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3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길을 찾다

길을 찾다
1주일 내내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며 살고 있는 내게 있어 ‘주일’의 의미는 남다르다.
특히 주일 아침은 더욱 그렇다. 산소를 공급받는 것처럼  1주일의 피로를 날리는 청량감을 만끽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주일은 달랐다. 아침부터 심상치 않았다. 교회 갈 시간이 다 되도록 피곤이 덜 풀려 제각각 따로 놀고 있는 몸과 마음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사인이 몸의 방전을 알리고 있었다. 
따사로운 햇살로 봄기운이 충만해진 창 밖 세상은 내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이제 막 흐드러지기 시작한 봄의 향연에 온 몸으로 함께 하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천근처럼 무거워진 육신이 따라주질 않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무뎌진 감각을 ‘소생’시키는데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로 하여금 고립무원의 고독감을 느끼게 했다. 문득  그런 내 자신이 한없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 보니 참으로 많은 일들이 내 정신적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무리한 스케줄도 문제였지만 예측 불허 경지에서 한꺼번에 소용돌이처럼 돌고 있는 잡다한 세상사도 만만치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원전 폭발로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것도 모자라)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우리의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일본, 카다피 그리고 예멘, 시리아, 아프카니스탄의 현실 등은 국제적 상황이 원인을 제공한 것이고 사과하는 대통령과 천정부지의 고물가, 그리고 크고 작은 사회적 갈등과 분쟁이 주는 스트레스는 국가적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개인적 상황에서 파생된 문제 역시  만만치 않은 무게였다. 어깨를 짓누르는 과중한 부담은 스스로가 자초했기 때문에 유구무언이고 크고 작은 가정의 대소사 처리나 두통 증세도 적지않은  부담을 주고 있는 터였다. 
이렇게 나열해놓고 보니 피곤하지 않고 머리가 안 아프면 오히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녹록하지 않은 현실이 눈에 보였다. 
 
미국 유학시절, 담당교수님은 '설명이 어려운 이론들을 단순하고 명쾌하게 재구성해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칭찬으로 나를 고무시켰던 적이 있다.
그 때의 교수님 찬사와 두 마리의 강아지가  해결사가 되어 주었다. 언제나 천하태평인 우리집 강아지 사랑이와 파동의 와중에서 오랫동안 바다를 떠돌다 너무나 평온한 모습으로 구조된 일본 강아지가 참으로 절묘한 인연으로 포착된 것이다.
현대인이라서 아니면 혈액형 탓인지 표정변화가 없는 겉모습과는 달리 감정의 굴곡이 심하고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예민한 성정을 가지고 있다. 그런 내게 한꺼번에 돌아가고 있는 이 현실이 정신적인 과부하를 초래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아직 시즌이 아닌데도 하루에 몇 번씩 상대를 바꿔가며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그렇지만 타고난 오지랖 때문에 참견의 범주를 넓히고 있는 요즘의 일상을 보면 과연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옆에 있는 사랑이와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본 일본 강아지의 눈을 보는 순간 지금까지 나를 누르고 있던 돌덩이 하나를 내려놓는 기분이 들었다. 최대한 간단하고 자연스러운 것이 최상의 행복이라는 깨달음이 전광석화처럼 나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특정 개인에 국한됐다기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주하게 되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이대로는 안되겠구나’ 하는 자각증상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다가 어느 날 문득 받게 되는 레드카드 같은 개념이 아닐까 싶다. 일정 정도의 머무름을 강제하는 상황이지만 재충전 기회를 통해 더 활기있게 목표물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삶의 지표 같은 반가운 존재임에 틀림없다.
답을 찾았다.  
최선을 다하되 스스로의 노동력에만 의존하기보다 더불어 해결하는 쪽으로 머릿속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겠다는 깨달음이 반갑다.
될 수 있으면 ‘간단하고 자연스럽게’ 상황을 정리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2011. 4. 3)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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