최소한의 방재시설도  전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참 할 말이 없다.
인간의 어리석음을 탓하는 자연의 분노가 극에 달한 느낌이다. 
 강펀치로 자연에 응징 당할 만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수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공격과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상투적인 답변이  공방을 벌이는 현실에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이런 식의 ‘물난리’를 처음 겪는 게 아닌 만큼 인재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다른 건 몰라도 작년 추석 무렵 집중 호우로 물에 잠긴 광화문의 모습은 재현되는 일이 없어야 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서울시는 오히려 홍수 방재 예산을 무려 1/10로 줄여버렸다.  별반 달라지지 않은 대책마련 매뉴얼도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으로선 잘못의 소재를 따지기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머리를 모아야 할 때다. 기왕의 문제점으로  다툴게 아니라  피해의 최소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예로부터 치산치수를 국가 통치의 근간으로 삼았던 이유는 그것이 백성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추상같은 절대 권력이 추종되는 시절이었지만 치산치수에 실패한 군주는 그날로 끝이라는 위기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바른 마음으로 나라를 다스려 백성을 행복하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철학을 모토로 형성된 나름의 정치관이라 하겠다.
그런 점에서 우리보다 천년이나 앞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하수시설을 만들어 도심 홍수에 대비한 비엔나, 파리, 콘스탄티노플 등 유럽의 대도시 치수 정책 사례를 찾아 공부하는 것도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오래 전 지하공간을 활용, 서울의 3호 터널보다 더 크고 높은 배수로를 만들어 치수에 대비한 안목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웃나라인 일본 도쿄의 치수 정책에서도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다. 1982년 도심 홍수 피해를 당한 그들은 빗물을 탱크에 저장하거나 지하에 침투시키는 방식으로 하수구의 빗물 유입 속도 조절에 성공, 침수피해도 막고 빗물 자원화에도 성과를 내는 치수 정책을 완성했다.
 
바야흐로 선진국 대열 합류를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다.
21세기를 견인하겠다는 의욕이 충천해 있는 우리가 치수정책의 실패로 도심을 물바다로 만들고 산사태로 도로가 마비되는 모습으로 전 세계에 중계되는 현실은 상당히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세계적으로 비상하겠다는 중국의 야심이 고속철 사고로 하루아침에 스타일을 구겼던  상황이 겹쳐진다.
물론 인간이 하는 일인 만큼 실수는 물론 시행착오 역시 불가피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국제사회를 리드하려면 그에 걸 맞는 명성과 신뢰를 잃는 일을 자처해서는 안된다.
성실한 이미지는 아주 중요한 덕목이다. 
이번 피해복구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의 저력을 발휘해보도록 하자. 
결실 여부는 결국 우리의 노력에 달려있다.   
해보자.                      (2011. 7. 29)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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