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6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국익엔 모두 하나로

국익엔 모두 하나로



한미 FTA 재협상 후폭풍이 정치권을 긴장국면으로 몰아넣고 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훌륭한 업적’이라며 반기는 여당과는 달리 야당 측은 “퍼주기 굴욕 외교”의 전형이라며 비준을 반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FTA 재협상 타결 이후 사전 합의한 발표시간을 지키지 못할 정도로 엄청나게 ‘신나’하는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을 보면서 우리 측이 뭔가 크게 바가지 쓴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살펴보니 미국 자동차 업계나 오바마 정부의 정치적 어려움을 배려한 흔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야당의 반발이 마냥 터무니없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명확한 진상을 알고 싶어서 2박 3일을 움직였다. 주변 인맥을 가동해 (외무부와 대사관, 그리고 자동차와 농수산물 업계 관련인이나 국회의원, 기자 등과 의견을 나누는 식으로) ‘한미 FTA’를 나름 취재를 했다.

그렇게 해서 내가 얻은 결론은 이번 재협상 과정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정황에 지배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염두에 두고 해석돼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우리의 당면과제로 떠오른 '안보'가 우리 측 입지를 좁혀버린 불가피성을 감안하자는 것이다.

한미 간의 긴밀한 협조와 공동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진 시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번 협상결과에 대한 시각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미국과의 유대관계를 결속시키는 매개체로 작용한 측면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불이익’ 국면이 아니라 일정 정도 ‘소득’ 개념으로 정리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우리가 독자적인 방위력을 갖췄다면 얘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안보가 최대 화두가 되어버린 현 시점에서 최고 우방국과의 교감을 위한 배려는 지극히 당연한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최근 들어 관계가 소원해진 중국은 결정적인 순간 북한 편을 들 공산이 크고 일본이나 러시아는 캐스팅보트를 쥘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우리가 가장 가깝게 접촉할 대상은 미국 뿐이다. 우리가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득 생전에 한미 FTA가 대한민국 국가 안보에 엄청나게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역설했던 황장엽씨의 카랑카랑한 음성이 떠올려진다.



게다가 이번 재협상의 최대 이슈인 자동차 문제만 해도 생각보다 타격이 크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내가 접촉했던 자동차 업계 최고위층 인사는 '실질적으로는 잃은 것이 별로 없다'고 까지 반응했다. 어차피 상용트럭 시장은 기술력 한계 때문에 불이익이 추가될 상황이 아니고 다만 오바마 대통령이 자국 자동차 업계에 생색을 낼 수 있도록 조력하는 의미가 더 크다는 판단이었다. 우리가 미국에 자동차 시장을 개방해도 품질 경쟁에서 손색이 없는 우리가 영향받을 일이 없고 BMW나 아우디 등 독일과 일본의 등쌀에 미국 자동차가 설 자리가 쉽지 않을 거라는 설명이었다.

다만 아직 여지를 남겨놓고 있는 쇠고기 협상과정에 긴장을 늦춰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미국과의 재협상이 다른 나라들의 재협상 요구로 확대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으로선 내부적으로 더 많이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전략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국회 인준 과정에 있어서도 여당처럼 고분고분하기보다 절대 인준불가를 외치는 야당의 완강함이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코 녹록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홍역을 치루는 정부의 모습이 이후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해 주는 방패막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드시 국익에 도움이 되는 기준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권의 당리당략 차원의 접근은 조금 불편하다.

국익 앞에서 모두가 하나로 뭉치는 것 외에는 어떤 것도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깊이 명심할 일이다.


(2010. 12. 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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