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17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달빛에 걸리다

달빛에 걸리다


대문을 열다가 우연히 바라본 하늘이었다.
늦어 힘든 내 눈에 하늘을 가득 채운 둥근 달이 스며들듯 나를 적셨다.
그리고 이내 휘영청 산마루에 올라 나를 보고 환히 웃고 있는 둥근달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달의 미소를 마주하는 순간 그 매력에 ‘딱 걸려들어’ 그만 포로가 되고 만 것이다.
토끼와 계수나무 그리고 연자방아까지 품고 있는 달의 미소가 푸근하게 감싸주는 듯 했다.
그 넉넉한 포용력이 온 종일 과용된 심신을 위로하며 평안을 주었다.
 
돌아보니 그동안 하늘에 걸린 달 한 번 마음 놓고 바라보지 못할 만큼 정신없이 살았었다. 
매번 끝자락에 매달려 동동거려야 했던 게 내 삶의 실체였던가 싶다.
이런 식으로 사는 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제대로 된 방향이라고 할 수도 없다.
오늘만 해도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 많은 말들을 쏟아냈지만 그 각각의 만남에서  최선을 다했는가 물으면 할 말이 없다.   바쁘다는 핑계로 불성실한 마무리를 남발했기 때문이다. 
이 밤, 그런 스스로의 모습이 부끄러워 기도하는 마음으로 달빛에 젖어있다.
내 아무리 발 벗고 뛴다 해도 밤하늘에 걸려있는 둥근달을 능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패배를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생각이니까. 

달빛을 놓기 싫어 집 앞을 서성거리고 있다.
형형한 달빛 아래 세상 만물이 고요히 엎드려 있는 형국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밤이다.
밤하늘 둥근달의 여유로운 미소에 덩달아 넉넉해지는 기분도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
이렇게라도 달을 볼 수 있는 나는 그나마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빌딩 숲에서 터져 나오는 조악한 불빛에 둘러싸인 사람들에 비하면 말이다.
성냥갑처럼 촘촘한 빌딩 숲에서 오글거리며 부대껴야 하는 도심에서의 삶은 달을 만날 여유조차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더구나 퇴기의 화장발처럼 퇴락의 징후가 역력한 도시의 인공 빛임에랴.
  
둥근달이 노래를 하고 있다.
 달빛 아래  축제다.   
삶에 지친 영혼을 치유하기를 원하는  이들을, 벅찬 하루 일정에 나날이 찌들어가는 군상을  모두 모두 불러 모으고 있다. 가슴을 활짝 열고  달빛을 타고 쏟아지는 정기를 받으라는 성화가 반가운 건  나만이 아니리라.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을 두 팔로 받아 안는 달의 관용에서  따뜻한 어머니의 품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번뇌를 용해하는 사랑의 힘과  활력도 주고 희망도 주는 무한한 자연의  시혜가 거기 있다. 
초라한 기분이 들더라도 눈을 감지는 말자.
우리는 그저 눈을 들어 밤하늘에 걸려있는 둥근달을 마음을 담으면 된다.
 
달과 함께 부르는 노래. 
하늘의 선물을 모두가  함께 향유할 수  있었으면.....
                                               (2011 . 5. 17)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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