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26일 토요일

홍문종 생각 - 전통의가치


전통의 가치

요 며칠 평소보다 더 분주한 일상을 보냈다.
해마다 정월 대보름 무렵이면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척사대회 때문이다.
올해는 여기저기에서 척사대회 참석을 요청하는 부름이 유난히 많은 것 같다.
유서와 전통을 자랑하는 마을 축제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척사대회는 온 동네 사람들이 한데 모여 정월대보름 맞이 전통세시풍속을 기리는 가운데 서로 정을 나누며 단합과 안녕을 기원한다는 데 그 묘미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특별한 오락이 없었던 시대적 상황에서 마을 구성원들에게 있어 얼마나 크고 깊은 의미를 가진 놀이마당이 됐을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갈수록 그 규모나 흥취가 축소되고 있는 조짐이다.
처음 선거판에 뛰어들 때만 해도 확실히 지금과는 많이 다른 위용이 있었다.
마을 공동체의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당당히 해냈었다. 그러던 것이 이런 저런 영향 때문에 본래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기색이 역력하다. 구제역 사태도 일조하긴 했다. 실제로 구제역 파동 때문에 척사대회 계획을 축소하거나 취소한 일정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을 듣고 있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에게는 아직까지 척사대회가 흥겹고 정겨운 어우러짐의 한마당 노릇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마저도 머잖아 옛 추억거리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 걱정이다. 앞으로 풍악과 함께 어우러지는 보름달, 윷놀이, 연 날리기, 쥐불놀이 등에 막결리등 토속음식이 어울어지는 정월대보름 풍광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상실감이 크게 다가온다.

이런 것들을 이대로 소멸시키기보다 우리 만의 문화관광 상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자꾸 두리번거리게 된다.
발렌타인 데이나 할로윈 데이 등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서양 축제들은 내용 면에서 따지자면 우리의 전통문화가 가지고 있는 가치에 비해 일천하다는 생각이다. 최근 춘천이나 제주도 등지에 한류 스타들의 족적을 문화상품으로 띄워서 선보이고 있는 프로그램도 내용이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깊이도 없고 내용도 빈약해서 얼마나 오래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솔직히 걱정이 될 정도다.
알려지다시피 수백년 전통을 이어오면서 동네 축제들이 그 나라를 대표하는 관광 문화로 상품화 된 경우가 많다. 전통이 그 나라와 마을을 전 세계에 알리는 훌륭한 자원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전통 문화는 주시할 만하다.
문화가 국가 경쟁력이 되고 있는 21세기에 전통문화가 가지고 있는 무형자산의 가치만 놓고 보더라도 말이다.

우리의 전통 축제에서 자부심을 가질 만한 부분이 많다.
정월 대보름 축제만 하더라도 윷놀이나 쥐불놀이 등 보름달과 함께 어우러지는 전통방식의 놀이문화들이 월등한 상품가치와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다.
만만치 않은 내공을 바탕으로 기획만 제대로 해도 성공을 기약하는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관광 자원이 고갈된 한겨울에 서양은 물론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을 대상으로 한 흥미로운 겨울 축제로 부각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대할 만하지 않을까 싶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면 전 세계에 나가있는 교민을 대상으로 한 척사대회를 기획할 수도 있다. 지역별 예선전을 거치는 챔피언 선발대회를 여는 것도 한 일환이 될 수 있다. 시청이나 남산 등 특정 장소에서 개최되는 ‘한민족 척사대회’ 타이틀의 이벤트는 생각만해도 신나는 일이 될 것이다. 특별히 의외성이 많이 있기 때문에 무슨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니 크게 부담 가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거기다 제기차기나 엿날리기 등 전통놀이를 덧붙이고 스토리텔링까지 더해진다면 둥근 보름달 아래서 뭔가 그럴 듯한 작품이 하나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아이디어가 많고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 계시다면 시도해보기를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더불어 사라져가는 전통방식에 관심의 끈을 놓지 말자는 얘기를 지금 하고 있다.
전통의 가치는 묵은 장맛 같은 거 아닐까?

(2011. 2. 2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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