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10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짝퉁, 게 섯거라!

짝퉁, 게 섯거라!



중국의 짝퉁시장을 가 본 사람은 안다.
그곳의 짝퉁 업계가 얼마나 엄청난 규모와 다양성으로 가동되고 있는지, 마치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을 듯한 기세로 얼마나 활기차게 판을 주도하고 있는지.
세계의 수많은 브랜드들이 중국의 짝퉁 시장을 경고하고 있고, 이를 근절시키기 위한 수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의 짝퉁 시장 기세가 꺾이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솔직히 중국에서 짝퉁 근절을 기대하는 자체가 현실적으로 이미 어려운 일이 됐는지도 모른다.
일상용품부터 식용재료에 이르기까지 일단 그 왕성한 레이더망에 포착되면 그 어떤 제품이 되었건 짝퉁 모델로 낙점되는 운명에 직면하게 된다. 심지어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등 세계적인 업체조차도 교묘한 유사상호 조작으로 명성을 더하고 있는 중국 짝퉁업계의 재물이 되는 상황이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짝퉁들은 이 방면의 프로조차도 구분이 힘들 정도로 놀라운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세계의 정품 유통시장을 교란할 만큼 엄청난 조직력과 치밀함을 보이는 짝퉁시장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는 건 아닌지 의혹을 살 지경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사 주신 고급 손목시계 생각이 난다.
당시로서는 몹시 귀한 물품이었던 만큼 내 손목에 걸려있는 시계를 한번만 찰 수 있게 해 달라는 친구들의 요청이 쇄도하는 건 너무도 당연했다.
그러나 시계와의 인연은 짧게 끝나고 말았다. 교회 발표회 때 꼭 시계를 차고 무대에 서고 싶다는 친구에게 빌려준 이후 시계가 내게 다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버지께 혼날 것이 두려웠던 나는 궁여지책으로 친구가 구해 온 프라스틱 시계(달라시계라고 불리던 헐값의 짝퉁 시계였다)를 대신 차고 다니다가 어느 날 드디어 시계의 행방을 묻는 아버지의 추궁에 답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리고 얼결에 대답한다는 것이 ‘더 좋은 시계여서 바꿔 차고 다닌다’고 둘러댄 거짓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어린 나의 꼼수를 모를 리 없으셨을 텐데 아버지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러면서 “나쁜 사람이 좋은 사람을 대신할 수 없고 나쁜 물건이 좋은 물건을 대신할 수 없다. 사람들이 급하게 구색을 맞추거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우선 당장 손쉬운 방법을 생각하기 쉬운데 결국 자기 자신을 속이는 행위가 되어 낭패를 초래하게 된다”는 말씀으로 훈육하셨다.

짝퉁은 시장에만 있는 게 아니다.
정치판에도 짝퉁들이 넘친다.
때 마침 신문을 보니 유력 대선 주자를 팔아 호가호위하려는 정치판 짝퉁들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기사가 눈에 띈다. 해당 정치인을 팔아 사람들을 모아 세를 얻으려 하거나 스케쥴 핑계를 대며 참석 일정이 취소됐다는 거짓말로 국민을 기망하거나 함께 찍은 사진을 내세워 핫라인이 가동되는 측근을 자처하는 짝퉁들이 우글거린다는 내용인데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후죽순으로 범람하는 짝퉁들의 진상이 난무하는 현실은 걱정스럽다.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심히 우려하게 되는 부분이다.
정품 보호를 위해서는 짝퉁 근절이 가장 근원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유혹을 이기지 못해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거나 값싼 허영심을 만족시키고자 하는 욕심을 버려야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향 싼 종이에선 향내가 나고, 생선 싼 종이에선 비린내가 난다는 옛말이 있다.
짝퉁이 절대 명품을 대신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겠다.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짝퉁들의 호가호위를 막는 일이 얼마나 중차대한 사명인지를 많은 이들이 이해하고 동조할 수 있었으면 한다. 세상을 어느 정도 살아본 지금, 그 옛날 손목시계 사건 당시 아버지께서 전하고자 하셨던 의중을 다 알아들을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이다.
우리 삶에 짝퉁이 끼어들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짝퉁 변별법’을 가르쳐 드리겠다.
유난히 큰 목소리로 허장성세를 부리거나 기름지거나 때깔이 좋거나 또 무엇인가 과시하지 못해 안달을 부리거나.... 이런 치들은 가짜일 확률이 높다.
유력 정치인일수록 많은 사람을 만날 수 밖에 없다. 특히 선거 때는 손에 붕대를 감을 정도로 악수하고 사진 찍히는 일이 일상화 돼 있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악수 한번 하고 사진 한번 찍었다고 특별한 인연임을 내세우는 인간일수록 짝퉁일 가능성이 높다.
특별히 경계 경보로 관리해야 할 가짜들이니 조심하길 바란다.

(2011. 7.10)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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