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26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백남준의 후예를

백남준의 후예를



지난 2006년 타계한 천재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을 다시 접할 수 있게 됐다.

미망인 구요타 시게꼬가 출간한 회고록 ‘나의 사랑 백남준’를 통해서다.

미망인이 연인이자 아내, 예술적 동반자로 고인과 함께 했던 40년 세월의 깊은 속살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아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알려지다시피 백남준은 광범위한 설치 작업과 비디오 영상, 범세계적으로 TV망을 연결한 작업, 영화, 퍼포먼스 등을 통해 현대미술에서 시간적인 이미지에 대한 우리의 지각을 새롭게 형성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거장이다.

열여덟에 고향을 떠나 세계를 떠돌던 작가가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로 우뚝 서게 되기까지의 고단한 삶의 여정이 생생한 육성으로 소개됐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같다.



백남준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비디오 아트 분야를 창시해서 세계 미술계로부터 주목받았을 뿐 아니라 아시아의 영웅으로 우리나라 예술 문화의 신화가 됐다.

그런 백남준의 케이스만 보더라도 예술과 문화가 미국의 월가보다 훨씬 더 큰 가능성을 발휘하는 세상이 됐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겠다.

문화 예술의 선구자적인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의 인재 환경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확신할 수 있게 해주는 무형의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21세기를 대한민국의 시대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백남준이 섬유업계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안주하는 삶에 자족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국제적 배경이나 교육환경이 지금과 많이 다르긴 하지만 백남준에게 세계 각국을 자유롭게 옮겨 다니는 경험이 없었다면 오늘 날 그의 입신양명은 ‘불가능’ 하지 않았을까 싶다.

각국의 특성을 골고루 섭렵할 수 있었던 교육환경이야말로 그의 예술적 감수성을 성장시키는 일등공신이었던 셈이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의 교육시장 개방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우리가 세계를 품기 위한 필수 절차라는 측면에서도 우리의 교육시장을 세계에 오픈하는 것을 더 이상 주저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오바마는 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한류의 기적을 한국의 교육 덕분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오바마가 그리고 세계가 우리의 교육 경쟁력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도 페쇄된 우리의 교육시장은 열릴 줄 모르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서일까?

한국 교육시장이 개방되면 우리 학교 같은 그룹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시장 개방을 부르짖는 건 개인적인 이해득실보다 공동체가 입을 손실을 생각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경쟁 구도에서 이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세계로 뻗어나갈 기회를 찾아야 할 시점이라는 충정 때문이다.

물론 교육의 특수성 때문에 자칫 정신적 혼혈아가 양산되는 부작용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공포심 때문에 해외 교육의 한국 시장 유입을 막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그렇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님에랴.



쇄국 일변도의 교육정책은 우리의 미래를 지우는 일에 다름 아님을 알아야 한다.

제2, 제3의 백남준을 만들어낼 수 없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손실규모가 막대해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민족적 자질과 그 가능성에 대한 믿음으로 과감히 문호를 개방하자.

백남준의 후예들로 우리의 지평을 넓히자.

그렇게 세계를 접수하자.



백남준 미망인의 책을 통해 확실해진 개인적 확신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 쓴 글이다.

혜량 있으시길....
(2010. 7. 2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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