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10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편견없는 소통을


편견없는 소통을




막내의 생일 축하를 겸해 가족이 모여 영화를 관람했다.
'내 이름은 칸’이라는 인도영화였는데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다.
특별히 내가 젊음을 보냈던 Sanfrancisco를 배경으로해서 즐거움이 더했다.
2시간 30여분의 상영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릴 정도로  흡인력이 강한  영화였다.
모처럼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난 기쁨이 감상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듯 했다.
 
영화의 긴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자폐 증후군 환자지만 천재적인 지적 능력과 따뜻한 감성을 소유한 주인공 칸의 세상 바라보기라고 할 수 있다.   911로 세상이 바뀌면서 궁지에 몰리게 된 선량한 무슬림이 편견에 가득찬 미국사회를 향해 외치는  일갈이라고나 할까.
칸은  911 테러로 세상이 바뀌면서 행복했던 가정이 풍비박산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교도라는 이유만으로 테러리스트라는 오해와 편견에 내몰리게 된다. 운명적 사랑이었던 아내로부터 버림받고 범법자로 추궁받는 신세로까지 전락하게  된다.  그러나 칸은 이에 굴하지 않고 숱한 역경을 극복한 끝에 대통령을 만나  자신이 테러리스트가 아님을  밝히라는 아내와의 약속을 지킴으로써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이 된다.  
대통령을 만나 “My name is Khan, I am not  terrorist"라고 외치며 자신의 결백을 밝히는 칸의 미션 수행 장면은 개인적으로 영화의 백미로 꼽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관객 역시 이 대목에서 나쁘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세상을 향한 칸의 순수한 열정이 전해주는 가슴 뭉클한 감동의 여파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쏟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칸의 청정무구한 심성을 통해 정화되거나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잣대를 갖는 것도 이 영화가 우리에게 안겨주는  덤이라 하겠다.
 
영화를 보는 내내 ‘편견 없는 소통’을 떠올리게 되는 건 아마도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세상의 편견을 향한  일갈, 그리고 갈구.
인간의  편견은 무섭고 그  해악은  말로 미처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잔인하다.  
특히 종교적 편견은 그 정도가 심하다. 당사자는 물론이고 사회 전체를 파멸시키는  독성을 품고 있다는  측면에서 아무리 경계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편견을 부축여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의 '욕망'을 조심해야겠다.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의 갈등도 모자라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서로를 향해 더 깊은 골을 파고 있는 배경도 따지고 보면 911이 초래한 편견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을 근본 취지로 내세우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종교가 갈등과 반목을 불식시키지 못하는 배경도 따지고 보면  편견의 역할이  있다.  종교 간 갈등을 부축이고 있는 것이다.
종교 뿐 아니다.
지방색이나 학력, 금력 등을 뒤집어쓰고 있는 편견의 굴레  역시 만만치 않은 부작용을 파생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음습하게 전하고자  하는 편견의  메시지에 대해  옥석을 구분하는 혜안으로   극복할  수 있어야겠다.

칼날을 이기는 부드러움.
별 기대도 안했는데 오랜만에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통쾌한 영화를 만나 반가웠다. 
황금만능주의가 지배하는 표피적   영화들이 쾌락 용도의   주가를 높여가는 요즈음  영화판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드문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종교적  편견으로 사분오열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한 복판에서  만난 수작이라 더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 같다. 
섬짓한 루머가 지배하는  사회적  편견에 대한 고찰은 개인적으로도  오래  추적해 온  테마이기도 하다.
능력만 된다면 편견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이  오랜 생각이  내 안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2011. 4.10)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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