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3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메세나 운동

메세나 운동



10초의 중요성이 오늘처럼 절실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0.17분도 채 안되는 시간 때문에 초대받은 대한민국 미술축전 개막식 테이프 커팅을 놓쳤다. 식장에 들어서긴 했는데 간발의 차이로 식이 이미 시작돼 버린 것이다.
그래도 모처럼 만난 김영선 국회의원의 반가운 얼굴과 차대영 미술협회 회장님의 진심어린 환대가 테이프 커팅을 놓친 아쉬움을 덜어줬다.
경민대학 학생들의 활약상도 기쁨에 일조했다. 행사장 내 마련된 부스에서 경민대학 주관으로 캐리커쳐 그려주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인파가 몰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가장 기분 좋은 일은 정창균 작가님이 이번 미술축전에서 최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식이었다.
정 작가님과는 5년 전 작품을 구매하면서 시작된 인연을 나누고 있는 사이다. 실례일지 모르지만 처음 만났을 때만해도 솔직히 그의 예술적 자질까지 알아봤던 건 아니다. 그저 성실히 작품에 임하는 진지한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그의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기 탐구와 변화를 통해 작품의 질적 가치를 승화시켜 온 그를 지켜봤다. 경민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때도 화려하기 보다는 과묵한 모습이 맘에 더 들었었다.
그동안 일관되게 소재로 삼았던 원 대신 최근 들어 사과나 꽃 등을 소재로 화풍으로 바꾼 것도 그가 추구하는 변화의 한 단면이라 하겠다.
얼마 전 그와 만난 자리에서 ‘예전의 작품은 약간 형이상학적이어서 막연하고 추상적인 느낌이었는데 요즘 작품은 생동감이 느껴져 개인적으로 훨씬 더 좋은 느낌“이라고 감상을 전한 적이 있는데 그의 최근작 중 하나가 수상작으로 선정돼남다른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전문적인 콜렉터도 아니고 뛰어난 예술에 대한 심미안이 있는 것도 아닌, 단지 예술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뿐인 나로서는 그저 개인적으로 마음이 가는 작품을 골랐는데 결과적으로 1등 작가의 작품을 고른 것이어서 덩달아 인정받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무엇보다 작품 구매를 통해 미력하나마 예술인들을 조력하고자 했던 나의 진심이 보상받는 기분이어서 기쁨이 배가되는 것 같았다.




진짜하고 싶은 얘기는 지금부터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굉장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작품활동에 임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그렇다고 우리 작가들의 실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이번 미술 대전에 출품된 작품들만 해도 눈에 띄는 작품성으로 작가들의 우수성을 입증할 만한 작품들이 많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이재에 밝지 못해 정당한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환경이 어려움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어차피 세계로 뻗어나가는 이 시점에 국가가 나서서 작가들에게 세계를 향할 수 있는 둔덕이 되어 준다면 우리 역시 세계 유수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가를 배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골프에서도, 피겨스케이트에서도, 수영에서도 ‘일등’을 해내고 있는 우리다. 하물며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찬란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는데 예술 분야에서 세계를 제패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뉴욕이나 런던의 경매장에서 천억대의 진가를 가진 대한민국산 예술 작품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문화 예술을 사랑받고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가 돼야 진정한 의미의 일등 국가, 일등 국민이 될 수 있다.
유럽 르네상스의 발원지인 이탈리아의 피렌체만 해도 그렇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뒤덮일 정도로 중세 예술의 보고가 되어있는 이 도시 역시 메디치 가문의 예술후원이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미술 관련 학과 개설에 관심을 갖고 수목원 수튜디오나 예술문화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아프리카 예술 박물관에 열정을 쏟는 이런 과정 모두가 우리 문화 예술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한 충정이
라고 할 수 있다.



이참에 우리 모두 주변의 작가들에게 관심을 가져보자.
그렇게 해서 대한민국 전역에 메세나의 물결이 차고 넘치게 만들어보도록 하자.
적은 걸음이라도 개개인이 대한민국 예술 확산의 전령사를 자처하고 나선다면 대한민국이 세계 예술의 선두로 자리매김하게 될 날이 멀지않았다는 생각이다.
여러분 모두가 메세나 운동의 선두주자로 나서면 뭐든 할 수 있다.
더불어 일산 킨텍스에서 6일까지 전시되는 대한민국 미술축전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 있으시길 바란다.

(2010. 12. 2)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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