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19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이번에는

이번에는



국회의원 시절, 대통령에게 전화를 받고 청와대에 가서 밥을 먹어 본 적이 있는데 초선이었던 내게는 이벤트로 느껴질 정도의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 때 내가 느낀 청와대는 지나치게 폐쇄적인 공간이었다. 들고 나는 일은 물론 사람 만나는 절차도 몹시 까다로웠다.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 때문에 불가피한 정황이 겠지만 문턱이 너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턱을 낮춰 소통을 위한 노력으로 좀 더 다양한 계층의 의견이 가감없이 전달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더불어 했던 것 같다.

청와대 생활을 했던 주변 사람들도 청와대가 대통령에게 있어 창살 없는 감옥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일거수 일투족이 낱낱이 노출돼 사적 영역이 제한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자기 권력에 대한 과신과 반드시 달성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 그리고 이를 이용하려는 보좌진들의 절제되지 않은 탐욕 때문에 의외의 곳에서 문제가 꼬이는 경우가 많이 벌어진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쪽에서 섣부른 접근으로 실패했던 이전의 전철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한 만남이 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한나라당 내 분위기 역시 상당히 고무돼 있다.

대통령은 정치나 한나라당에 대한 호불호 성향과 상관없이 국민 모두와의 소통을 기본 전제로 삼아야 하는 위치다. 그런 만큼 금번 두 분의 회동이 표류하는 여당을 진정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를 도출해내기 바라는 기대감 때문인 것 같다.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어차피 모든 사람의 의견을 다 존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또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과는 안목의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야기되는 문제점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에 다르게 볼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를 풀어야 할 당사자는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이의 도량을 구하기보다 대통령 스스로 이해하고 품어줘야 하는 어려움에서 구중심처의 고독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그동안의 아프고 속상한 기억들이 앙금으로 남아 있을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상대보다 내가 먼저 손 내밀고 배려하겠다는 의지면 통하지 않을 대화가 없다고 본다. 특히 대통령이 이를 주도한다면 더 할 나위 없다.

힘 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에 대해 ‘저 사람이 내게 왜 잘못 하고 있을까’를 생각하기보다 ‘내가 왜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할까’에 먼저 초점을 맞추는 것이 소통의 첩경이다.

대통령은 많은 것을 성취한 위치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겸손해도 누가 되지 않는다. 남의 말을 잘 들어줘도 그것으로 인한 손해보다는 이익이 커지게 돼 있다.

모르긴 몰라도 ‘도량의 미덕이 성공한 대통령 인생을 완성시키는 화룡첨정이 될 것이다.



이왕 만나기로 했다면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한다.

두 분의 대화가 좋은 결실을 맺어 우리 모두에게 좋은 선물로 돌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성공적인 만남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진정성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열고 듣는 건 기본이고 솔직한 접근을 통해 상대가 나를 위해 진정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느낄 수 있게 한다면 가슴을 연 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집권 중반기를 돌아서는 대통령 입장에서 많은 이들의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정이 안정돼야 국민이 행복하다는 측면에서 이번 대화가 많은 이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할 수 있는 통로로 작용될 수 있었으면 한다. 특히 당내에서의 협조가 중요한 시기인 만큼 좋은 결실을 얻는 소통의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소탐대실의 꼼수는 절대 금물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일이다.
(2010.7.19)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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