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8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민란보다는

민란보다는

인터넷에서 ‘100만 민란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는 배우 문성근씨의 근황을 접했다.
‘100만 민란’은 시민 혁명을 통한 야권대통합으로 반한나라당 세력을 결집해서 말하자면 시민 정권을 세우자는 취지였는데 문씨는 이 일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고 있는 듯 했다.
물론 그와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다르다. 하지만 배우로서의 그를 좋아했던 터라 그가 남긴 이런 저런 자취에 저절로 관심이 갔다. 무엇보다 뚜렷한 신념을 세우고 그 신념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은 높이 평가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적장을 칭찬한 셈인데 이런 나의 사고가 이분법이 난무하는 정치판에서의 서바이벌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충고하는 지인도 있지만 하지만 천성이니 어쩌랴.)

그의 열정이 어떤 성과물을 내게 될지 판단하고 싶은 의도는 없다.
그렇지만 피력하고 싶은 개인적 생각이 있다.
문씨가 말하는 ‘혁명’은 통합이 화두로 대두된 21세기 정치현실에 안착하기 힘들다. 누군가를 원천적인 취약점이 있다. 누군가를 배제해야 하는 원천적 취약점 때문에 화합과 소통의 정치와는 거리가 있다.
더구나 언어 구사 방식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하다.
주장하는 건 좋은데 왜 굳이 순화되지 않은 언어가 동원돼야 하는지 설득되지 않는다.
문씨의 말솜씨는 일품이다. 우리 사회의 아프고 힘든 대목을 지적하는 그의 주장은 구구절절 옳다.

그러나 지나치게 자극적인 말투나 거친 언어구사는 유감이다.
듣는 이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현실에 둔감한 듯 싶다.
지나치게 적대적이어서 선동 정치의 폐해가 부담으로 남는다. 다른 이념이나 가치 대상에 대한 성토는 그렇다고 해도 무조건 타도와 전투대상으로 몰아가는 방식은 역시 무리가 있다.
생각이 서로 다르더라도 포용을 전제로 한 극복이나 상호이해 정도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상대 진영 말살로 정권을 획득하려기보다는 상대방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노력을 통해 여론을 설득하는 게 진정성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극단적인 반목과 갈등은 사회적 분열을 조장할 뿐이다.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정권 교체를 목표로 삼는 ‘민란 운동’의 운영방식은 수정돼야 한다.
실제로 그의 계획들은 ‘통합’의 명제 외에는 구체적인 가치와 정책 비전이 보이지 않고 아직 숙성되지 못한 허점이 있다. ‘민란’을 정당민주화, 대의 민주주의 안착, 지역구도 완화를 위한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세부적인 실천 안이 빠져있다.

좀 더 많이 고민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할 것을 설익은 채 세상 밖으로 나와 버렸기 때문이다.
2011년이 며칠 안남은 시점이다.
서서히 정치가 열리면서 대권이 됐건 소권이 됐건 정치 DNA의 활동 재개 움직임이 역력해졌다.
정치현장의 소모적인 경쟁 구도에 대한 더 깊은 관심과 고민이 있어야겠다.
정치 현장엔 경쟁자와 상대가 상수로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매번 적대적 관계로 대립의 극한을 달리다 보면 심각한 사회적 분열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폐해 역시 만만치 않다. 극한대립은 극한투쟁을 낳고 돌이킬 수 없는 적대감을 양산시킨다. 회복하는데 있어서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니 국가적 자원낭비가 아닐 수 없다.

정치 현장에서 겨룰 땐 겨루더라도 포용하고 인정할 수 있는 관계 설정으로 새로운 정치 문화의 지평을 열었으면 한다. 선거 국면에서의 경쟁과 대립도 좋지만 대결이 끝난 이후 현명한 뒤처리를 함께 모색하는 것도 기존 정치의 폐단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특별히 남북통일 이후의 정치적 상황을 염두에 뒀을 때 정치현장에서 승자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할 명제는 더욱 확실해진다.
어느 대선전에서도 폭발적인 국민 지지를 등에 업었던 정권은 없었다. 고작해야 50% 안팎이었다. 만일 대선 과정에서의 서운했던 앙금이 가슴 속에 독한 불씨로 남게 될 경우 국론 분열은 더 심각한 지경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한다면 정치적 승자가 왜 좀 더 겸허해져야하는지 그 이유가 자명해 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민란'을 외칠 시점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갈등과 분열 보다는 화합과 통합을 매개로 한 사회적 치유 능력자를 찾아야 한다.

PS: 굳이 문성근씨의 도전이 아니더라도 정부와 한나라당이 처한 현실은 매우 비관적이다.
위기임에 틀림없다.
이대로 독불장군식 노선을 고집하다간 문성근씨나 야당이 아닌 국민들에 의해 퇴출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체감하는 감지기능은 작동능력을 상실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한 걸음만 내딛어도 벼랑 끝인 절대 절명의 처지인데도 미몽을 헤매며 엉뚱한 방향에 집착하고 있다. 착각에 빠진 건지 마취에 취한 건지 여전히 지상 천국이다.
도대체 뭘 하고있는지 모르겠다.


(2010. 12. 28)
...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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