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25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망국병

망국병
무상, 반값...
날로 어려워지는 경제상황 속에서 귀가 번쩍 뜨이는 단어들이 범람하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에서 급식은 물론 의료 서비스와 보육을 무상으로 책임지고 대학 등록금도 반값에 해결하겠다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약대로라면 대한민국은 금방이라도 유토피아가 될  수 있을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현실까지 녹록한 것은 아니다. 
공약 실천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 대한 고민없이 우선 당장 달콤한 곶감부터 들이미는 정치인의 얍삽함부터 나무랄 일이다.  상이 됐든 반값이 됐든 국민 복지의 질을 높이겠다는 데야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대부분의 공약들이 ‘선거용’에 그치고 마니 문제다.    실제로 구체적인 실천이 담보되지 않은  선심 공약은   대부분   뒷감당 못하고 空約으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권자의 환심부터 사고보자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포퓰리즘으로 인한 부작용이 고스란히 국민부담이 되고 있다. 일관성 없는 정책이 남발되고 국가 정책이  1, 2년도 못 가 바뀌게 되는 혼선이 불가피하게 되는 것이다.
 
국민을 위한 복지확충에 대한 정치권 노력을 나무랄 생각은 없다.
그러나 복지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아야 하는 현실을 외면한 정책을 들고 나오는 정치인들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결국 국민 세금을 재원의 근간으로 삼아야 하는데 증세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염두에 두지 않은 공약은  폭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스웨덴이나 덴마크 등 사회보장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국가들의 경우도  국민 호주머니로 충당되는  50%의 재원이 없다면  사정이 달라졌을 것이다.  더구나  대부분 복지혜택을 기대하면서도 세금을 비롯한 복지 부담금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우리의 경우  증세가 쉽지 않은 현실적인 어려움도 겹친다.  부채폭등으로 인한 재정위기가 경고되는 사정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2050년이면 고령화 등의 사회적 여건으로 정부 부채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국가의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S&P 2011년 1월 보고서)은  녹록치 않은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는 일단이라 하겠다.
 
정치인의 숙명은 천형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언제나 국민의 표심을 의식해야 하는  그들의  고단한 인생 노정을 보면  절로 드는 생각이다.    중요한 시점, 특히 선거를 앞두고 국민관심을 끌기위한   그들의 노력은 집요하다 못해 처절하다. 원칙도 신뢰도 안중에 없이  오로지 당선만이 최고의 선이고 지상최대의 과제가 되는  외눈박이 인생을 살고 있다.   가끔씩 당선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선거 이후를 간과했다가 감당 못할 낭패를 초래하게 되는 경우까지 공개된 험로를 마다하지 않는다. 허풍과 위선이 난무하는 가운데 손톱만한 가능성만 있어도 침소봉대하는 낙관적 특성은 그렇다 쳐도 자기최면에 취해 신기루를 신봉하는 모습은 불굴의 의지 그 자체다.
이런 과정에서  선심성 공약은 정치 일선에 나선  이들에게  페로몬을 쏘아대는 강력한 유혹이 될 수 밖에 없다.

어떤 때는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해야 하는 자기모순에 빠지기도 한다.  
정당이나 후보의 철학과 가치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야 할 정책 공약조차 일관성없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얼마 전 보궐 선거를 통해 제도권에 귀환한 야당 대표가 그런 경우였다. 
그의 지난 저서들을 살펴보면  획일적 복지를 예산낭비로 규정하거나 지정파탄, 세금 폭탄, 포퓰리즘의 극치라고 통렬하게 비판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그런데 당적이 바뀌자   반대 노선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딱한 입장이 되고 말았다.   실제로 당적을 이동한  이후 야당 대표로 나선 신년회견에서 보편적 복지를 ‘시대적 요구’로 격상시키면서 정치적 소신과 신념을 그림자로 만드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치인의 포퓰리즘은 그 부정적 폐단 때문에라도 지양돼야 마땅하다.
정치인이 선동적 인기몰이 등 비정상적 수단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면 결과적으로 국민이 교묘한 세치혀와 잔머리 굴리는 재주꾼에게 자신의 주권을 맡기는 꼴이 된다. 과대망상과 허위에 찬 지도자는 국가와 민족의 미래마저 깡그리 망쳐버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불안한 선택이 될 수 밖에 없다.
독일의 히틀러와 괴벨스가 그랬고 아르헨티나의 페론과 에바 폐론 부부가 그랬다.
이들은 교묘한 편집술과 말장난 그리고 대책없는 선심행정으로 무장한 포퓰리즘으로 민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내 편으로 만들었다. 가히 근대 포퓰리즘 정치의 대표적인 대가로 꼽을 만하다.
이런 정치인의 좌충우돌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바로 유권자의  선택이다. 나마 지도자의 잘못을 준엄하게 꾸짖을 수 있는 유권자의 역할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국가와 사회에 엄청난 독소로 작용하는 잘못된 포퓰리즘의 부작용을 염두에 둘 때  유권자의 안정된 안목과 판단이   사태를 바로 잡을 수 있어  든든하다. 

포퓰리즘은 망국병이다. 
망국병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국가에  의존하려는  국민  성향부터  바로잡혀야 할 터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국민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거듭나는,  새기원을 열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지금이야말로 도전해 볼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    2011. 5.25)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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