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2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혈액형이 문제라고?

혈액형이 문제라고?

인터넷을 둘러보는데 혈액형을 소재로 한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대표가 화합하지 못하는 건 두 분 다 주관이 강해서 양보와 타협을 모르는 B형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담긴 기사였다. 전 현직 대통령들의 국정운영 스타일과 성격을 혈액형별로 분류해 놓기도 했다.
10명의 대통령 중에서 A형(박정희, 최규하, 김대중)과 O형(이승만, 윤보선, 노무현)이 각각 3명이었고, B형(전두환, 이명박)과 AB형(노태우, 김영삼)은 각각 2명이었다.
그러나 이들 대통령들의 통치 스타일이나 성격 등이 -혈액형이 같건 다르건- 제각각이었다는 사실은 우리가 이미 경험한 바다. 미국의 경우에서도 비슷한 결론을 낼 수 있다. 똑같이 O형인 클린턴과 부시 대통령 경우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과 같은 AB형인 오바마를 보더라도 이들 사이에 두드러지는 공통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흥미롭기는 했지만 소재 빈곤을 넘기 위한 고육책의 기미가 엿보이는 기사라는 판단이다. 무엇보다도 혈액형으로 개인의 기질이나 성격을 판단하는 게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를 스스로의 지면으로 입증하고 있다. 불과 10명의 데이터를 통해 대통령의 직위나 리더십에 맞는 특정 혈액형을 판단하려는 시도 역시 선정성 혐의를 벗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일반적으로 혈액형이 화제에 오를 때가 많다. B형이니까 어떻고 AB형이니까 어떻다는 등 혈액형이 사람의 특질을 규정하는 정보가 되고 더 나아가 선입견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더라도 혈액형이 인간의 특질을 정확하게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나 특정 리더십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게 하는 기준치에 있어서 더 그렇다.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는지, 어떤 부모와 가정환경을 가졌는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또 어떤 혈액형인지 등은 참고 요소가 될 수는 있지만 성공적 ‘리더십’ 인자의 결정적 기준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선천적인 기질보다는 양성되는 경로와 과정은 물론 리더가 된 이후 리더십이 발휘되는 과정까지도 포함돼야 한다는 게 평소 내 소신이다.

늘 그렇듯이 리더의 주변부가 문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주변부 특히 측근 인사들이 리더를 망가뜨리는 경우는 실패의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화려한 시작에 비해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고 패자의 낙인 속에 스러져 간 리더가 한 둘이 아니다.
국회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경험한 바지만 특히나 ‘용비어천가’ 관리만 잘해도 리더십의 기본은 한다는 생각이다.
권력의 중심이 되었을 때- 그것이 어떤 위치의 권력이든-주변의 달콤한 아부가 처음에는 어색하게 들려도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면 오히려 아부가 없을 때 섭섭해지고 불쾌해지는 심리변화를 경계해야 한다. 마치 ‘교황 무오설’처럼 스스로를 세상의 중심으로 확신하게 만들어 ‘치명적인’ 오류의 빌미가 된다는 게 경험자들의 일관된 토로이고 보면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혈액형조차 아부의 도구로 쓰였다는 믿지 못할 얘기도 전해진다. 권력의 당사자가 무슨 혈액형이었기 때문에 리더가 되는 게 당연하다는 류의 아부가 넘치는 풍경은 생각만 해도 손발이 오그라든다. 감언이설에 대한 경계심을 독려한 선인의 가르침이 유난히 많은 현상도 그 해악의 정도가 어느 정도 인지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달콤할수록 더 치명적인 것이 아부의 생리다. 특히 인의장벽은 리더의 오류에 직접적인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권력의 전환기 때마다 제고돼야 할 필수 명제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날치기 예산 정국으로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국회의 모습이 부끄럽다. 민생 예산이 무더기로 잘려나가는 와중에 특정지역 예산은 몇 배로 뻥튀기됐다는 분노의 함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민에게 굴욕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사람의 하나로 몸둘 바를 모르겠다.
뭐가 문제일까 싶다. 특별한 능력으로 국회의원이 됐다고 생각하는 건지, (도달하기까지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원히 그 자리가 보장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심판의 날이 머지않았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건지.
최소한 위임받은 권력의 유한성을 생각했다면 벌릴 수 없는 일들을 저질렀다는 후회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지만 현실을 보면 아직도 미몽을 해메고 있는 게 틀림없다.

모든 것이 순간에 지나지 않은 것을.

(2010.12.12)
...홍문종 생각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