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4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감기 단상

감기 단상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30년 만의 최저 기온이란다.
갑자기 밀어닥친 한파에 화들짝 놀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들이 역력하다. 나 역시 온종일 강추위에 떠밀리는 기분이었다.
솔직히 그동안의 겨울은 겨울답지 않았다. 한겨울 동장군의 매운 기억을 잊게 할 만큼 포근한 날씨의 연속이었다. 그런 환경에 익숙해지다 보니 모처럼 찾아든 추위에 허둥지둥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하다. 애초부터 추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번 한파로 겨울이 추운 계절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한 분위기다. 방한복이나 장갑, 목도리 등의 효용성이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
기습적인 공격으로 사람을 놀라게 하기로는 북한도 다르지 않다.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건을 겪으면서 북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부쩍 커진 건 사실이다.
북한을 대하는 국민인식이 확실히 달라졌다. 그동안의 무관심을 거두고 생각을 달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막연한 동포애로 호의를 보이던 국민감정이 많이 격해졌다. 분개 차원을 넘어 적대감까지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을 우리가 끌어안아야 할 ‘동족’이라기보다 물리쳐야 할 '적군‘의 개념으로 인식하게 됐다.
순전히 북의 책임이다.
몇 차례 도발로 우리에게 노렸던 꿍꿍이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북한은 실수를 한 게 틀림없다. 얻은 것 보다 잃을 게 훨씬 많은 싸움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
싸늘해진 민족 간 화해공조 분위기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감기는 정말 추울 때 보다 춥다가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 더 많이 걸리게 된다고 한다.
사람들이 외부의 자극을 이겨낼 수 있는 배경도 저마다의 극한심이 작용한 바 크다는 분석이다. 내성이 미치는 영향력의 범주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몸에 이상이 생기는 건 외적 요인보다는 일시적으로 나약해진 심신이 결정적인 발병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신자세’가 우리 삶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새삼 알겠다. 최근 곤욕을 치루고 있는 실세 인사들의 근황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보게 된다.


대통령 최측근 인사로 칠순이 가까운 나이에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천신일 세종나모 회장이나 이런 저런 설화로 전 국민 뒷담화의 단골메뉴가 되어 조롱거리로 전락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얘기다.
여당 대표, 건실한 기업가로서의 입지만으로도 능력이나 세상 처세에서 부족한 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 분들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부주의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당대표이니까 말을 더 가려서 하고 대통령 친구이기에 행동거지를 더 조심했어야 했다. 주목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스스로의 영향력이나 사회적 위치를 고려해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았어야 했다.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잘 살아오셨던 분들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더한다.

감히 훈수를 둔다면, 전후사정을 잘 살펴보고 다소 수정이나 재충전의 필요 여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 방만해지고 복잡해진 주위 환경에 휩쓸려 주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은 없는지도 살펴보았으면 한다. 야당과의 어려움(?)을 잘 극복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이른바 정치적인 봄날을 맞이하여 곤욕을 치르고 있으니...
오랜 시간 공들여 온 삶의 궤적에 오점을 남기게 된 그들의 허둥거림이 안쓰럽다.
소 잃고 뒤늦게 ‘고친’ 외양간이라도 이후 그들의 삶을 잘 인도하는 길잡이로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감기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추워진 날씨만이 감기 원인인 건 아닐 것이다. 위축되거나 해이해진 정신상태가 결정적일 수도 있다. 문명의 발달이 인간에게 모두 이로운 것만은 아니라는 건 우리가 익히 경험한 바다.
난방기구의 발달은 인위적인 온도 조절을 가능하게 했다. 덕분에 우리 인간은 한겨울에도 반팔을 입을 만큼 계절의 특성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추위 뿐 만이 아니다. 휴대폰이나 네비게이션 등 원하기만 하면 필요한 정보를 척척 내주는 문명의 편익은 우리로 하여금 기기 없이는 단 한 순간도 살 수 없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인간은 자정능력 퇴화라는 무서운 굴레를 쓰고 만 꼴이 된 것이다.

이쯤이면 인간이 문명의 이기를 부리는 주체인지 조차 알쏭달쏭해진다.
역설적이게도 문명의 발달이 '마음의 감기' 환자를 양산하는 주범이 되고 있는 것이다.
나무는 겨울에 나이테를 늘리지 않는다.
부족한 영향 상태를 고려해서 성장보다는 숙성에 비중을 두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배워야 할 자연의 놀라운 생태 적응력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도 이 겨울을 외적 확장에 대한 관심보다는 내공 단련의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 예전에 읽으려다 미처 읽지 못하고 밀쳐둔 책을 찾거나 결론을 내지 못한 생각의 고리를 다시 풀어보는 것도 들뜨기 쉬운 연말 시즌을 현명하게 보내는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내실을 기하지 않으면 꽃피고 새우는 봄날, 설 자리를 잃고 방황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부터 위기의식을 마음에 새겨넣고 ‘거듭나도록’ 하자.
그렇게 마음의 감기를 치유하자.
놀라운 결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2010 .12.24)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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