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11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분당대첩

분당대첩 
적도 없고 동지도 없는 곳, 정치판이 알 수 없는 곳이라는 건 맞는 말인 것 같다.
상상 못할 일들과 조우하는 상황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기 일쑤이니 말이다.
과거를 돌이키자면 YS는 최고로 올라봐야 총리라고 했는데 대통령이 됐고 호남 지분밖에 없는  DJ는 절대로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장담이 난무했지만 그 역시 대통령이 됐다. 이명박, 노무현 두 분의 전 현직 대통령의 경우도 15대 국회에서 동료의원으로 함께 활동할 때만 해도 그들의   '대통령 미래'를   생각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4.27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격전지 '경기 분당을' 상황만 해도 그렇다.
한나라당 강재섭 전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분당대첩' 상황을 예견했던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몇 번의 엎치락뒤치락 과정을 거치더니  두 사람의 결전이 전격 결정됐다. 
건곤일척의 전운이 감도는 싸움터도 싸움터지만 두 후보 측근들의 면면을 보고 있노라면 이 무슨 인연인가 싶기도 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당대표를 뽑는 당내 선거에  나란히 출전했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여야 후보로 엇갈려 자웅을 겨룬다며 사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두 후보와 개인적으로 깊은 연을 나눈 적이 있는 나로서는 분당을 보궐선거를 지켜보는 심정이 특별하다.
손 대표로 말하자면 과거 내가 경기도당 위원장으로 활동할 당시 경기도지사를 지낸 분이다.  해외여행을 함께 다니는 것은 물론 당 단합대회나 출판 기념식장 단골 게스트로 참석해 자리를 함께 하는 일 등으로 정치판 인연을 나눈 사이다.
강 전 대표와의 관계도 이에 못지않다. 지난 2006년 당내 선거에서 그를 대표로 만들기 위해 힘쓴 사람 중 하나로 머리를 맞대고 정치적 미래를 함께 논의하기도 했고 새벽길을 달려가 부친상을 당한 그를 위로한 기억도 있으니 보통은 넘는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두 사람이 지금  정치 생명을 걸고  싸우고 있으니  정치가 참으로 묘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사람이 살다보면 수많은 인연을 만나게 된다.
걔 중에는 좋은 인연도 있고 악연도 있다.
조선의 킹메이커로 훗날 영의정까지 올라 세상을 쥐락펴락했던 한명회의 원래 직업은 경덕궁 문지기였다. 
당시 그 누구도 한명회의 앞날을 예견했던 인물이 없었다. 심지어 동네 모임에서조차 한명회를 알아보고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한마디로 그는 왕따였던 것이다. 그러다 한명회의  시대가 되자  그 때 한명회를 무시하고 따돌렸던 무리들이 크게 후회했다는 기록이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을 출세의 도구로 삼기 위해 인연을 중요하게 여기라는 건 아니다.
다만 하나하나의 인간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 습관은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특히 학교 교육에 있어 서로 돕는 협동정신이나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심은 정말로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아주 가끔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 획기적인 '활로'나 '치명타'의  인연을 만드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꼬이기도 하고 풀리기도 하고 그나마 온통 헝크러지기도 하고....
그런 인연들이 모이다 보면   인생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이런 것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때 그때 구미에 맞게 편리함만 앞세우면 안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다. 
그런 인생은 너무 뻔하다.  큰 낭패를 초래하게 되기 일쑤인  결과가 불을 보듯 훤하기  때문에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평소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나름의 이유라면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걸 너무 쉽게 생각하려드는 모습을 도처에서 보게된다.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공통된 문제점인 것 같아   편치 않은 마음이다. 
                                                           (2011.  4.  11)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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