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8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출사표

When I Born, I Black

When I Grow up, I Black

When I Go in Sun, I Black

When I Scared, I Black

When I Sick, I Black

And When I Die, I Still Black



And You, White Fellow

When You Born, You Pink

When You Grow up, You White

When You in Sun, You Red

When You Cold, You Blue

When You Scared, You Yellow

When You Sick, You Green

And When You Die, You Gray

And You Calling Me Colored?


UN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동시
아프리카의 한 어린이가 쓴 동시입니다.



출사표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문화가 겹쳐서 빚어내는 하모니’
아프리카 문화를 접하는 개인적 소회다.
박물관에 소속된 아니카 공연단원들을 통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그들의 검은 순박함도 내 마음을 매료시키는 강력한 힘 중 하나다.
그렇게 검은 대륙의 매력에 빠져있는 요즈음이다.
새롭게 눈 떠가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생각보다 다양한 국가들이 나름의 역사와 전통을 기반으로 형성한 문화가 독특한 개성을 표출하고 있어 여간 흥미로운 게 아니다.
아프리카예술박물관(포천시 소홀읍 무림리 소재) 이사장직을 맡게 된 인연 덕분이다.
아시아 다음으로 넒은 면적에 54개의 국가와 세계 인구 14.8%에 달하는 10억여 명의 인구가 어우러진 아프리카.
여전한 궁핍과 굶주림이 지배하는 현실이지만 희망이 넘치는 아이러니의 현장이다.
전 세계 석유의 1/10, 광물자원의 1/3분을 품은 '자원의 보물 창고'로 세계 각국의 자원개발경쟁의 각축장이 된 지 오래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기회의 땅으로 각광을 받으며 다원주의(혹은 탈식민주의) 부흥의 기대주로 급부상 중이다. 흑심(?)을 품은 세계 각 국의 치열한 지원 경쟁이 줄을 잇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곳도 바로 아프리카다.
아프리카 예술이 우리에게 소개되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인류학자가 관심을 갖기 시작한 19세기 전까지는 아프리카는 문화의 간판조차 부여받지 못한 처지였다.
20세기 초반 무렵 유럽에서 아프리카 조각의 특이한 조형에 주목하면서 비로소 관심을 받기 시작했는데 짐바브웨이가 그 원류다. 그 중에서도 이 나라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쇼나 부족의 조각 작품이 최고의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할 것이다. (우리 아프리카예술 박물관에서도 상당수의 쇼나 조각품 소장하고 있으니 구경들 오세요) 무엇보다 정이나 망치 등 전통적 도구만을 사용한 ‘수작업’이어서 기계 가공 과정이 주를 이루는 서구의 조각과는 느낌부터가 많이 다르다.
이 밖에도 아프리카의 문화 예술을 대변하는 다양한 자원들이 새로운 기회를 엿보며 미래의 가능성으로 재탄생 되고 있는 중이다.

엊저녁, 우리 박물관에서 주한 아프리카 16개국 대사를 위한 만찬 행사를 열었는데 호응이 좋았다. 생각의 틀을 확인 하는 등 여러 모로 유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아프리카 문화예술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이 교환되는 가운데 아프리카 출신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경민대학과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전시공간을 활용한)나 퍼포머들의 한국 방문 및 교환 프로그램, 경민대학과의 학생교류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모국의 문화예술에 대해 갖고 있는 아프리카 대사들의 자부심은 엄청났다.
자연음악에 대한 자긍심이 특히 더 했다. 전자음을 중심으로 한 문명음악이 발달을 거듭하고 있지만 아프리카의 자연음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논리였다. 종국엔 아프리카 자연음으로 되돌아오게 돼 있다는 결론이었다.
피카소와 마티스 등 대가들의 예술이 아프리카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자랑도 잊지 않았다.
실제로 아프리카의 예술적 감성이 현대미술에 미친 영향은 대단했다. 피카소가 걸작 ‘아비뇽의 처녀들’에서 아프리카 마스크 이미지를 접목시킨 것을 비롯해 야수파, 입체파, 다다이스트, 초현실주의 미술가들이 아프리카 이미지를 즐겨 사용했거나 아프리카 조각의 양감을 도입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세네갈 대사 등 일부 대사들은 각 나라 별로 아프리카예술박물관과의 개별 회합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각국의 특성에 맞는 심화 프로그램 등을 논의해보자는 적극적인 제안이었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어 3월 경 다시 한 번 모임을 갖고 구체적인 일정을 논의하기로 했다.

만찬을 끝내고 돌아오는 차 속에서 이런 기회를 갖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아프리카 대사들도 아프리카예술박물관과의 교류를 통한 자국 발전 방안에 기대감을 갖는 듯 했다.
미국이나 중국 등의 아프리카 투자가 인도주의 차원이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아프리카의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자국의 선점을 노린 선투자일 뿐이다.
우리도 아프리카의 엄청난 자원 개발을 외면할 게 아니라 보다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는 투자 행보를 보여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의 만남이 지금은 비록 민간외교 차원의 적은 출발에 불과하지만 대한민국 아프리카 외교 자원의 교두보 역할은 물론 그보다 더 한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 아프리카 예술 박물관의 임무가 막중해진 것 같다.

열심히 해보겠다는 다짐을 담다 보니 이 글이 아프리카 예술박물관 이사장으로서의 약식 출사표 처럼 돼 버렸다.
정말 잘 해보고 싶은 생각이다. 많은 지도 편달을 부탁드린다.

(2011. 2 .8)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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