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5일 토요일

홍문종 생각 - 그래도 희망이다

그래도 희망이다


화려한 귀환이었다.
통기타 하나로 70년대를 풍미했던 노장 가수들(음악다방 세시봉의 대표가수 그룹이었던 이장희,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이 여전히 녹슬지 않은 솜씨로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현장은 놀라웠다. 설날 연휴 방송가를 강타한 ‘세시봉 콘서트’ 얘기다.
나 역시 공연이 방영되는 텔레비전 앞을 떠날 수 없었다. 나로 하여금 40년 이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젊은 날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게 했기 때문이다. 통기타와 청바지. 더벅머리. 생맥주 등으로 대변되는 젊음의 상징들을 통제하던 기성세대에 맞서 그나마 숨 쉬고자 안간힘을 쓰던 그 때는 세상 전부가 암울하게만 보였다. 그 무엇도 내 청춘을 구원할 수 없을 거라는 절망에 짓눌려 있었다.
그런데 ‘세시봉 콘서트’의 감흥이 아프고 즐겁고 했던 그 시절을 아련한 그리움의 모습으로 되살아나게 했다. 추억의 이름이 역시나 힘이 세다.

추억이 상기시킨 지난 시간들이 또 다른 관점으로 현실을 자각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우리가 얻은 것과 잃은 것, 그리고 다음 세월을 위해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던져준 것이다.
생각해 보면 가장 긍정적인 측면으로 평가할 수 있는 변화는 경제력 향상이라고 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 신분으로 경제원조를 받던 과거의 대한민국을 생각해보면 보다 명백해지는 사안이다. 실제로 OECD 10위권을 넘보는 경제대국으로 거듭나 있는 위상답게 세계 시장에서 ‘made in Korea'의 깃발이 활개를 치고 있다. 욱일승천하는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모두들 박수를 치며 경이로움을 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주변국들에 비해 꽤나 빠르게 진행된 민주화 속도도 국제사회 속에서의 대한민국 위상을 올려주는 지표 중 하나라는 생각이다.
잃은 것도 많다.
사회 전체가 개인주의로 치닫는 바람에 사회적 갈등이 상실감을 심화시키고 있다. 국민 상호간의 간극이 넓어지는 바람에 사회적 동질감이나 교감의 영역이 점점 황폐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소통부재로 인한 단절이 자살이나 이혼 그리고 범죄 비율의 수치를 높이는 주범이 되고 있는 현실도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식의 변화들이 그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던 가치 판단의 기준까지도 달라지게 만들었다.
상호간의 신뢰, 공정과 정직, 성실 등의 미덕이 한 사회의 영속적인 발전을 위해 사회적 덕목으로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무심코 넘어갔을 사안들이 사회적 빅 이슈로 부각돼 뜨거운 감자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진 것도 같은 현상이다. 물질만 충족되면 별 문제 없었던 과거에 비해 미래사회로 갈수록 정신적 영역의 가치가 더 고부가가치로 평가되는 사회적 환경변화가 불가피해졌다고나 할까. 이제는 품격있는 삶의 질을 요구할 만큼 국민적 의식 수준이 달라진 것이다. 위정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성 수위도 이전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
대통령의 신년 좌담회가 당초 의도한 국민과의 소통을 이루지 못하고 표류되는 현상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충청권 과학벨트 공약과 관련, 선거 당시 공약 사항을 번복하는 듯한 뉘앙스의 대통령 발언은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한 의도였다는 식으로 표현한 대통령 발언은 사려깊지 못했고 논란을 부를 만하다는 생각이다. 민심 파악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없었나 싶을 정도로 민심과 괴리된 발언이 걱정스럽다.

그러면서 답을 얻은 게 있다.
21세기 대한민국 미래가 더 이상 물질의 가치척도를 기준으로 좌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부를 어떻게 더 키워내느냐’ 거나 ‘배분되는 부의 사이즈가 얼마나 더 커질 수 있느냐’에 관심을 가질 단계가 이미 지나버릴만큼 대한민국 국민의 성숙해진 민도에서 희망의 가능성을 봤다.
지금은 무엇보다 사회적 구심점을 모아가는 일련의 회복 운동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는 각 계층 간 간극으로 인한 갈등 해소가 무엇보다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계층 간 간극을 줄이는 것은 물론 신뢰감을 회복하고 더불어 살기 위한 기득권의 노력들이 GNP지수를 높이는 것보다 훨씬 더 절실히 필요하고 가치있는 정치적 과제로 인식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숙성시켜야겠다는 생각이다.
북한 주민의 경우 남북통일로 기아상태를 벗어나게 되고 물질적으로 조금 더 풍요로워진다한들 자존감이 훼손되거나 이류시민이 되는 느낌이라면 우리가 바라는 번영과 희망이 아닌 또 다른 갈등과 분쟁의 씨앗을 잉태한 통일이 될 게 뻔하다.

“국민들 속여서 돈 벌려는 악덕업주 정치인 사회 지도층 인사가 더 이상 존재할 수 있게 하면 안된다”
대통령 말씀대로 이제는 이익을 위한 거짓말은 물론 선의의 거짓말까지도 -그 주체가 기업가가 됐건 노동자가 됐건 정치인이 됐건 과학자가 됐건-우리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는 그런 시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거짓말 뿐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거나 타인을 무시하는 행태 역시 선진사회로 가는 길목 쓰레기통에 던져 버려야 할 구태임을 확실히 인식하자.

(2011. 2. 5)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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