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입양

입양

우리나라가 중국, 이디오피아, 러시아에 이어 미국 입양 순위, 4위를 기록했다는 뉴스를 봤다.
다른 일도 아니고 인구가 남아돌아가는 중국이나 기근에 시달리는 이디오피아, 사회적 불안에 시달리는 러시아 같은 나라들과 함께 입양아 최다 수출국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니.
부끄럽고 아팠다.

해외입양을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동 수출국’이라는 불명예를 여전히 달고 있는 우리다. 1955년 해외 입양이 처음 시행된 이래 지금까지 16만 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낯선 이국땅으로 넘겨졌다. 많이 감소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연간 평균 13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입양아라는 이름으로 수출되고 있는 현실이다.
믿고 싶지 않지만 ‘돈’이 ‘아동 수출국’ 오명의 총체적 배경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동 1인당 800만~1200만원에 달하는 해외입양 수수료 수입 때문에 입양기관들이 해외입양을 부축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까지 나서서 돈 때문에 아이들을 팔아넘기고 있다는 비난을 퍼부어 댈 정도다.
여러 정황들도 제시되는 상황이니 괜한 음해는 아니지 싶다.
사실이라면 이대로 간과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국가의 자존심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라고 본다.

바야흐로 인구가 경쟁력인 시대를 살고 있다.
강대국이 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인구 1억이 넘어야 한다는데 우리의 경우 남북통일을 전제한다 해도 인구 7천을 넘길 수 없다는 진단이다. 저출산 여파로 인구감소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우리로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14년이면 취학 아동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관측 역시 심각성을 더해주기는 마찬가지다.
인구 문제가 우리에게는 참으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 다름 아니다.
이런 상황이니만큼 해외입양을 우려하는 시각은 지극히 당연하다.
무엇보다 귀중한 인적자원이 외부에 유출되는 빌미가 된다는 관점에서도 해외입양을 적극 검토해야 할 이유 또한 명백해진다. 자칫 대한민국 미래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찍이 입양의 인권침해적 요소 때문에 해외입양을 법으로 금지한 루마니아나 해외입양 중단 선언한 라이베리아, 입양 수속 신규 개시를 금지시킨 과테말라의 결단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그동안 국외입양을 금지하는 입양특례법 개정안 등 해외입양 억제를 위한 일련의 노력들이 정치권이나 민간기관들을 중심으로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노력 대부분이 일시적 현상이나 무위에 그치기 일쑤였다.
아무런 결과물도 남아있지 않은 현실을 좀 더 직시할 필요가 있다. 좀 더 적극적인 시도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해법은 노블리스 오블리제 차원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순혈주의에 대한 반성부터 선행돼야겠다.
폐쇄적인 순혈주의가 대한민국 미래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이상 없는 현실을 깨닫는 게 순서라고 생각한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생각부터 버리자. 자식에게 물려줄 유산의 부피를 생각한다면 입양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부모로부터의 독립이 당연시되는 외국의 경우 재물보다 더 값진 유산으로 자식의 삶의 질을 높이는 부모의 지혜로움이 돋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주위에서 유산 상속으로 자식들의 삶을 망가뜨리고 땅을 치는 부모의 후회를 목격하기도 한다. 재산 때문에 자식들이 원수지간으로 갈라진다면 재벌의 삶인들 행복할까 싶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통한 사회적 차원의 캠페인이 보다 확실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장에서 희망을 본다.가슴으로 낳은 자식을 여럿 기르며 대중들에게 참 행복의 의미를 전하고 있는 인기 연예인 차인표 신애라 부부나 션 정혜영 부부의 입양 실천이 그 사례다. 그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여러 측면에서 유익하고 유의미한 사회적 반향을 남겼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들이다 . 그들의 실천이 국내 입양 환경에 기여한 바는 참으로 지대하다 할 것이다.
그 밖에도 어차피 진행된 해외 입양아에 대해서는 각별한 관심으로 ‘뿌리의식’을 고취시키거나 ‘홈커밍 데이’ 등의 기획으로 세심하게 배려하는 후속 조치들이 이어져야겠다.
이중 국적에 대한 전향적인 발상도 인구 감소 대책을 위해 고려해 봄 직하다. 사교육비의 문제도 심각하고,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문제도 심각하게 따져 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세계 최강의 IT산업과 자동차 산업을 기반으로 삼아 경제대국으로의 비상은 공허한 구호나 수치로 완성되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성숙한 의식이 기초한 자질이 있어야겠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책임감이야말로 선진국민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 자질이 아닐까 싶다.
천민 자본주의가 아닌 진정한 선진국 대열 합류를 위해 입양에 좀 더 깊은 관심을 표명해 보자.
나쁘지 않을 것 같다.

(2011. 2. 2)
...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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