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8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匪石之心

 
匪石之心(비석지심)
선거는 끝났지만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늘 그렇듯 승자는 승리감에 젖어 세상의 절반이라도 얻은 양 들떠있고 패자는 낙선의 충격을 보듬을 염도 없이 주변에서 불거지는 책임공방과 이합집산에 정신없어 하는 모습이다.
이번 선거를 지켜보며 우리 국민이 현명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마음을 실어주는데 사용한 ‘51%’가 무릎을 치게 만든다.
더도 덜도 아닌 51%의 지지율로 유권자의 권리를 행사한 그 균형감각이 놀랍다.
언제든 마음에 안 들면 투표로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출이다. 무조건적인 지지보다는 여차하면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견제구를 통해 정치권으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도록 복병을 배치한 지혜로움이라니.
덕분에 정치권력의 진정한 소유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불안한 절반의 승리에 안주하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그 경고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정치인이 몇이나 될까 싶다.

대단한 반전이었다.
사람이 모이는 곳마다 선거 결과에 대한 논평이 넘친다.
정치 당사자들도 더 이상 선거가 정치인만의 리그가 아니게 된 현실을 깨닫는 이를 새로운 전환의 기회로 삼아야한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김해에서의 한나라당 후보 당선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인 관전평을 남기자면 김해 결과는 유시민에 대한 견제와 단죄의 의미가 담긴 선택이라는 판단이다. 국민 참여당이 국회의원 교두보를 확보하는 기회를 차단함으로 해서 유시민에게 어떤 형태로든 기회를 주는 걸 동의하지 않겠다는, 민주당 중심으로 뭉치겠다는 유권자의 의지가 표출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강원도 지사 선거에서 선거기간 내내 앞서가던 엄기영 후보의 탈락도 되짚어 볼 가치가 있다. 그의 최대 실책은 높은 지지율에 기댄 ‘방심’이라는 생각이다. 강원도민은 정당 선택 과정에서부터 무리수로 시작하고 선거 내내 악수를 두는 그를 외면해 버렸다.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어떤 이유로든 한나라당 후보가 된 경위를 진정성으로 설득하고 ‘이광재 싸고돌기’를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선택했을 것이다. 시종일관 겸손한 모습으로 이 전지사가 강원도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 달라고 정부를 향해 호소하고 또 도지사가 된다면 고향 후배인 이광재에게 강원도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자문 받겠다며 주민 마음 공략에 공을 들였을 것이다. 그렇게 했다면 적어도 이광재 전지사가 최문순 후보에게 적극적으로 올인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광재를 낙마시킨 한나라당 후보라는 낙인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지지 않았을까 싶다.
 
경기 분당은 많은 사람들이 앞서 전망했듯 미래와 과거가 부딪히는 선거구였다.
그야말로 선거 포스터만 붙이면 무조건 당선이 보장되던 분당에서의 승리는 그동안 산전수전을 겪으며 대권의 꿈을 키우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많은 선물을 안겨준 선거가 됐다. 그의 성공은 과거 한나라당 출신 도지사 경력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그가 어느 당 후보인지 유권자는 물론 뉴스 앵커까지 혼란스러워하는 해프닝이 목격되기도 했으니 하는 말이다.
오랜 동안 절치부심하며 준비해 왔던 강재섭 후보로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정부 여당 실정에 대한 국민 불만이 팽배해 있었던 만큼 중앙당을 배제하고 철저히 로컬 중심의 선거를 펼쳐야 했는데 야당 대표를 상대로 하다 보니 전국적인 이슈 지역으로 부각돼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됐을 것이다. 또 30%대까지 추락한 정당 심판에 표심이 작용하다보니 덤터기를 쓴 국면도 있다.
 
이제 선거는 끝나고 누구는 해외특사로, 누구는 국회의원 뱃지로 또 누군가는 풍찬노숙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지금이다.
무엇보다 낙담과 좌절로 신음하고 있을 얼굴들이 눈에 밟힌다.
지나간 일은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지만 앞으로의 일에서만큼은 더 잘해낼 수 있을 거라는 소망이 있기에 우리에게 늘 ‘새로운 출발’이 존재할 수 있는 거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우선 당장은 진로를 고민하겠지만 그렇다고 쉽게 포기하게 되는 것도 아닐 터다.
돌멩이처럼 함부로 살 수 있는 건 더더욱 아니기에  비석지심(匪石之心)의 자존감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다.  더 이상 지나간 일에 매달리지 말고 내년 총선과 대선 가도에 저마다의 꿈을 싣고 힘찬 발걸음을 떼어 볼 일이다. 더 멋진 플레이로 국민에게 사랑받는 정치판을 만들어보자.
그렇게 우리 모두 함께 경쟁해 보자.
                                                   (2011. 4.28)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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