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6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문제는 '검은 의도'다

문제는 '검은 의도'다
 
‘죽은’ 빈 라덴이 ‘살아있는’ 미국을 궁지에 몰아넣는 형국이다.
오사마 빈 라덴의 최후 정황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면서 미국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  빈 라덴이 무기를 들고 저항하다가 사살됐다는 미국의 당초 발표를 반박하는 여러 정황들이 제기되면서 미국의 빈 라덴 제거 작전이 온당하게 진행됐느냐는 국제사회 반발이 역풍 조짐을 보이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의 처지가 말이 아니게 됐다.
법치주의를 신봉하면서도 체제에 반하는 빈 라덴에게 만큼은 입맛대로 법을 적용했다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덕분에 미국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테러리스트를 제거하고도 칭찬은커녕 국세사회 여론을 살피며 이런 저런 해명을 해야 하는 궁색한 처지로 전락했다.
빈 라덴 최후가- 굴종하는 듯한  나약한 태도를 보였다거나 자기 부인을, 혹은 여자 경호원을 인간방패로 삼아 저항했다거나 하는 등- 확인되지 않은 채 인구에 회자되는 상반된 설이 정리가 된 건 아니다. (조만간 진실이 밝혀질지 아니면 역사의 수레바퀴가 한참 돌아간 이후에나 밝혀질지 알 수 없지만 지금으로선 섣부르게 판단하기보다 유보하는 게 낫지 않을까)
 
빈 라덴 시신 사진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보기에도 끔찍한 그의 사후 모습이 인터넷 공간을  돌아다니고 있다.
그  사진을 접하면서 죽음 앞에서 인간은 어떤 심정이 될까를 생각했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 적나라한 인간적 본능을 드러냈던 기왕의 사례들이 아니더라도 살려달라고 목숨을 구걸하고 싶은 최소한의 갈등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조선 개국 당시 역모 고려의 충신 포은 정몽주 선생이 그 오랜 시간을 두고 인품을 칭송받는 이유도 지조와 절개를 위해 자기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릴 수 있는 용기는 쉽지 않은 결단이기 때문이리라. 
문득 나라면 어떻게 처신했을까에도 생각이 미쳤다.
어차피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불리한 정황이라면,  그 무엇보다 역사의 평가를 의식해서 더 당당한 모습이 되고자 준비하게 될 것 같다.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최소한 나를 따르는 사람들과 역사 앞에 어떻게 남게 될 것인가를 가장 큰 판단의 근거로 삼겠다는 평소 소신대로 말이다.
 
죽어서도 뉴스의 중심에 서 있으니 빈 라덴은 정말 대단한 존재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이 빈 라덴의 사후 가치를 크게 상승시킨 주역이 됐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국제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그의 권리를 생략해버린 미국의 판단 덕분에 빈 라덴은 알카에다의 ‘전설’로 그 지위를 굳힐 수 있게 됐다.   미국은 본의 아니게 평소 가장 가까운 심복에게 총알 두 방이 장전된 권총을 맡겨두고 체포당하느니 차라리 자기를 쏴달라는 당부를 남겼다는 빈 라덴의 유언을 충실히 이행해 준 당사자가 된 셈이다.
최근 빈 라덴이, ‘전범’으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지극히 평범한 자신의 실체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까발려 실패한 영웅으로 전락한 사담후세인과 비교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무엇보다 빈라덴 최후에 대한 여러 설들이 자기 의도대로 각색하려는 미국의 의도로 파생된 거라면  걱정이다.
빈라덴의 유훈 정치가 오히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 대한 적개심을 끌어 모으고 이슬람을 결집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만약  빈 라덴을 폄훼하고  미국을 위한 계략의 일환으로  등장시킨  시나리오라면  지금 미국을 향해 불고 있는 역풍의 조짐이 광풍으로 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에게 있어 일본 만행의 극단적 사례로 꼽히는 명성황후 시해사건도 비슷한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명성황후 시해에 관한 소문은 일제 36년 식민 잔혹사와 더불어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민족적 각성으로 일깨운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게 사실이다. 
항상 주장하는 바이지만 이슬람교과 기독교, 아랍과 서방 간의 문제는 어느 한 쪽이 일방적인 힘이나 매도나 폄하 등의 기획력으로 해결될 대상이 아니다.  유일한 해결 방법은 바로 평화와 공존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 과감하게 인정할 건 인정하고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이 선결되지 않는 한 빈라덴이 죽거나 오바마의 재선이 탄탄일로에  올라있는  상황 자체가 인류 역사를 위해서는 그다지 좋은 사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문제는 상황을 이용해 원하는 바를 취하고자 하는 ‘검은 의도’의 보이지 않는 손놀림이다.
국 알카에다의 ‘광기’나 미국의 ‘광기’나 옳지 않은 동기로 출발한다면 인류에게 똑같은 피해를 유발하는 시한폭탄의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옥석을 구분하는 안목이 그래서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빈 라덴의 죽음이 3차 대전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우려된다.
지나친 비약이었으면 좋겠지만 불안한 건 사실이다. 
                                                         (2011. 5. 7)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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