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8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3대 세습에 부쳐


3대 세습에 부쳐


삼성이 오너 일가의 전진배치를 통해 본격적인 3세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장남 이재용과 장녀 이부진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젊은 삼성‘ 구현‘에 나선 것이다.
40세 안팎인 이들 3세들의 경영 능력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LG나 두산 등 앞서 3대 세습이 이뤄진 기존의 회사들도 새삼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주가가 일제히 뛰었다니 출발부터 나쁘지 않은 조짐이지만 부의 대물림을 바라보는 세간의 정서는 다른 것 같다. 김일성의 3대 세습과 비교하면서 이런저런 문제점을 제기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일본이나 유럽에 가 보면 한 집안의 가업이 몇 대에 걸쳐 이어지는 현상이 드물지 않다. 가업에 자부심을 갖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일의 종류와 무관하게 고상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물론 재벌기업의 대물림을 이런 경우와 동일시 할 수는 없다. 지나치게 방대한 조직의 규모나 국가전체에 미치는 적지 않은 영향력 등 근본적인 점만 놓고 봐도 그렇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정당한 세금이 전제된다면 부의 대물림은 경원시되거나 견제받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또 다른 측면에서는 권장해야 할 사항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불행히도 대한민국 재벌가의 납세 의식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이 기준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심심하면 몰상식한 행실로 물의를 일으키는 재벌가의 사건사고 소식 역시 재벌에 대한 사회적인 반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결국 구속으로 처리되긴 했지만 이번 ‘최철원 사건’만 해도 재벌가의 현실 인식이 어느 정도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경우라 하겠다. 대부분이 재벌가에 호의적이지 않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쉽사리 재벌을 존경하지 않는 사회적 풍토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나도 나이를 먹어가기 때문인지 평소 재벌가의 젊은 2세 경영이 어딘가 믿음직스럽지 않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2세라는 단어보다 젊다는 단어가 더 마음에 걸린다는 이야기다.
물론 우리나라 2세 경영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이건희, 정몽구 회장을 보면 일반적인 예상치보다 훨씬 잘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선대보다 훨씬 더 도약적으로 가업을 안정시킨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선대의 성공이 모든 긍정적 결과를 담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이번 삼성의 파격 행보 역시 알 수 없다. 재벌가의 무모한 모험기로 끝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결국 모든 문제는 부의 대물림 과정에 있는 게 아니라 당사자에게 있다는 생각이다.
자기 할 탓이고 운용할 그릇의 문제인 것이다.

원론적이고 관념적인 이야기가 될 공산이 크지만 성공적인 부의 대물림을 위한 주의사항을 짚어보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부의 대물림이 ‘특혜’로 인식되는 일이 없어야겠다.
후계자 수업도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는 관점에서 진행시켜야 한다. 혹독한 트레이닝 과정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건 양보할 수 있는 인내심과 그 어떤 것도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을 길러야겠다.
대인의 풍모를 가진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는 과정이라고 할까, 그래야 세계와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방대한 조직을 탈 없이 이끌어 갈 수 있다.

재벌가의 후계자에게는 무엇보다도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CEO가 된다고 자동으로 정돈된 자질이나 인격 등이 부록으로 따라오게 돼 있는 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계자의 완성된 인격을 위한 인성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과정을 생략하고 젊은 나이에 오너가 된 재벌 2,3세들이 빚어내는 반사회적 행태들은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 바다. 무모한 부의 대물림이 초래한 일종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파생시키는 위화감이나 불쾌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고 그것이 고스란히 재벌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죽하면 부자 삼대 못 간다는 말이 생겼을까 싶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사회의 부자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은 뿌리가 깊다. 그리고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결자해지라고 해야 하나, 우리나라 재벌에게는 좀 더 적극적인 노력으로 해명하거나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원천적 의무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재벌가의 재화를 위해 많은 국민들이 희생의 땀을 흘려야 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벌 기업이 회사의 형편이나 상황에 따라 경영체제를 달리하는 건 사적 선택일 수 있지만 결코 자유로운 영역이 될 수 없다.

더 이상의 반목과 불화는 없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우리에게도 존경받는 재벌이 존재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의 국격을 재는 진정한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2010. 12.8)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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