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27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김정일 방중

김정일  방중
 
북한 김정일의 7일 간 방중 일정이 끝났다.
한반도 정세 완화와 비핵화 목표를 고수하고 6자 회담 재개를 희망한다는 북의 입장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통해 전해지고는 있지만 폐쇄적 특성 때문에 성과에 대한 추측이 분분하다. 특히 1년 사이에 3번째 이어지고 있는 방문이라는 점에서 그 배경을 놓고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김정일의 이번 방중은 그동안 궁지에 몰려있던 북한의 처지를 감안할 때 식량난 등 경제적 난관 해소와 후계구도의 안정을 위한 돌파구 마련 차원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김정일과 중국의 최고 지도부가 만나 라선 특구 개발을 비롯한 북중 경제협력 활성화 방안과 김정은 후계 구도의 실질적 인준이 논의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북한의 후계체제를 안정시켰고 획기적인 경제협력 계약을 매듭짓는 수완을 보여줬다. 북한이 나선특구를 통한 중국의 동해 출해권 확보에 협조하는 대신, 중국이 압록강 하구의 북한 섬 황금평에 대한 대규모 개발에 적극 참여한다는 것이 알려진 북중 경협의 골자다. 아직은 본격적인 지역 개발 논의까지 진전된 건 아니지만 동북지역 발전의 보루인 ‘창.지.투 경제권’ 개발을 추진 중인 중국의 입장에서 동해 출해권 확보를 서두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시기가 좀 더 앞당겨지게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중국의 곳간에서 물자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된 대신 국경에 인접한 북한 지역에 대한 사용권한을 중국이 원하는 대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를 방패삼아 북한 경제를 살려내 한국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김정일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을 상대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북한의 선택에 느긋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중국에게 건네지는 북한의 약속이 훗날 한반도 전체를 규제하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중 경협이 중국의 동북공정 음모에 힘을 실어주는 발판으로 작용하게 된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티벳 지역 흡수로 서남공정을 성공시킨 중국의 왕성한 ‘식욕’을 생각한다면 위기상황을 어느정도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북한과 중공 사이의 핑크 빛 무드가 우리에게 치명타가 될 가능성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명확한 이유다.
 
그런 차원에서 집권 이후 줄곧 북한에 강경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기조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그동안 북을 지원하던 5만 톤의 식량을 볼모로 묶어놓고 천안함 사태에 대한 사과 없이는 한 발자욱도 나서지 않겠다는 으름장이고 국회는 국회대로 탈북자 송금 시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강경 일변도의 흐름은 위험하다.
더구나 북한이 식량 때문에 우리에게 사과하거나 읍소할 일은 당분간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우리에게 맞서는 북의 요지부동이 갈수록 힘을 더해가는 모양새다. 김일성 탄일 100주년을 맞는 내년을 대비해서 최소한 1년은 버틸 정도의 준비를 해 놓았다는 얘기도 들리는 걸 보면 핵 포기를 기대하는 서방의 압력 역시 북한의 개과천선을 유도할 정도로 강력해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핵을 포기한 카다피의 비참한 말로로 인해 오히려 핵무장 강화 의지를 다지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주변 정세에 비춰 볼 때 우리의 대북정책에 좀 더 세밀한 전략적 접근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힘의 논리는 적절한 처방이 될 수 없다. 북한을 점점 중국에 밀착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한반도 통합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다 궁지에 몰린 북한이 세습에 필요한 통치기반을 위해 중국의 위성국을 자처하게 되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한 심정이다.
독일의 예처럼 정부는 강경책을 쓰더라도 학술단체나 시민단체 또는 종교단체 등이 나름대로 북한을 접촉할 수 있는 채널을 늘리는 융통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활한 남북 관계를 위해서는 우리의 통 큰 대북 원조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다양한 채널과 연락망 구축 방안 모색에 관심을 모아보자.
                                               (2011. 5. 27)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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