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25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사랑은

사랑.

막상 사랑의 의미를 정의하려고 하니 딱 떨어진 설명이 입에 붙지 않는다. 입 속을 맴돌고는 있는데 정리되지 않는 버벅거림 때문에 허를 찔린 느낌이다.

인터넷을 통해 ‘사랑’을 검색해 본 결과 문학.·도덕·철학·종교 모두에서 가장 근본적인 관념의 하나(브리태니커), 이성의 상대에게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이나 남을 돕고 이해하려는 마음(국어사전)이라고 설명돼 있다.

최근 그 사랑 때문에 끔찍한 참사가 일어나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한 젊은이가 자신의 사랑을 방해한 여자친구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여자친구를 상대로 인질극까지 벌이는 파란을 일으켰다.

무분별한 광기로 이어진 비뚤어진 사랑이 문제였다.

사랑으로 인해 형성되는 여러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생각한다면 너무나 어이없는 결말이다.

자신의 욕망에 지나치게 매몰된 나머지 여자친구나 그 부모님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는 그가 면죄부라도 되는 양 시종일관 사랑을 말하는 모습은 그로데스크했다.





원하든 원하지 않던 일상을 통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단어가 사랑이다. (특히 남녀간의 사랑) 그러면서도 점점 알기 어렵고 설명하기 어려워지는 게 사랑이 아닌가 싶다.

문명의 발달이 때로 사랑의 트라우마를 남기는 경우가 있는데 간단히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다. 선진화 사회에 접어들수록 사람들의 일상이 바빠지면서 초래되는 현상 중 하나가 남녀 간의 사랑도 덩달아 급속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인스턴트 사랑이라는 말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문제는 사랑의 속도나 방식에 있어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전제되지 않고 모든 게 자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급기야 여자친구의 어머니를 살해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게 오늘 날 사랑을 말하는 방식이라면 더 이상의 설명이 무의미하다. 내가 사랑하면 상대방의 거절 의사 따위는 고려할 필요가 없고 부모가 반대에는 흉기를 휘둘러서라도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자 한다면 그것이 어떻게 사랑인가, 무모한 욕망일 뿐이지.



기다림의 미학이나 지고지순한 사랑의 완성을 보여주는 ‘성춘향과 이몽룡’이나 ‘평강공주와 바보온달’ ‘황진이와 서화담’ 등에서 엿볼 수 있는 전통적인 사랑방식을 얘기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변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 방식에 있어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근본으로 삼고 있는 옛사람의 사랑 방식을 벤치마킹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동의를 얻어내고 허락을 받고 더 나아가 축복을 받는 절차를 위한 노력은 사랑의 완성을 위해 지불해야 할 당연한 절차다.

자기 딸을 모르는 남자에게 내어 주어야 할 어머니 입장에서 주저하고 망설이고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어머니의 망설임이나 반대 이유를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었다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사랑을 말할 기회가 된다면 몇 가지 당부를 남기고 싶다.

책임질 수 없다면 사랑하지 말라. 그리고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사랑은 거의 없다. 사랑을 이루어가는 과정엔 생각지 못했던 역경들이 수없이 많은 고통을 요구하며 곳곳에 매복돼 있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무엇보다 사랑은 자기희생을 전제로 완성될 수 있다는 각오와 신념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방식이나 속도를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상대방의 것을 들여다보며 거기에 나를 맞추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자기만의 사랑 방식에 집착하고 상대의 사랑 규칙을 무시하는 건 이미 사랑이 아니다. 횡포라는 점에서 이미 사랑할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으로 사랑을 얻을 수는 없다는 사실 또한 명심해야 할 사안이다.

마지막으로 양념삼아 한마디 더 추가한다면 오랜 세월동안 빛이 바래지 않는 사랑을 간수 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사랑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얘기해주고 싶다.



너무 교과서적인 당부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가 말해 준 사랑의 지침들이 지금 사랑하는 모든 청춘남녀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처방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러분에게 사랑을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은 나 자신 역시 사랑의 완성도가 그다지 내세울 만한 처지가 아님을 고백하는 바이다)

이번 사건이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를 만들어 줬다.

충분히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2010.7.25)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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