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0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그에게서 길을 찾다

그에게서 길을 찾다

 
지난 18일(현지시각)은 93번째 맞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생일이었다. ‘아프리카의 정치적 대부’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는 명성답게 국제사회의 지대한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이 (생존 인물 중)'우리 시대 최고의 위인'이라는 극찬의 축하 메시지로 그를 기렸고 생일 아침엔 남아공 전국 1200만 명 학생들이 동시에 축가를 부르며 그에 대한 메머드급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남아공은 물론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들이 ‘만델라가 67년 동안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정신을 기려 그의 생일마다 67분 동안 이웃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자는 취지로 유엔이 제정한’ ‘만델라 데이’ 정신을 실행에 옮기는 등 갖가지 축하 이벤트가 이어졌다.

지금의 아프리카로 새롭게 조명받기까지 만델라의 지대한 역할이 있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아프리카 해방은 그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희망의 화두였다. 44세에 종신형을 선고받고 27년간 갇혀있으면서도 단 한 번도 바꾸지 않았던 인생의 목표이기도 했다. 72세가 되어서야 감옥에서 석방된 이후 노벨상 수상이나 대통령 당선 등의 봄날을 맞았지만 인종차별 종식을 위한 그의 원초적 몸짓은 멈추지 않았다. 화해와 통합의 통치철학을 근간으로 삼아 모두가 함께 희망을 꿈꾸는 아프리카를 실현시켰다.
그 결과 쿠데타와 내전이 일상화된 아프리카에서도 평화로운 권력 이양이 가능한 현실을 보여줬고 대통령을 그만 둔 이후에도 사회 공헌을 위한 역할에 최선을 다한 그였다.
100년 전 막스베버는 이상적인 직업 정치인이 되려면 ‘자신의 숭고한 뜻을 짓밟는 세상의 어리석고 비열한 도전에 좌절하지 말아야 하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소명의식을 굽히지 말아야 한다. 또 눈앞의 이익에 결코 약해져서는 안되고 가슴 속에는 객관성이 담보된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만델라야말로 거기에 딱 부합되는 삶을 기록해왔다는 생각이다.


현직을 은퇴하고도 여전히 뜨거운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 노정객의 근황이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온다. 한 가지 목표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평생을 바친 인간의 아름다움을 향한 세상의 찬가와 굽힐 줄 모르는 신념으로 결국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낸 리더에게 바치는 존애의 표식이 아낌없이 쏟아지는 모습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지난한 과거를 딛고 올라선 인간 승리의 결정판 같은, 특히나 아프리카 해방을 위해서 자신의 전부를 건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떠올리면 더더욱 그렇다.
극한상황을 초월한 인간의 완성도 높은 삶의 결정체를 마주하는 경건함이랄까, 언제나 정치인의 역할을 고민하는 내게는 섬광처럼 스치는 영감의 기운으로 현신하고 있다.
덩달아 괜찮은 정치인으로 묻어가는 느낌이 싫지 않다.

그러나 지극히 인간적인(?) 우리의 정치현실에 고개를 돌리면 속절없이 허전해진다.
드센 기들의 충돌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정치판은 오늘도 어김없이 이전투구다.
국민을 볼모로 위악을 쏟아내면서도 아무런 가책이 없다. 서로를 향한 불신을 독화살처럼 쏘아대고 있다.
관심이 가는 건 오로지 정치권력 하나뿐이지 싶다. 불을 향해 자신의 운명을 던지는 불나방의 어리석음이 역력하건만 알바 없다는 식이다.
사심만 가득하니 현실을 직시할 리 만무다. 진심이 없는데 교감이 있을 리 없고 사랑 역시 요원한 얘기에 불과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게 불행의 시작이라 하겠다.
문득 고 이청준 선생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에서의 ‘외침’이 새삼스런 울림으로 되새겨진다.
“사랑과 신뢰 없는 공동체는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건설되든 항상 ‘당신들의 천국’이다.
오로지 사랑과 신뢰만이 ‘우리들의 천국’을 만든다”

만델라의 성공은 마음을 비우고 진정으로 자신의 민족을 사랑한 그의 헌신에 신뢰로 화답한 민중의 혜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도 만델라처럼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천국’을 만드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2011. 7. 20)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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