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18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우리 한복이 어떻다고?

우리 한복이 어떻다고?

신라호텔이 대형사고를 쳤다.
한복과 트레이닝복의 입장을 제한하는 드레스 코드를 내세워 20년째 한복을 입어 온 한 한복연구가의 뷔페식당 입장을 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 공분을 사게 된 것이다. 이부진 사장이 당사자를 찾아가 사과하는 등 사태 수습에 적극 나서는 모양이지만 문화 사대주의라며 쏟아지는 비난을 수습하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대한민국 땅에 우리의 전통의상인 한복이 대형호텔 식당 입장을 거부당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니, 그것도 트레이닝복과 동격으로 푸대접을 받고 있는 현실이 그저 놀랍다.
 
아니, 우리 한복이 어떻다고?
경위야 어떻든 신라호텔에 쏟아지는 여론의 뭇매는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한복은 적어도 대한민국 안에서만큼은 어떤 이유로도 외면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될, 존중받을 이유가 충분한 우리 전통 문화의 대명사다.
그런데 우리를 지배한 문화 사대주의가 문제다. 근거도 없이 무조건 우리 문화를 경시하는 풍조를 조장하고 있어 큰일이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카이스트 영어 강의도 우리 것이면 무조건 하수로 치부하려 드는 우리의 고질적 현실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전통문화로 국격의 한축을 세우고 있는 유럽을 견주지 않더라도 자국의 문화를 홀대해서는 결코 선진국으로 갈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문화 사대주의에 대한 깊은 고민과 사회적 반성이 필요한 이유도 되겠다.
사람마다 각자의 특질을 갖고 있듯 국가 역시 그 안에 배어있는 역사와 전통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동력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나름대로의 한 획을 그을 수 있게 하는 저력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자기 것을 사랑하지 않거나 경시하는 사람은 절대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없다. 결국 자기 것도 모르고 남의 것도 알 수 없게 될 테니까 말이다.
 
갈수록 세계무대에서 아시아와 더불어 우리의 가치들이 각광받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우리의 문화유산이나 전통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이 때, 우리 스스로 우리의 것을 백안시하다 세계 언론에까지 웃음거리로 등장하게 된 상황이 당혹스럽다.
그것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그룹인 삼성이 운영하는 호텔에서 말이다.
한복을 입으면 식당 입장이 불가하다는 결정이 설마 최고 CEO의 생각에서 비롯되진 않았을 터다. 모르긴 몰라도 중간 관리자인 뷔페 레스토랑 CEO 정도의 선에서 결정된 사안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론 최고 CEO의 판단과 다를 바 없는 효력을 발생시켰다. 그 판단이 호텔은 물론 기업 전체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결정타로 대두된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 버렸다.
이번 사태로 이른 바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부디 대통령이 됐건 재벌이 됐건 최고 CEO의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중간 관리자의 역할에 대해 좀 더 신중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

젹을 몰라도 나를 알면 일전일승, 적도 알고 나도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자기나라 문화도 이해 못하는 기업이 절대 초국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 오히려 망신을 자초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남을 알기 전에 스스로에 대해 먼저 알고자하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스스로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무엇을 잘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주도면밀한 사전 계획이 성공의 발판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한복 연구가 이혜순 선생께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 사과드리며 아름다운 한복 개발을 위해 더욱 더 정진해주길 부탁드린다.   저부터라도 한복 사랑에 힘을 보태겠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겨울, 어머니 강권에 못 이겨 한복을 맞춰 입을 기회가 있었는데 일단 입으면 따뜻하고 편안한 것은 물론 기분까지 좋아져서 이제는 겨울에 한복을 자주 입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차였다. 갈수록 한복을 입는 사람이 줄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이참에 한복입기 운동이라도 벌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신라호텔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비난보다는 이번 사태가 세계무대로 나가는데 타산지석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게 국익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다. 정말이다.               (2011 . 4. 18)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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