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31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악연

악연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저축은행과 투자의 연을 맺은 이들은 평생 모아온 재산을 떼이게 된 울분으로, 대주주와 그 주변인들은 투자자 돈을 자기 주머니 돈처럼 흥청망청 탕진해 버린 죄상으로, 권력 주변부 사람들은 뇌물을 받고  구명에 발 벗고 나선 혐의로 좌불안석에 놓여있는 등 연을 맺은 동기는 각기 다르지만 ‘부산저축은행’이라는 공통분모에 저마다의 인생이 함몰돼 있는 정황만큼은 다르지 않다. 
실제로 이들 중 전 감사위원은 억대의 금품과 물방울 다이아 등을 뇌물로 수수하고 부산저축은행 구명을 로비한  혐의로 이미 구속됐고 그로부터 구명 청탁을 받은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전 금융감독원장은 부산저축은행에 투자한 회사를 설립했던 사실까지  확인된 마당이다.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관련 인사들을 관통하고 있는 인연의 묘한 섭리를 생각하게 된다.
사건 연루자들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평소 친분이 작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뇌물과 권력이 서로에게 상호보완재 역할로 작용할 때만 해도 이들은 서로를 귀한 인연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달콤함 이후 감당해야 할 형극의 길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눈치다.
결과적으로 악연도 이런 악연이 없을 터인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다.
한 사람의 인생에 긴밀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에 인연은 결코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명제다. 살아가면서 어떤 인연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베드로는 예수를 만나 한갓 어부에서 그의 수제자가 되어 구원의 사표로 거듭날 수 있었고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연을 들은 남강 이승훈 선생은 그 감명을 오산학원 설립을 통해 인재배출하는 에너지로 승화시켰다. 또 클린턴을 미국의 대통령으로 이끈 인연은 고등학교 시절 만난 케네디 대통령이었다.
이들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특별한 인연이 한 사람의 인생을 크게 바꾸는 ‘이적의 현장’을 목격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내 경우만 해도  삶을 이끌어 주는  선한 인연의  덕을 많이  본 유형이다.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심신을 푸근히 감싸주는 무형의 기운에서 위로를 받곤 하는데 인연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로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분들의 과분한 칭찬과 관심은 어릴 때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던 내게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참을 줄 아는 인내심을 길러준 자양분이었음을 고백한다. 미국 명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할 때도, 대학총장의 임무를 무난히 수행해나가는데 있어서도, 정치현장에서 국회의원이 되어 국민대표로서의 기능을 다하는 삶의 과정에서 그 때마다 내 뒤를 든든히 받쳐주고 응원으로 에너지를 제공해 준 근원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렇다고 내게  따뜻한 인연만  존재했다는 뜻은 아니다. 
가슴 저미는 슬픔을 남기거나 울분과 고뇌로 밤잠을 설치게 만든 악연도 있었다.
악연은 특히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던 사람으로부터 파생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우리 생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좋은 인연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악연의 파장을 줄이는 일 또한 인간의 삶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나라당 도당 위원장 시절, 공직 후보 공천에 관여하게 되면서 수많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그 때의 인연들이 지금까지 내 삶에 뚜렷한 음영을 남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말로 좋은 인연으로든 특별히 나쁜 악연으로든. (한나라당 인기가 하늘을 찌를듯 하던 기세라 공천으로 당선이 보장되던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지금 한창 언론에서 뉴스메이커가 되고 있는 A씨 역시 공천 때문에 악연을 맺게 된 사람 중 하나다. 보궐 선거 당시 일인데 그는  자신의 낙천 배경을  나라고 몰아가면서   나를 성토하는 것으로 자신의 울분을 표현했다. 도당위원장이긴 했지만 공천과정의 모든 것을 책임지기엔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고 항변하진 않았지만 잘못된 정보로  오해받는 상황이 아팠던 건 사실이다. 
최근 경기도 지역 선거에서 분루를 삼킨 바 있는 B씨는 거꾸로 나를 섭섭하게 만들었던 사람이다. 
당사자인 나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그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나는 오래 전 그를 용서(?)했다. 그의 입장에서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거라고 이해하면서다. 
그를 용서하고 나니 오히려 내가 자유를 얻은 기분이었다. 큰 그릇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위안을 주기도 했다.
 
우리 모두 본의 아니게 악연의 주체가 되기도 하고 그 책임에 갇히기도 한다.
인간적인 측면에서 악연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면서도 미운 상대를 보면 속을 끓이게 되는 것이 인간의 한계이지 싶다.
내게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악연이  있다. 
비열하기 짝이 없는 그의 행태와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나를 지배하고 있으니 질긴 악연인 셈이다.
그동안 철저히 무시하는 것으로 상대에게 복수(!!)하고 있지만 요 며칠 동안 그로 인해  편치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요 며칠 번민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새로운 힘과 용기도 충전할 수 있었으니 결과적으로는 해피앤딩인 셈이다.

악플이나 헛소문에 우울증을 앓다가 목숨을 끊는 연예인들 소식이 잦은 요즈음이다.
어린 그들의 막다른 선택이 안타깝다.
어려움이 있지만 꿋꿋하게 잘 버텨나가라고 다독여주고 싶다.
 마음먹기 따라 오늘의 고통쯤은 금방 소멸되기도 하는 인생의 비밀을 말해주고 싶다.
이 밤, 비록 천지를 울리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의 광폭한  지배를 받고 있지만   내일은 반드시 또 다른 아침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이 알았으면 싶다. 
앞으로  남은 세상을 더  밝고 행복한 시간으로  채울 수 있다는  '복음'을  큰 소리로  알려주고 싶다.
                                                   (2011. 5.31)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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