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14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함께 나서자

함께 나서자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해병대 사태’가  갖가지  우려를 낳고 있는 요즈음이다.
그 와중에 근절되지 않는 구조적인 악습이 그 원인이라는  군 인권센터 등의 구체적 조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강화도 총기 난사 사건을 비롯한 군인들의 연이은 자살(해병대만 해도 이달 들어  7번째) 과정에 심각한 수준의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것이다. 휴가병과 전역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의  피해사례 유형만 해도 30가지나 된다니 그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 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새삼스럽게 그 잔혹하고 엽기적이기까지 한 가혹행위 정황을 옮기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사건 발생 당시  총기 사건의 배경으로 지목됐던  ‘기수 열외’의 충격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현실을 생각하면  위기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
  
 1971년 경,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시행했던  ‘인간의 심리변화를 알아보기 위한 가상 실험’을 소재로 만든 영화 ‘엑스페리먼트’가 떠오른다.  당초 14일 예정의  실험이었는데   6일을 넘기기도 전에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등 인간의 정상 궤도를 넘는 이상 증세를 보여 급기야 실험을 중단하고 만  결론의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 과연 인간에게 자유의지라는 게 존재하는가라는 회의에 빠지게 된다.  솔직히  그동안 신봉하던 ‘성선설’에 대한 확신까지도 마구 흔들리게 하는 충격을 줬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실험에 참여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지극히 이성적이고 이타적 자세를 견지하던 사람이 그 짧은 사이에 살인을 저지를 만큼 본래의 자아를 상실하게 되는 현실이다. 환경에 지배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한 한계를 절감하게 되는 씁쓸함을   맛보게 했다.

영화에서 진행된 실험상황을 비인간적인 집단 논리에 매몰된 병영 내 현실과 비교하면 보인다. 인간이 개인이 아닌 집단 속에 들어 있을 때 얼마나 더 많이 잔혹해지는지, 얼마나 빠르게 환경의 지배를 받아들이게 되고 집단 체면에라도 걸린 듯 자신의 본심을 잃어버리게 되는지 알게 된다.
영화 속 가상 감옥과 통제 일변도인 병영의 현실이 다르지 않다는 전제가 허용된다면 인간이 환경에 지배되어가는 과정도 군대나 감옥(실험에서 설정한 소재)이나 차이가 분명 없게 돼 있다. 이는 가학적 상황에 반응하는 인간의 심리 표출이 비슷한 여건의 각각 다른 환경에서 보여주는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치와 같다.
발본색원, 엄중처벌. 병영문화의 체질 개선....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제시되는 처방의 형태가 달라지지 않는 현실이  고민이다. 
어제 오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만큼 근원적인 해법이 있어야 할 텐데 큰일이다.
때 마침 해병대 사령관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치유책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병영 내 가혹행위 정황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자살도 그렇고 총기 난사 사고도 그렇고 근절되지 않는 구타와 가혹행위도 그렇고.
병영문화에 어둠을 드리우는 이 주범들을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답이 안 보인다.
도무지 근절될 기미가 없다.
아무리 병영 문화 개선을 위해 대책을 마련한다 해도 결국은 본질의 문제 아닐까 싶다.
선임병의 보상심리가 부적절한 병영 내 문제를 유지하는 고리의 시작일 수도 있다. 살아 온 환경이 각기 다른 선ㆍ후임병의 인식 차이가 충돌하게 되면서 가학과 피가학의 질서를 생성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고참이 신병을 비정상적으로 괴롭히는 ‘가학’들이 개인주의가 극대화된 환경에서 양육된 아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기는 악순환을 우선적인 문제로 지목할 만하다.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으로 존재하는 우리로서는 강한 군병력이 요구되는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고 엄격한 훈련이나 질서를 강요하는 식의 지휘체계를 강군 구축의 수단으로 내세우는 건 21세기에 맞지 않다.
특히 구타와 가혹행위, 그리고 집단 따돌림 등의 저해요소를 관행으로 수용하자는 식의 논리로 군 개혁을 이루고자 한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낫다. 자칫 도로에 그칠 공산이 크다.
강군 건설에는 기존의 구태한 병영문화를 근원적으로 바꾸겠다는 확고한 실천의지가 기본이다. 가혹행위가 됐건 왕따 문화가 됐던 지속적인 교육과 인간에 대한 현실적 이해를 통해 내가 싫은 것은 남에게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근본도리를 알게 해서 불행한 사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합리적인 병영생활도 강군을 만드는 데 바람직한 처방전이 될 수 있다. 효율적인 지름길을 안내해 주는 충직한 이정표의 도움을 받는 쏠쏠한 재미를 생각해 봄직하다. 비상식적이고 비인간적으로 밀어붙이는 기계적인 트레이닝 과정은 영화같은 가상세계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실전에서는 강군은커녕 원치 않은 부작용만 초래하게 된다는 사실도 명심할 일이다.
 
늦은 나이에 군에 입대해 어린 사병들과 같이 생활해 본 개인적 경험으로는 서로를 존중해주는 인격적 대우의 중요성을 강조할 만하다고 본다.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더라도 이성적인 분위기 속에서 차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인격적으로 무시당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지극히 비상식적인 폭력에 노출되고 만다는 것을 깊이 명심할 일이다.
바람직한 군 문화 조성에 민관이 도울 수 있다면 함께 팔 걷어 부치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훌륭한 병영 문화가 대한민국을 좋은 나라로 만드는 데 있어 학교 못지않은 중요한 기반이 된다는 '진리'를 무기삼아  말이다.
자, 함께 나서자.                         (2011. 7. 13)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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