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25일 일요일

홍문종생각 - 나라 밖에서 보니

나라 밖에서 보니



일본 출장 중이다.

덕분에 오랜 만에 일본 내 지인들을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반가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다른 나라 사람들의 시각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대화 중 견해가 상충되거나 일치되기도 했는데 개인적 성향이라기보다 국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조심스러움 때문이었다.



때 마침 34년 만에 최대 규모로 한미양국이 합동훈련을 시작한 상황이 관심을 끌었다. 이를 위해 미국의 국방 외교 양 부처 장관이 태평양을 건너 와 있는 상황 때문에 더 크게 부각되는 것 같았다. 미국이 영국에 대한 ‘냉대’를 풀고 디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연 근황도 화제가 됐다. 그 밖에 미국의 품을 벗어나 독자적 활로를 모색하는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 미래에 대한 전망도 모여있는 사람들의 관심거리 중 하나였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패권국의 약소국 원조공여 의도를 바라보는 관점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국제사회에 나라의 명운을 내맡긴(?)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의 결정적 문제점은 일정 수위에 이르지 못한 민도나 정치적 수준 때문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들 국가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동안 원조수혜국이었다가 이제 막 신흥 원조공여국으로 데뷔한 대한민국의 향배에 대해서도 관심이 컸다. 남북한 대치라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우리의 현실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과연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해법을 찾아가는지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었다.

일본 내의 반미감정에 대해서는 좌중이 기본적으로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은 국익 관점에서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미국과의 밀고 당기는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자리에서도 일본이 미국을 (경제적으로)원조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다만 군사적 동력 없는 경제적 우위가 오히려 일본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음을 경계하는 것 같았다.



그들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돌아오면서 앞으로 미국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 일본과 동일한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 때 캐머런 영국 수상이 안개 때문에 헬기이용에 곤란을 겪자 비행기를 보내주는 등 우애를 과시했다. 지난 해 미국에서 열린 G20 회의 당시 5차례에 걸친 브라운 (캐머런의 전임)총리의 오바마 면담요청을 거절하던 때와는 딴판이었다.

어쩌면 이런 모습들이 미국과 세계와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논란을 초래한 전작권 환수 문제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국제사회에서 패권국이 약소국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강대국의 일방적인 강압외교에 짓밟히고서 눈물을 흘리는 약소국 설움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냉혹한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살벌한 생존경쟁의 현장이라 할 수 있겠다.

그저 자국의 이익만이 최대의 가치이고 정의인 것이다.



그동안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에서 조금만 지나치면 사대주의 논쟁에 휘말렸던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우리다. 독자노선으로 치고 나가려 해도 과연 독립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발목을 잡기 일쑤였다. 그것이 엉거주춤 할 수 밖에 없었던 대한민국의 속사정이다.

햐지만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그 저력을 이미 검증받았다. 우리의 지향점을 찾아가는 해답도 이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떤 아젠다로 목표점에 도달할 것이냐의 문제는 남아있지만.

영국처럼(영국과 미국은 형제라는 의식이 강하고 캐나다까지 한나라처럼 움직일 때가 많다) 미국과 공조할 수 있는 역사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 우리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양키 고 홈’을 모델로 삼기엔 우리의 국력이 너무나 불안한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조금만 생각해 보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북한을 끌어안고 더 나아가 통일 독립 국가로서 확고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의 리더십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주변국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우리의 독립을 이어나갈 수 있는 지략은 물론 독립 국가의 지초적 틀을 놓을 수 있는 지도자의 안목 말이다.



지금 정치권에서 이원집정제 개헌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탐욕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지금 누가 대통령 되고 권력이 어떻게 나누어지고...그저 모두가 다 3년 이내 밖에 내다볼 수 없는 단견에 빠져 한치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코미디다.

그런 가벼움으론 세계를 호령할 대한민국의 절대권력을 들어낼 수 없다. 제대로된 리더십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정신을 더 바짝 차리고 우리의 위상을 정립하자는 간곡한 부탁이다. 나라 밖에서 보니 애국심이 저절로 커지는 것 같다.
(2010.7.22)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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