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2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돌아보자

돌아보자


고구려 역사를 보면 고구려 멸망 이유가 자명해진다.
후백제 등 제 명을 다하지 못한 여타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부모와 자식, 또는 형제간의 후계 다툼이 결정적 화근이 되어 권력 승계 과정에서 갈등하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간 공통점이 있다.
백척간두에 놓인 북한의 현실에서 고구려의 마지막 모습이 보이는 건 지나친 예민함일까?
너무 흡사해서 고구려 역사가 우리의 통일 국면에 좋은 교훈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연개소문의 아들들은 후계구도를 놓고 다퉜고 급기야 그 중 하나가 중국으로 도망을 간다. 그리고 일종의 망명정부를 세우게 되는데 그 와중에 고구려는 패망하고 만다.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중국 어딘가에 도망가 있는 지금의 북한 형편과 엇비슷한 점이 많다. 중국은 그런 김정남을 나중에 조커로 쓰겠다는 음흉한 의도를 드러내고 있고,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김정은 체제는 불안정한 기류 속에서 북한의 붕괴를 재촉하는 모습이다.
김정남의 도전이라도 받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지, 모두들 북한의 운명을 근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형국이다.
어떤 형태로든 간에 북한의 붕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북한의 붕괴를 뒷받침하는 징후들이 드러나고 있는 판이다.
그렇다고 한들 북한의 멸망이 곧바로 흡수통일로 연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우리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작용하게 될 것 같지도 않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 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고구려 영토가 당나라 지배권역으로 귀속됐고 수습 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됐는지를 생각해보면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북한 붕괴로 통일 기회가 온다고 해도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까지 상당한 노력과 대가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호재라고 반길 일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특히 ‘카스라태프트 밀약’ 등으로 우리가 짊어져야 했던 오욕의 역사를 돌이켜봐야 할 시점이다. 그 옛날 미국과 일본이 그랬듯 이번에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한반도를 담보로 한 모종의 딜이 형성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원래는 한 나라였는데, 영국의 수월한 중동 분할 통치를 위해 위성국 형태로 갈라져 나간 이란과 쿠웨이트의 운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힘의 논리로 지배되는 국제사회의 위계질서와 정의 구현의 실체가 거기 있다.
제대로 정신 차리지 않으면 우리의 국익과 무관하게 모든 상황들이 전개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주창한 ‘비핵. 개방 3000’ 정책만 해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크게 반대하진 않지만 통일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보면 약간의 손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관이 주도한다는 선입견 때문에 당초의 좋은 의도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는 한계점에 봉착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것보다 약간은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반관반민 형태의 단체 형태로 정치권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권한이 보장된 구성원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 나간다면 어떨까 싶다. 더 중요한 것은 한반도에 관한 국제사회의 지대한 관심(=흑심)이다.
그 관심들을 우리의 의도대로 몰고 갈 수 있는 외교적 역량이 필요한데 현실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

무엇보다 러시아와 일본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적인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 일변도의 현 외교 정책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한반도 정국에 치명적인 결함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 이상 주도권 상실로 뼈아픈 과거를 되풀이 하는 과오를 범하는 일이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저런 정황으로 볼 때 우리 현실도 북한 못지않은 위기 국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건은 그 위기 상황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더구나 통일을 전후해서 벌어질 한반도의 여러 가지 부족하고 어려운 문제들이 적지 않음을 감안할 때 그 어느 때보다 통찰력 있게 해결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부단한 노력들이 필요한 시기라 하겠다.
한반도 정세를 놓고 저마다의 국익에 따라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열강의 탐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특히 중국의 속셈을 예의 주시해야 할 것 같다.
사안마다의 코멘트들도 그렇지만 최근 서해에서 발생한 중국 어선의 전복사고를 둘러싸고 안하무인으로 적반하장인 중국 정부의 억지를 보면 이미 그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늘 반복되고 있는 역사, 결코 간단하게 볼 일이 아니다.
가끔은 호흡을 늦추고 삶을 되돌아보는 여유로움을 가져보자.
때론 바로 그 순간을 통해 역사의 발전이 이뤄질 수도 있음이다.

( 2010. 12. 22)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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