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22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부패가 문제야

부패가 문제야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튀니지 국화 이름을 따서 민중봉기에 붙은 이름) 여파가 생각보다 강력하지 싶다.
급기야 중국 땅에까지 그 파동이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소규모의 '재스민 시위'가 있었다는데 중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뒤숭숭한 중국 상황이 걱정스러웠다. 자식이 머물고 있는 곳의 일인지라 민감해질 수 밖에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사태가 어느 정도인지 중국 권력 주변부에 있는 지인을 찾아 알아보다가 부패로 위기에 놓인 중국 공산당의 실상에 대한 깊이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중국 공산당의 부패가 문제였다.
지인은 ‘과연 시진핑이 주석 자리에 오를 수 있겠는가’라는 의구심으로 중국의 현 상황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지금의 중국 공직사회는 예전 장개석 시절의 국민당처럼 위에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썩을 대로 썩어 결국 부패로 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결론이었다. 백만명 정도 부패한 사람들을 솎아낼 수 있으면 몰라도 중국 공산당의 미래는 없다는 아주 간단명료한 진단이었다.

때 마침 우리 언론에서도 중국 공직사회의 부패 관련 조사결과를 보도했는데 가공할 뇌물 수법과 관리내용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줄줄이 구속되는 규모도 무척이나 방대했다. 뇌물로 수십억채의 주택을 구입하거나 60여개의 예금통장 운용, 심지어 고리대금업자가 되어 사채놀이도 서슴지 않을만큼 엽기적이었던 그들의 부패 행각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었다.
부패 때문에 중국의 G2 위상도 영 말이 아니게 됐다.
대부분의 중국민들은 G2로 격상된 국가적 위상으로 여건이 좋아졌다는 생각을 하는 않았다. 공산당이나 특정 계층만의 관심사안에 그치고 있었다. 오히려 갈수록 간극을 벌리고 있는 심리적 경제적 계층간 격차가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가난한 시절엔 모두가 한 마음으로 공동의 문제를 대처하면서 서로를 북돋아주는 에너지가 있어 더 좋았다는 회고가 나오기까지 했다.

늘 그렇듯 부패한 권력의 처신이 문제라는 생각이다.
연이어 그가 들려주는 북한 공산당 부패는 중국의 실상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심지어 중국에서 북한주민을 위해 보내는 구호물품까지 공산당 간부에 의해 빼돌려지고 있었다. 고스란히 1/3 가격으로 중국 시장에 되팔리는 경우가 다반사라니 개탄스러운 현실이었다.
중국은 공산당만 망하면 되지만 북한은 나라 전체가 결딴나게 생겼다는 그의 판단을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부패 권력에 의해 통제되고 밀폐됐던 사회가 불행한 뒷모습을 남기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던 기록이 적지 않다. 튀니지의 민중 봉기가 나비의 날개 짓이 되어 지구 저편의 후폭풍으로 증폭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런 저런 징후들이 튀니지의 재스민 향기가 지구촌 전역을 휘감을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 이 순간, 부패권력의 횡포와 억압에 숨죽이던 민중의 외침이 들풀에 옮겨 붙은 불길의 기세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튀니지, 이집트에 이어 리비아, 알제리로.... 그렇게 중국이라고 예외를 보장받을 수 없는 분위기로 몰리고 있다.

일찍이 땅투기 이권매매 탈세 등으로 재산을 불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나라 전체가 부패하게 된다고 경고한 간디의 망국론이 섬뜩하게 되살려지는 요즈음이다.
근심스럽다.
우리 주변에서 감지되고 있는 심상치 않은 일련의 징후들 때문이다.
그동안 간간이 권력 주변부에서 각종 비리가 터져 나오긴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을 잘 비켜가고 있었다. 그런데 무엇인가 실적 만능주의와 결과 지상주의 등의 천민자본주의가 주도하는 이 판을 손 안에 틀어쥐고 우리의 운명을 거대한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사에는 비밀이 존재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동안 하나 둘 은밀한 그림자에 감춰졌던 일들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면 임계점에 이른 분노 게이지의 폭발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높아질 대로 높아진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을 생각한다면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닌 점만은 분명하다.
위기의식을 갖고 긴장을 풀지 말아야겠다.

그 어떤 선한 동기의 시스템도 부패 앞에서는 맥을 못추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현실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각성과 반성으로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다는 데 격조를 인정받을 수 있는 인간만의 차별성이다.
자정 과정을 거치지 않은 단순한 외적 팽창만으로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중국의 현실이 우리에게 웅변하고 있다.
깨어있는 의식으로 변화하는 세태에 따라 혁신하는 일이 물리적인 노력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탐심을 버리고 부패의 늪을 경계하자.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국격을 갖출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방도가 아닐까 싶다.

'북경에도 언젠가는 봄이 오겠지....'
이대로 진짜 봄이 오기는 오는 걸까?를 묻던 그 지인에게 전한 나의 생각이다.

(2011.2.22)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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