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23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고엽제

고엽제

미국이 또 문제를 일으켰다.
주한미군이 고엽제를 비롯한 맹독성 물질을 경북 칠곡 미군기지내에 대량으로 파묻었다는 양심선언이 나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78년 당시 고엽제 등의 독극물이 든 10만 리터 분량의 드럼통을 직접 매립했다는 미군 전역자들과 한국인 근로자의 육성 증언이 잇따르면서 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청산가리의 1만 배, 비소의 3천 배에 달하는 다이옥신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는 고엽제의 맹독성은 이미 알려진 바대로다. 다이옥신 1g이면 무려 2만 여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고 용해와 분해가 어려워 오래도록 인체와 토양에 해를 끼치는 치명성을 생각할 때  분통이 터진다.  설마 미국정부가 이 일을 주도하고 은폐하고 하지는 않았다고 할지라도, 미국의 일부 몰지각한 관리들의 잘 못 이었다고 할지라도 너무 많이 나간 느낌이다.

무엇보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미국이 과연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루게 될지 걱정이다.  
지탄하는 것으로 간단히 끝날 사안이 아니었던  여러 사례들이 구렁이 담넘어가듯 처리된 앞서의 경우를 생각하면  당연한 불안이다.   실제로 미국의 불량한 양심을 적발해내는데 성공한다 해도 피해보상을 낙관할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조만간 한미 합동 진상조사를 벌일 예정이라지만   벌써부터  권리 행사를  제한을 받고 있는 처지다.  모든 것이  혐의 당사자인 미국의 지휘 체계 아래 진행해야  하는 웃지 못할 코미디  같은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미군에게 그 어떤 환경적 책임도 물을 수 없게 돼 있는 소파협정의 불평등한 규약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포르말린 방류 사건 등  주한미군이 우리의 국토를  독극물로 오염시켰던 일이 기왕에도 수차례 있었지만  미군의 혐의를 입증해 놓고도  아무런 피해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는  우리 만의 억울함이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이중적인 제국주의 행태를 정당하게 처벌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이런 식의 결말로 끝난 일들이 부지기수다.  

아주 가슴이 아프고 분한 것은 우리  모두의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갈수록 정의의 지배력이 요원해져가는 세상에 대한 회의로  ‘정의’의 개념을 짚는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포기하는 이 현실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요’ 법칙이 적용되는 국제사회의  룰, 특히  상대국과의 이해타산이 일치하면 그게 바로 정의가 되는 미국과의 상관관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낯가림이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분위기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약자는 언감생심 정의를 주도할 꿈도  꾸지 말아야 하는  무언의 압력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정의는 이기심의 산물’이라는 부가적 해석을 덧붙이는 수정 작업이 불가피할 것 같다.
무한경쟁 구도 하에 국익이 최고의 가치기준이 되어 국제사회를 주도한 지 오래이고, 그렇게 모든 국가들이 저마다의 국익을 위해 미친 듯이 달려가고 있는 형국이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지 싶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상황이고 보니  종종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는  강대국의 만행이  소리없이 묻히는 걸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어떻게 해야할까?

결국 외세에 국가의 명운을 맡길 수 밖에 없었던 우리의  허약하고 슬픈 역사를 탓해야 할 것 같다.   
우리에게 있어 우방을 자처하는 미국의 실체를  제대로 알아야겠다. 
‘태프트-가츠라밀약’과  ‘포츠머스조약’을 통해 대한제국을 일본에게 넘기고  ‘얄타회담’을 통한  신탁통치로  한반도분단을  주도한 당사국이 미국이었다. 이번 고엽제 사건도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오만함의 일부가 알려진 것일 뿐이다. .
임진왜란 때도 그랬다. 원군 요청을 받고 명나라에서 파송된  명나라 장수들은  조선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  이여송이나 진린 등은 젯밥에 관심이 많았다.  전쟁 보다는  일본과의 협상 카드에  몰두하는 모습으로 우리를 아프게 했다.  
그러더니  얼마 못가   명나라는  간판을  내렸다.
지금 국제사회에서 경찰국가를 자처하는 미국의 최후가  명나라의 그것처럼 불행하게  마감될 수도 있다는 예감이다.  
우리에 대한 만행 여부를 떠나 미국 사회에 만연된  도덕성 해이가  미국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징조가 역력하다.  돌이킬 수 없는  영역으로까지 진입한  상태에서  미국의 명운을 재촉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의 운명을 남의 손에 맡기면 왜 안되는가를  깨닫게 해 줬다는 점에서 뼈아픈 경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를 지나치게 무시한 미국의 오만한  처사가 반영된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그동안  진상이  밝혀진들 지들이 뭘 아떻게 하랴 싶은  자신감을 깔고 우리를 대해왔던  미국의 부도덕한  진면목을 여지없이 드러낸 사건이다. 우리 정부의 반발이나 국제사회의 비난을 조금이라도 고민했다면, 우리가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미국은 물론  그 어떤 나라도 자국의 이익을 뛰어넘는 이타적 배려가  존재할 수 없는  이 생존경쟁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의 일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 힘으로 처리할 수 밖에 없다. 좋은 일은 좋은 일대로 나쁜 일은 나쁜 일대로 철저한 사전 준비와 대비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도 함께 해야겠다.
정부 역시 미국과의 관계 설정에서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살피고 이해득실을 따지고 철저한 뒷검증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겠다.   좀 더 적극적인 노력으로  더 이상  국민 권익이  상처받는  불행이 없도록   미연에 방지해주길  바란다. 
                               (2011.5.22)                         
                      ....홍문종 생각                           
결국 우리에게 달려있는 문제인 것이다.
불편하고 기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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