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13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인내의 리더십

인내의 리더십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한 한나라당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무총장 인선으로 불거진 내홍이 봉합될 여지를 보이지 않아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급기야 측근을 사무총장에 기용하려는 대표와 이에 반발하는 두 최고위원 간의 기 싸움이 합일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결국 대표 강행으로 사무총장 임명이 표결로 처리되는 전무후무한 사태가 벌어졌다.
신임 대표의 리더십 부재를  걱정하는  당내  중진들의 질책이 쏟아지는 상황이 전개되기도 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크게 눈에 들어오는 ‘새로운 한나라당’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하고 부끄러워진다.

물론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속사정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또 다시 한나라당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는 민심의 현장은 더 잘 보고 있기에 조바심이 생긴다.   친 한나라당 성향 쪽에서는 ‘과연 내년의 중요한 대소사를 잘 이끌어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불안해하고 있고, 반대 진영에서는 ‘그럼 그렇지’하는 비아냥과 기대감(?)으로 한나라당 지도부의 불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적진을 향해 화력을 모아도 시원찮은 판에 헤게모니 다툼으로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는 모습이 정말로 딱하다. 설마 ‘봉숭아 학당’이라는 세간의 조롱을 ‘애칭’으로 즐기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부터  리더십  구설에 휩싸인   당사자로선  억울하고 답답한 일단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이런 저런 조직의 수장을 맡을 기회가 많았던 만큼 (고하를 막론하고 그 지위들이 내게 ‘수혜’의 의미였던 적은 거의 없다. 오히려 결단을 요구받는 압박감에 고민했던 기억이 더 많다) 화려함 뒤에 감춰진 리더의 고독한 눈물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홍준표 대표가 조금은 더 인내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쉽다. 
정말로 자신만의 개혁정치를 하고 싶다면 지금으로선 탕평인사가 최선인  현실을 그는 외면했다. 탕평인사를 단행하고 이를 무기삼아 개혁과 보수의 가치를 밀고 나가는 게 자신의 꿈에 근접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텐데 성마름을 너무 원색 그대로 표출하는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서민을 보살피고 경제를 살리는 정치를 지향해야 한다는  바람직한  방향설정 (남이 가지 않은 길을 통해 국민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이슈를 짚어낸 홍 대표 특유의 순발력이 돋보이는 측면이기도 하다)에도 불구하고 손쉬운 하책을 선택했기 때문에  실기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제되지 않은 조급함 때문에 훌륭한 의도가 묻히고 있는 상황이다.
또 지나치게 솔직하고 직설적인  언행이  장애물이 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도 있다. 이제는 개인의 개성에 치중해서는 안될 집권 여당 대표로서의 의전을 요구받는  처지임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언행 하나하나를 왜 태산처럼 무겁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과 자각이 시급하다. 


구성원의 의욕을 북돋아 조직의 성공을 이끌어내는 게 리더의 역량이라면 강압적이기보다는 구성원 저마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감성의 리더십이 우위라는 생각이다.
리더십의 성패는 리더가 구성원의 자발적 충성을 얼마만큼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구성원과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리더의 역량에 달려있는 셈이다. 갈수록 ‘섬김의 리더십’이 중요시되는 사회적 분위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리더의 ‘성마른 결론’은 독이 될 수 밖에 없다.
구성원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장을 조정해 본 개인적 경험으로도 ‘인내와 시간 그리고 기다림’ 이 세 가지 키워드가 성공적 리더십의 왕도라는 결론이다. 
설사 밀어붙여야 할 상황이 되었다 해도 시간을 두고 좀 더 기다릴 줄 아는 리더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관전자들이나 관계자들이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까지 말이다.
그래야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그 결정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대표와 지도부의 리더십 성패에 따라 구성원의 운명이 결정되는 만큼 새 지도부의 성공적인 안착을 기원한다. 그러면서도 자꾸 걱정을 놓지 못하겠다.
우리 지도부가 국민은 둘째치고라도 당내 여론을 어떻게 수습하고 해결할지에 대해 생각하면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나 한 사람이 아니라 주위의 많은 당원들이 걱정하고 지적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한 배에 올라있는 공동체라는  숙명의식 때문이겠지.
부디 슬기롭게 백가쟁명의 어려운 위기를  잘 극복하고 봉합해서 좋은 결실을 맺는 리더십을 기대한다.
                                  (2011. 7.13)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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