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4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휴일 오후, 대학로 ‘정미소’에서 보직교수들과 부부동반으로 연극 공연을 관람 했다.
극단 ‘봉’에서 올린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라는 작품이었는데 단장을 비롯해서 출연진으로 경민대 출신들이 대거 참여한 공연이라는 소리를 듣고 힘을 실어주자는 취지로 나선 나들이였다. 폭우에도 불구하고 객석이 들어찰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제자들의 성공(?)을 확인할 수 있어 뿌듯한 시간이기도 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버지를 바꾼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에서 출발한 이 연극은 가족과의 불화로 겉도는 이 시대 아버지들의 우울한 군상 등 결코 편치 않은 소재를 재미로 풀어내는 미덕을 발휘하고 있다.
극중 아버지 민신일은 지나친 가부장 사고에 젖어 가족과의 교감을 도외시하는 가장으로 ‘군림하는 아버지 대신 ’좋은 아버지‘를 빌려주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된 동장에 의해 퇴출된다.  이후 그는  ‘진짜 아버지 권리보장 위원회’를 만들어 맞서는 과정을 통해 어려운 가정을 이끌어가면서도 가족의 가치와 책무를 중시하는 그러나 고지식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종국에는 진짜 아버지의 진의를 깨달은 가족들이 다시 모이게 되지만 갈수록 다양해지는 자식과 사회적 요구에 치이게 되는 이 시대 아버지들의 우울함을 적나라하게 환기시키는 작품이라 하겠다. 20세기형 가부장적 사고에 찌들은 독불장군 아버지와 새로운 시대를 요구하는 아들딸들의 21세기 형 사고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형성된 세대 간 갈등이 결코 간단하지 않은 현실을 짚어준 점도 이 연극의 강점이다. (연극 동호인뿐 아니라 가족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에게도 강추하고 싶은 작품이다)
 
그렇지 않아도 세대 간 갈등이 임계점을 치달으며 심각한 걱정을 낳고 있는 현실이다.
뒤늦게 인성교육 부재에 대한 자성이 일고 있지만 딱 부러진 대안이  제시되는  것도 아니다. 
세대간 ‘불통’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불화를 양산해  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제로 자식들에게 있어 부모는 단지 크레딧 카드의 기능으로만 부각될 뿐이고 부모 역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독립된 존재라기보다 자신의 유전인자를 물려받은 소유의 개념으로 자식을 받아들이는 데 더 익숙해 있다.
무엇보다 큰 불행은 불화가 방치되고 있는 현상에 있다고 본다.
관계 개선을 위한 그 어떤 노력도 없이 세대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형국이다.  ‘지하철 폭행녀’, ‘지하철 막말남’ 등으로 대변되는 사건들만 해도 소통부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시대의 병폐를 고스란히 보여 준 유형이라 하겠다.
그런 점에서 오래전부터 효를 만행의 근본으로 가르치고 있는 우리 경민의 교육이념이 새삼  소중해진다.  경민의 효교육이야말로 세대 간 갈등을 좁히기 위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의 실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틈만 나면 학생들에게 효에 대한 관념을 구체적으로 심어주고 실질적으로 행동하게 하고 끊임없이 강조해왔던 만큼 효 교육의 메카라는 자부심을 가질 만 하다는 생각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유난히 부모님 생각을 많이 떠올린   하루였다.
연극의 주제도 주제였지만 예배시간 목사님 설교 내용도 ‘좋은 부모’에 대한 것이었다.
오후에 잠깐 들른 아프리카 예술박물관에서는 장대비를 불사하고 나들이에 나선 3대의 화기애애한 모습을 목격했는데 깊은 여운을 주는 잔상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저녁에 다녀온 상가(喪家)에서는 더 이상 곁에 계시지 않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쏟아내는 통한어린 애가에 덩달아 뭉클해지는 기분이었다.
오늘이 어버이 날인가 싶을 정도로 온종일 부모님과 연관된 이벤트의 연속이었다.
 
잠자리에 누우니 요즘 들어 유난히 몸피가 작아진  어머니와  주름살이 부쩍 늘어버린 병상의 아버지 모습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속절없이 뜨거워지는 내 눈가의 변화는 내리는 비 탓만은 아니리라.
연극 공연 중 들었던 ‘어버이 사랑’을 꿈에서라도 목 놓아 불러보고 싶은 이 깊은 충동도.
                                                       (2011 .7 .4)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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