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6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트로이 목마?

트로이 목마 ?

날치기 정국의 여진이 위기감에 빠진 여권을 연일 코너로 몰아넣고 있는 모양새다.

급기야 여당의 초재선 23명 의원들이 의원직을 걸고 국회를 바로 세우겠다며 나서기에 이르렀다.

예산안 강행처리를 반성하고 다시는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어길 시에는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뭐 이런 내용의 ‘자성과 결의’가 담긴 이벤트를 벌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비장한(?) 각오는 생각보다 약발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론은 그저 냉소를 보내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등 돌린 민심을 사로잡을 만큼의 매력이 보이지 않는다.



그들 23명의 거사에서 트로이 목마를 떠올린다.

이미 패를 다 까 보인, 그래서 실패하게 돼 있는 트로이 목마.

백기를 들고 투항한다고 했지만 그들은 지금 또 다른 내심을 다른 이들에게 읽히고 있는 현실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자기들이 들어가 앉아있는 목마가 사실은 나무가 아니라 투명한 속살을 내비치고 있는 유리재질인 현실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멍청하던지 무심하던지.

트로이 목마의 묘미는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전략 구사에 있다. 상대방이 수를 읽지 못했을 때만이 진가를 보여줄 수 있다. 상대에게 수를 들키는 순간부터 아무 짝에도 쓰임새가 없는 나무토막이 되고 마는 것을.

그런 점에서 해피앤딩으로 끝난 트로이 목마 원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트로이 목마는 패색이 짙을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지금 한나라당 의원들이 들고 나온 카드는 그동안 너무 많이 남용돼 낡고 식상해진 상태다.

요란한 시작에 비해 늘 흐리멍텅하게 매듭짓기 일쑤였던 마무리의 반복도 국민신뢰를 잃게 한 일등공신이라 하겠다.




이러다간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을 거라는 예감이다.

민주당이라고 형편이 더 나은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내부분열과 동요를 추스르지 못한다면 민주당 역시 미래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새벽까지 정권퇴진과 잘못된 예산 수정을 외치고 형님과 영부인 예산 물리라고 목청을 높여도 준비없이 조악하게 대응하는 스스로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없다면 민주당의 미래 역시 암흑일 수 밖에.

화력과 전력전술이 부족한 민주당이 승기를 잡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적잖은 실망과 낙담을 안겨준 한나라당 역시 돌아앉은 국민 마음을 쉽사리 되돌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국민이 화가 많이 났다.

정치를 새로 갈아엎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한 느낌이다. 정치판을 새롭게 짜겠다는 국민적 각오가 강력한 엔진이 되어 시동을 걸고 있는 마당이다.

그 뜨거운 열기가 관전자인 내게로까지 전달되는데 이번에야말로 정치판 대수술이 감행될 것 같은 기세다.

이대로라면 때마다 정치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정작 가장 개혁이 시급한 정치권은 늘 사각지대 속에 숨어버리곤 했던 근본적인 문제점이 치유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 정치판에 필요한 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이 같은 진정성이다.

말로 때워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의원직이라도 내던질 수 있는 용기와 각오를 보여야 할 때다. 지도부 사퇴 등의 용단으로 특단의 대가를 지불해야 할 상황인데 어영부영 눈 그치기를 기다리면 된다는 식의 안일한 사고는 고립을 자초할 뿐이다.

앞으로 정치인이 되려면 도장에 가서 태권도 부터 배워야할지도 모를 불상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젊은 의원 중에서 재도약을 하고 싶다면 모든 권리를 백지위임하고 내 한 몸 던지겠다는 각오 하에 희생정신을 갈고 닦기를 권하는 바다.

밖에서 훈수를 두고 있으니 수가 더 잘 보이는 관계로,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지만 크게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다.



국민 마음을 아우를 수 있는 것, 그것이 정치력이다.

힘자랑 보다는 정치력이 고수로 대접받는 정치판 풍토를 만들자.


(2010.12.1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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