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25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빅브라더의 손

빅 브라더의 손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조지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이 문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소설 속에서 빅 브라더는 시민 통제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과거의 모든 기록을 왜곡하는 것은 물론 인간의 감정까지도 관리하고 있다. 시민들은 국가의 지도와 통제 아래 조작된 진실과 왜곡된 역사로 세뇌되는 일상을 받아들이고 있다. ‘텔레스크린’이라는 감시카메라가 공공장소는 물론 회사의 사무실이나 구내식당 심지어 개개인의 집안에까지 설치돼 모든 행동과 대화가 체크되는 것을 용인하고 있다.



이번 총리실 불법 사찰 사건을 접하면서 ‘1984년’을 떠올렸다. 60여년전(‘1984년’은 1949년 출간됐다) 소설을 통해 경고된 감시사회의 암울함이 재현되는 현장을 본 듯한 느낌이었다. 실제로 소설 속에는 정보화라는 미명 아래 개인 정보를 무단유출당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들어있다. 조지오웰의 통찰력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CCTV, 신용카드, 휴대전화, PC, 전자우편.... 인간의 자유를 배가시켰던 문명의 이기가 이제는 자유를 구속하는 족쇄가 되어 우리의 사적 영역을 지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 ‘트루먼 쇼’와 ‘빠삐용’ 그리고 ‘쇼생크 탈출’ 등 예전에 봤던 영화들이 떠올랐다. 전부 자유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열망을 표현한 영화들이다. 자유가 인간의 원초적 권리이며 인간 최대의 가치라는 사실은 물론 자유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치열하게 인간의 본능을 지배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공감대를 자극했었다. ‘freedom'이나 ’I'm free' 등의 외침으로 자유의지를 보여주던 극 중 주인공들의 모습이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오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할 만큼.



인간은 본능적으로 남을 몰래 훔쳐보는 재미에 흥미를 느낀다고 한다. 심할 경우 일종의 정신질환으로까지 분류되는 관음증은 후진국일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도 종종 사회적 공익을 앞세운 권력 기관의 관음증이 사회적인 물의를 빚는 경우가 많았다. 지배 계급층의 통솔을 쉽게 해준다는 점에서 권력이 유혹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권력의 사찰행위는 개인의 관음증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후유증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중범죄로 처벌받아야 한다.

언제나 인간의 과욕이 화근인 것 같다.

권력의 만용이 부메랑이 되어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근원적 배경이 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역대 정권의 수많은 시행착오만으로도 충분한 학습효과가 될 법한데 똑 같은 어리석음이 반복되는 건 참 아이러니다.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한 권력이 어떤 식의 최후로 마감되는지 너무나 많이 봐 왔으면서도 불행을 자초하는 그 속을 모르겠다. 잘못이 확실하고 또 잘못인줄 알면서도 반복되는 불운의 역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제어될 수 없는 권력의 속성 때문일까?

누군가에게 나의 일상이 감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보이지 않는 눈길에 관찰 당하고 있다는 강박감은 얼마나 끔찍하겠는가.



불법사찰 혐의로 이인규 전 지원관이 구속수감 됐다.

불법사찰이나 사임압력 혐의를 부인하는 이 전지원관의 표정에서 ‘나라를 위해 할 일을 했는데 무슨 잘못이냐’는 항변이 읽혀진다. (그런 그에게서 권력의 중독현상을 감지하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이번 사건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건이 연이은 공세와 폭로전으로 이어지면서 권력투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어디까지 그 불똥이 튀게 될 지 솔직히 모르겠다. 그러나 정직이 최선의 무기라는 말을 염두에 둔다면 오히려 지금 사죄하고 용서를 비는 게 더 현명한 처세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닉슨으로 하여금 세계 최강의 막강 권력을 놓게 한 워터게이트의 결정적 잘못은 ‘거짓말’이었다. 워터게이트는 거짓말 꼼수로 잘못을 덮으려다가 점점 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죄과’를 만들어 버린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당시 잘못된 국가권력을 응징한 힘은 국민여론에서 나왔다는 사실 또한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민 여론이야말로 빅 브라더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지켜낼 수 있는 상수의 힘인 셈이다.



총리실 사찰 건이 우리에게 국제적 망신을 안겨주는 결론이 될까봐 걱정이다.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가 이번 사건에 대한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는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며 실제로 이 배후를 조종했던 사람들이 나는 괜찮지 않겠나 안주하고 있다면 역사와 민족의 심판을 반드시 받게 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무소불위의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자 역시 반드시 퇴락하게 된다는 사실또한 명심해야 할 사안이다.

무엇보다도 분명한 건 철저한 규명 과정을 통해 한국사회가 이번 기회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권력에 대한 감시의 끈을 결코 늦춰서는 안되겠다는 국민적 자각이 절실한 시점이다.

깨어있는 국민여론이 명품의 국가 권력을 만들어내는 자원임을 잊지 말자.
(2010.7.24)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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