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6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生日

生日 

생일은  제일 먼저 어머니 노고를 되새기게 되는 날이다.
내가 태어난 날이긴 하지만 가장 고생하신 분이 어머니시라는 생각에서다.
더구나 내가 처음 세상 밖으로 나오던 상황에 대해 가장 선명한 체험과 감회를 가진 분이시기도하다.
온 동네를 뒤집도록 울어댔는지 모르겠지만 어머니 기억에 따르면 나는 태어날 때부터 유난스러웠다. 출산 예정시간을 한참 넘기고도 통 나올 생각을 않다가 긴 산통으로 어머니가 기진맥진 상태가 되어서야 세상 밖으로 나왔으니 말이다. 그런 나를 두고 어머니께서는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왜 그렇게 안 나오려고 버텼는지 모르겠다”며 아침 생일상에 둘러앉은 식구들을 웃기셨다.
부모님은 ‘훌륭한 아들이어서 고맙다’는 편지로 생일을 맞은 아들의 기를 세워주시는 사랑을 보여주셨다.
편지를 읽는데 콧날이 시큰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생일 케이크를 장식한 초의 개수를 세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날들을 떠올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생일 역시 수많은 날 중에 하나라는 사실을 항상 강조해왔던 나다. 그래서 생일을 비롯한 기념일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이번 2011년 생일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여러 가지 의미를 내게 던져주는 것 같다.
이런 저런 연유로 마음을 무겁게 하거나 새로운 결심을 재촉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지금부터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결실을 맺기 시작하는 그런 느낌이다. 더불어 내 주변이나 인생, 그리고 나의 일에 있어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심각한 고심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생일을 맞은 이른 아침, 앞산에 올랐다.
유난히 하늘이 맑고 따뜻해서 약동하는 기운이 전신을 감싸는 느낌이었다.
그 곳에서 온 마음을 다해 기도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내가 책임져야 할 경민학원과 의정부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졌다. 그런 것들을 위해 내가 할 일은 무엇이고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고심했다. 오후에는 한강을 찾아가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그렇게 다가오는 날들을 위해 마음을 다지고 또 다졌다.
화룡첨정의 순간을 앞두고 있는 나로서는 비장한 각오까지도 무리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한번 왔다가는 인생이다.
어찌 보면 짧다고 할 수 있고 또 어찌 보면 긴 시간일 수도 있겠다.
황혼이 깃든 부모님의 얼굴을 언젠가의 내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나 자신을 본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연에 순응하는 마음이 커지는 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다.
누구도 인생의 오욕 칠정이나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도한 탐욕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아주 열심히 살다가 인생을 돌이켜보는 그 어느 순간, 지칠줄 모르는 역동적인 자유로움으로 한 목표를 향해 열심히 살았노라고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자평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또 그렇게 열심히 살다가 그 명이 다해 삶을 마감하게 될 때 최소한 가고자 했던 바를 이뤘다는 뿌듯함과 적어도 세상을 위해 산 치적이 훗날 역사를 통해 평가받는 그런 인생이었으면 더 바랄 바가 없겠다.
이 기도대로의 삶을 간구하는데 생일의 경계가 마악 문턱을 넘기고 있다. 더 제대로  살아야겠다.                         (2011. 4. 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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