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9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새 하늘 새 땅

새 하늘 새 땅


점입가경이다.

정치권이 국회 집단난투극에 이어 엇갈린 ‘고소고발전’으로 2라운드를 펼치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민주당 관계자들을, 민주당은 한나라당 관계자들을 각각 고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한나라당대로 당 홈페이지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국회폭력 현장'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야당의 대응수위에 따라 고소 고발 방침을 정하겠다고 으름장이다.

오로지 당리당략과 이전투구만 존재하는 게 분명하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구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국회를 유린한, 묵과할 수 없는 사건이라는 판단 하에’ ’이 땅에 의회 민주주의를 제대로 정착시키고 실질적인 법치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고소를 하는 거라는데, 끌어다대는 이유가 참 현란하기도 하다.

자숙한다며 머리를 조아리던 며칠 전 모습이 과연 진실이기는 할까 싶다.



한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국민 앞에 증거라고 내 놓은 동영상도 저마다의 의도대로 ‘손질한’ 상태다.
혹세무민이 따로 없다. 국민을 어떻게 보고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염치도 없이 저마다 자기들이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목소리 높이고 떼를 쓰면 가해자가 피해자로 바뀌기라도 하는 것처럼 우김질이다.

치고 들어가야 할 쪽이 있고 막아야 하는 쪽이 있다면 피해자를 가리는 일은 너무나 쉽다. 국회 예산안 처리과정에서도 예산처리의 책임을 지고 있는 여당 측이 더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건 거의 상식선이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물리적인 ‘가해’를 통해서라도 일을 성사시키려는 여당 측 행보는 누구나 예측 가능한 범주였다.

그런데도 이런 저런 수상쩍은 ‘꼼수’로 비상 정국의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여당 일각의 ‘바람’과 '시도'는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뜻대로 되기가 슆지 않을 텐데.



물론 여야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에서 주장하는 상황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들에겐 가해자와 피해자의 영역이 구분된 마당이다. 더구나 여당의원들이 다시는 날치기를 안하겠다며, FTA 추가 협상안도 여야 합의 없이는 처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함으로써, 가해자라는 사실을 스스로 고백해 놓은 정황이다.

그런 것을 책임 소재를 미루며 다투고 있다.

정작 피해 당사자인 국민은 가만히 있는데 ‘가해자’들이 서로 손가락질하며 ‘보상’요구로 시끄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본질을 한참 비껴간 몰염치가 아닐까 싶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로 반성하고 사태를 수습하려는 정치권의 의지를 보고 싶다.

정치에 염증을 느끼며 너나 없이 싸잡아 보기싫다고 야단치고 있는 마당에 서로를 향한 손가락질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심정이 어떨까 짐작이나 해봤는지.



뜻밖의 돌발적 변수가 상수로 존재하기 때문에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언제 어떻게 어떤 이유로 뒤집힐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게 정치판이다.

그런 측면에서 기성 정치인들에게 있어 다음 선거판은 그 어느 선거보다 재앙에 대응하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 크기와 여파가 어느 정도인지 조차 감이 잡히지 않는, 인위적으로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부담이 그저 걱정스럽기 만한 그런 정황 말이다.

방송 등 언론 매체에 노출 빈도가 많았거나 당내 중책을 맡았던 다선의원일수록 긴장 모드가 필요하다. 만일 그 흐름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대한민국의 현실 정치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현실정치 감각이 그만큼 둔하다는 것이고 뒤쳐져 있다는 뜻이다.

적절하게 대비하지 못하면 분명 성난 민심의 질책 앞에 초라한 낙오자로 남게 될 것이 분명하다.



성경에 절묘한 우연이 있다.

40년 동안이나 광야를 헤매며 오랫동안 준비했던 모세는 정작 젖과 꿀이 흐른다는 새 땅을 멀리서 바라만 보았을뿐 밟아보지 못했고, 여호수와와 광야에서 새로이 태어난 사람들의 몫이 됐다.

정치권 역시 하늘과 땅이 새롭게 열리는 시점이다.

이에 대한 새로운 준비가 필요하다.

새로운 땅과 하늘은 그렇게 새로운 시대를 새롭게 준비한 지도자의 몫이 될 것이다.


(2010.12.17)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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