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2일 수요일

이집트 사태, 불구경 아니다

이집트 사태, 불구경 아니다

자유를 향한 인간의 의지 하면 ‘브레이브 하트’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주인공 맬 깁슨이 유혹에 굴하지 않고 ‘프리덤(freedom)’을 외치며 숨을 거두는 장면인데 인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길은 이 세상 그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떠올릴 때마다 강렬한 여운이 여전하다.
자유를 향한 인간의 의지는 아마도 인간이 하늘로부터 받은 큰 선물이 아닌가 싶다.
일시적으로 억압당하고 무시될 수는 있어도 결국 자유를 향한 인간의 의지 앞에 무릎을 꿇게 되는 것 같다. 정치권력이나 종교권력들이 무력은 물론 감언이설까지 동원해 인간의 자유를 유린하려 들었지만 종국엔 항복하고 말았던 사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중동에 자유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물결이 이집트를 넘어 중동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심상치 않다.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대선 불출마 선언도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튀니지처럼 대통령의 영구퇴출을 보기 전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한 기세다. 이 여파로 요르단 국왕이 내각 개편을 단행하고 예멘 대통령도 임기 연장이나 권력세습은 하지 않겠다며 납작 엎드린 상태다.
중동 전체가 불안해 보이기는 하지만 가장 다급한 사정을 보이는 곳은 이집트다.
암살당한 사다트 대통령 이후 이집트를 쥐락펴락해 온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장기집권이 초라한 독재자의 말로로 마감될 조짐이 역력하다. 자유를 갈구하는 민중의 봉기 앞에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등을 돌려버린 미국의 분명한 선택이 풍전등화의 기로에 놓인 이집트 운명의 향방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인근의 카다피나 북한의 김일성 왕조에 비하면 훨씬 짧고 더 철저하지도 못한 무바라크의 독재정치가 이렇게까지 참담하게 파국을 맞게 될 줄 몰랐다. 생각보다 빠른 시기와 너무도 무기력한 결말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중동의 민주화 바람도 빠르게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독특했던 그동안의 집권형태로 인해 국민의 자유를 더 많이 허용하는 쪽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의 고립에서 또 다른 독재자의 마지막을 예측하게 된다.
이제 정말 지구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김일성 왕조의 마지막도 머지않은 것 같다. 이집트의 혼란과 북한정권이 오버랩 되면서 북한이 어떤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과문하긴 하지만 북한에 이미 여러 번의 정변이 있었고 무수히 많은 소외계층과 불만 세력들이 분출할 구멍만 찾고 있다고 듣고 있다. 게다가 나이어린 김정은의 3대 세습이 세계의 웃음거리로 전락돼 있는 현실도 북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라 하겠다.
코앞으로 다가온 북한정권의 말기현상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왕조의 마지막이 어떤 식의 결말을 갖게 될지는 중동의 그것보다 우리에게 훨씬 더 중요하고 큰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 붕괴가 생각보다 우리에게 예민하게 작용할 것이고 그 시기 또한 더 빠르게 앞당겨질 것이라는 걱정이 많은 게 사실이다. 사전에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분명 있다.

비관적인 전망대로라면 김정은 세습 이전에 이집트 사태 같은 혼란이 닥치게 된다는 생각이다.
온 국민이 정신을 모아서 북한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자. 반만년 역사를 함께 한 우리민족이요, 피를 나눈 형제인 북한동포를 거두는 건 분명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닥칠 역사의 파고를 순조롭게 넘을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야 한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북한 정권 붕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북한의 혼란기가 한반도의 긴장상승으로 이어지는 데 있어 최소한의 에너지가 소모되도록 모색하고 준비하는 일,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싶다.

(2011. 2. 3)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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